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약]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부터 예고됐던 가산자산 거래소 줄폐업 대란이 법 시행 15일을 앞둔 지금 코 앞으로 다가왔다. 특금법이 요구하고 있는 실명계좌 확인서를 은행으로부터 발급받은 거래소는 오늘 기준 업비트를 포함한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빅4’로 불리는 4대 거래소가 유일하다. ISMS 인증만 받고 실명계자 확인서를 받지 못한 가산자산 거래소는 17곳, ISMS 인증 조차 받지 못한 거래소가 42곳에 달한다. 이들이 기한 내에 사업자 신고를 완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 3월 ‘특정금융 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부터 예고됐던 ‘가산자산 거래소 줄폐업 대란’이 법 시행 15일을 앞둔 지금 코 앞으로 다가왔다.
특금법 개정안은 특정 자격을 갖춘 사업자가 금융당국에 신고 후 영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신고를 위해서는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반드시 갖추도록 하고 있다. 즉 법안 제정 당시부터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은행이 가상자산 사업자 존폐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셈이다.
특금법이 요구하고 있는 실명계좌 확인서를 은행으로부터 발급받은 거래소는 오늘 기준 업비트를 포함한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빅4’로 불리는 4대 거래소가 유일하다. 이들의 사업자 신고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ISMS 인증만 받고 실명계자 확인서를 받지 못한 17곳의 가산자산 거래소다. 추석 연휴를 감안했을 때 법 시행 이전 이들에게 남은 시간은 일주일 남짓이다.
더 큰 문제는 ISMS 인증 조차 받지 못한 거래소가 42곳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기한 내에 실명계좌 발급 확인서를 받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또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닌 코인예치사업자, 이른바 ‘가상자산은행’에 대해서는 법 적용이 모호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금융 당국도 사실상 방치하는 수준이다.
운명의 일주일, 경찰은 전담 수사팀 만들며 단속 준비
현 상황에서 특금법이 정한 사업자 요건을 모두 갖추고 제대로 금융당국에 사업자 신고를 할 수 있는 기업은 4대 거래소 외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사실상 사업자 신고가 막힌 거래소 중에는 실명계좌가 필요한 원화마켓을 제외하고 코인마켓(원화 없이 암호화폐로만 거래하는 마켓) 사업으로만 사업자 신고를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금융 당국에서는 원화마켓의 영업 종료 사실을 통보한다면, 코인마켓만으로 사업자 신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화마켓이 그간 국내 가산자산 거래소의 주된 수익원이었던 상황에서 코인마켓으로만 영업을 이어가는 것은 당장 법 규제를 피해가기 위한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처에 불과하다. 또한 이마저도 불가능한 소형 거래소의 경우는 어쩔 수 없는 폐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중소 거래소가 암담함을 토로함에도 불구하고, 금융 당국과 경찰은 특금법 시행일에 맞춰 본격적인 가상자산 불법행위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경찰에서는 9일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에 공문을 내려 보내 특금법이 시행되는 이달 25일 이후 불법행위를 전담하는 수사팀 조직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이 우려하는 것은 사업자 요건을 맞추지 못한 거래소가 무더기로 폐쇄되며 횡령과 고객 피해 발생 등 급증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불법행위들이다.
거래소 줄폐업 시 투자자 피해 3조원 이상?
최근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가 주관하고 한국 핀테크학회 등이 주최한 ‘가산자산거래소 줄폐업 피해진단과 투자자 보호 대안’ 포럼에서는 특금법으로 인한 중소 거래소 줄폐업 시 투자자들이 입을 잠재적 피해 규모가 최소 3조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김형중 고려대 특임교수 겸 한국핀테크학회장이 이날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코인마켓캡에 등재된 이른바 ‘김치코인(한국인이 만들고 원화 거래 비중이 80%인 코인)’이 112개에 달하며 시가총액은 9조원이라는 것이다.
이중 4대 거래소에 중복 상장된 코인은 70개다. 이를 제외한다고 해도 나머지 중소 거래소를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는 42개 코인은 3조원에 달한다. 중소 거래소가 줄 폐업을 맞이하면 그 피해는 바로 투자자의 몫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중소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코인 중에는 코인마켓캡에 등재되지 안은 것들도 다수라 피해 규모는 3조원 이상이 된다는 것이다.
한편 보라비트, 에이프로빗, 코어닥스, 코인앤코인, 포블게이트를 비롯한 9개 중소 가산자산 거래소는 지난 7일 한국블록체인협회에서 거래소 신고정상화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ISMS 인증을 획득한 이들 거래소는 “특금법에서 규정한 사업자 신고의 접수 기한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은행이 실명계좌를 발급해주지 않아 사업자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중재를 촉구했다.
이들 거래소는 금융 당국을 향해 요구한 사항은 거래소와 은행 책임 소재 구분, ISMS 인증 취득 거래소 금융위 심사 접수 및 실명계좌 요건 추후 보완 기회 부여, 특금법 개정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불합리한 진입 장벽 해소 등이다.
그러나 금융 당국의 입장이 확고한 상황에서 이들 거래소의 요구가 받아들여 질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법 사각지대, 코인예치사업자는 어쩌나?
문제는 또 있다. 수조 원 대의 고객 가산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코인예치사업자, 이른바 가상자산은행들이다. 금융당국의 특금법 준수 고지 대상이 주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코인예치사업자는 법 적용이 모호한 상태로 특금법을 맞이하게 되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서 사업자 신고 요건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컨설팅까지 진행했지만, 이들 코인예치사업자에 대해서는 예산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현황 파악 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코인예치사업자가 특금법이 규정하고 있는 가산자산 사업자라고 할 수 있는 지 여부 조차도 “문의를 하면 개별적으로 신고 대상 여부를 알려주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금융 당국 조차 코인예치사업자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사업자는 자체 문의와 법률 자문을 통해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가상자산 자동 투자 서비스인 ‘헤이비트’ 운영사 업라이즈가 있다. 업라이즈는 법률 자문을 받아 위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들은 후 FIU에 문의를 해 특금법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해석을 받았다고 밝혔다.
FIU가 주목한 것은 헤이비트 서비스가 고객의 가산자산을 직접 수취하는지 여부였다. 헤이비트 서비스의 경우 가산자산은 고객 계좌에 유지한 채 알고리즘을 통해 소프트웨어적인 지시만 내리는 것이라 특금법 적용을 받는 사업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법 적용에 있어 금융 당국 마다 동일한 해석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더구나 가산자산 관련 사업의 형태는 업라이즈의 헤이비트 서비스와 다른 다양한 수익 모델이 존재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식 차이에 따라 법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일부 업체들은 ‘굳이 금융 당국에 문의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자체적인 법률 자문 등을 통해 자의적인 판단 만으로 고객들에게 ‘특금법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알리는 경우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방치할 시 특금법의 취지와 달리 법을 교묘히 회피하는 편법 영업을 하는 업체들이 생겨날 수 있고, 그로 인해 더 큰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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