[중국의 AI 굴기]① 급부상한 중국 AI산업, 주요 선진국과 격차 극복의 비결은?

로벌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아 인공지능(AI)은 향후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AI 굴기(屈起)는 위협적이라 할 만큼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인공지능(AI) 굴기(屈起)’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무서운 기술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AI 기술 수준은 2020년 기준 미국, 유럽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AI산업의 연평균 성장 목표치는 26.8%로 2025년 4500억 위안(약 25조 78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3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통과된 ‘제 14차 5개년(2021~2025년) 규획 및 2035년 장기 목표’에서는 2035년까지 완성할 7대 첨단 과학기술 중 최우선을 AI로 정했다.

중국의 AI산업은 크게 기술, 시장, 정책의 세가지 측면에서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중국의 AI산업 발전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속도를 낼 수 있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첫 번째는 14억명에 달하는 인구를 기반으로 한 내수시장을 보유했다는 것과 그러한 인구를 통해 양질의 방대한 데이터 확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공산당이 주도하는 체제라는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와 개인정보 등의 보안 문제는 보통의 다른 국가와 달리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장기집권 체제 하에서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측면도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지난 40년간 ‘세계의 생산 공장’ 역할을 해왔던 중국은 급속하게 ‘디지털 경제’로 전환 중이다.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의 AI산업, 2017년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으로 본격화

2020년 인용된 전 세계 AI 논문 중 20.7%는 중국에서 발표됐다. 이 사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논문 인용 수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NSCAI)는 중국이 10년 안에 미국을 넘어 AI 선도국으로 도약할 역량을 갖췄다고 분석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민간 싱크탱크인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도 중국의 AI산업 기술 역량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재단은 특히 중국이 AI 분야 중 도입(Adoption)과 데이터 분야에서 역시 미국과 유럽(EU)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AI 굴기의 야심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 2017년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 계획에는 ‘2020년까지 선진국을 따라잡고, 2030년에는 인공지능 최강국으로 올라선다’ 뚜렷한 목표가 담겨 있다.

이전까지 중국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의 개방형 AI 생태계를 모방하는 후발주자 중 하나였지만, 이 계획을 통해 국가 역량을 총 동원한 AI산업 육성을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완료된 1단계에서는 AI 제반 기술 및 응용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려 AI산업을 신경제성장 축으로 육성하는 것으로 돼 있다. 2025년까지 이어지는 2단계에서는 AI 기초이론기술을 확보하고 일부 기술과 응용 분야는 세계 선두 수준에 도달해 국가 산업 고도화와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는 목표를 세웠다. 2030년까지 예정된 3단계에서는 AI 이론, 기술 및 응용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세계 선두 수준에 도달하고 중국을 글로벌 AI 혁신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중국AI 육성정책의 변화표, 이처럼 명확한 시간표를 제시한 것은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해당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표=한국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 ‘중국인공지능(AI) 산업 동향과 시사점’)

특히 중국은 지난 2019년 말, 자국에서 코로나19가 최초 발생한 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이를 발판 삼아 중국판 디지털 뉴딜이라 할 수 있는 ‘신형 인프라’ 정책을 지난 2020년 3월 발표했다. 중국의 디지털 경제 규모는 2020년 이미 전년보다 9.7% 증가한 39.2조 위안(약 6855조)에 달하며 이는 전체 GDP에 38.6%를 차지하고 있다. 2025년에는 80조 위안(약 1경 4118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총 동원, 인재육성 및 AI 개방 혁신 플랫폼 구축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 발표 이후 중국 정부는 공업정보화부, 과학기술부, 교육부 등을 비롯한 정부 부처에서 산업 별 행동계획, 과학기술 혁신 체계 구축, 인공지능 분야 고급 인재 유치 및 육성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왔다.

특히 이러한 정책 방향이 결정 된 이후 중국 정부는 특정 기업을 집중 육성해 자국 주도의 독자 AI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공을 들였는데, 바로 ‘중국 AI 개발 혁신 플랫폼’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이른바 ‘BAT’로 불리는, 중국을 선도하는 3대 IT기업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비롯해 화웨이, 샤오미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중국 AI 개방 혁신 플랫폼 분야 별 참여 기업

이들 기업은 각각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의료 및 헬스케어, 기초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스마트 홈 등의 분야를 담당하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중국 전 국민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구 개발을 통해 기술 고도화를 이루고 있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의 기술 분야 인재 확보 방식이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해외 학자, 기업가, 전문 기술인재, 경영 인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이것은 이미 지난 1990년대부터 ‘백인계획(百人计划)’이란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추진돼 왔다. 백인계획의 대상자들은 주로 중국 출신의 인재로 1994년 기준 중국 1인당 국민소득의 500배가 넘는 파격적인 금액을 지원받으며 영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인재 영입 방식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불러왔다. (사진=pexels)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명목 상으로 해외 유출되는 인재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국내 유입을 유도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다른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해외 유명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에서 활약하고 있는 자국 출신의 인재를 대상으로 각자의 연구성과를 중국으로 가져와 단기간에 기술격차를 좁히는 방식이었다. 이는 일종의 산업 스파이와 같은 행태로 이후 중국은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천인계획, 만인계획으로 이 프로그램을 지속하며 실제 안면인식 AI 기술로 유명한 스타트업 상탕커지의 창업자 탕샤오어우 박사를 중국과학원 선전기술연구원 부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알려진 바로는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졸업 후 IBM, 야후 등 글로벌 기업에서 AI와 빅데이터를 연구하고 관련 특허만 60개를 보유한 텐센트의 수석책임자 장퉁 역시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귀국했다고 한다.

중국의 인재 확보 전략은 영입 외에 ‘육성’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교과과정에 AI 관련 과목을 개설하거나, AI 대학, 연구원 등 전문 기관을 설립하는가 하면 지난 2018년에는 ‘대학 AI 혁신 행동계획’을 발표, 고등 교육기관 중심의 AI 기술 혁신과 인재양성을 추진했다. 이른바 ‘쌍일류(双一流, 세계 일류 대학과 일류 학과) 프로젝트다. 현재는 초, 중등에 해당하는 9년의 의무교육 과정에도 코딩 교육을 포함한 AI를 정규 교과로 편성한 상황이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AI가 2030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중 13조 달러를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인 액센츄어(Accenture)는 인공지능 활용으로 2035년에는 연간 글로벌 GDP 성장률이 2배 오르고, 노동생산성은 최대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AI 굴기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에게 자칫 향후 글로벌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불러오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AI산업 육성에 시급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AI 분야 인력 부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AI산업을 통한 디지털 전환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지원과 함께 체계적인 인재 육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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