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앱스토어의 영광을 잃는 날

에픽 게임즈 (Epic Games)와 애플 (Apple) 사이의 독점 금지법에 대한 재판이 5월 3일에 시작되었습니다. 에픽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게임 개발자 및 퍼블리셔로 현재 회사의 CEO를 맡고 있는 Tim Sweeney 씨에 의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1991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에픽은 지난해 8월, 게임 내 아이템을 애플 앱 스토어의 결제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자신의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는 사용자에게 할인을 제공하는 캠페인을 실시했습니다. 애플은 iOS 앱 상의 모든 지불에서 30%의 수수료를 취하고 있으며, 에픽의 이러한 캠페인은 앱스토어의 심각한 규정 위반입니다. 애플은 곧 에픽의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인 Fortnite를 앱 스토어에서 삭제하였고, 에픽은 독점 금지법으로 애플을 고소했습니다. 지금은 에픽의 모든 게임이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삭제조치를 당했습니다. 

 

애플은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군주인가?

30%는 상당히 높은 숫자로 들립니다. 애플은 단지 앱스토어를 통해 에픽과 Spotify 등의 앱 개발회사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수익의 30%를 통해 쉽게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Spotify는 에픽과 같은 문제로 애플과 싸우고 있는 회사 중 하나입니다). 앱 데이터를 제공하는 Sensor Tower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2019년 전 세계적으로 723 억 달러 (약 80조 원)의 거래가 있고, Google Play에서는 같은 기간 386 억 달러 (약 43조 원)의 거래가 있었습니다. 즉, 애플은 모바일 앱 스토어 사업에서 가장 큰 돈을 벌고 있는 회사입니다. 물론 앱스토어와 iOS는 애플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 재판에서 중요한 논점 중 하나는 이들이 지배를 하고 있는 시장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그 대상 시장이 게임기기 전반이 아닌 iOS로 좁혀지면 애플의 승산은 낮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이 어떻게 정의된다 해도 정말 애플은 단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채 앱스토어를 통해 너무 쉽게 돈을 벌고 있는 걸까요? 실리콘 밸리의 저명한 벤처 캐피털 펀드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파트너를 지낸 애널리스트인 베네딕트 에반스 씨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a built-in, one-tap-to-install app store with frictionless payment led to. Trust was a huge problem, distribution was a huge problem, and Apple solved both" (애플 앱스토어의 원클릭으로 앱을 인스톨하고 번거로운 절차 없이 결제를 할 수 있는 탁월한 기능성은 많은 소프트웨어의 폭발적인 창조와 그걸 만드는 개발 회사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었다. 앱에 대한 신용 및 배포는 큰 문제였지만, 애플은 이 모두를 해결했다)

에픽이나 다른 개발자가 앱스토어의 혜택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자사 앱스토어에서는 불과 12%밖에 수수료를 취하지 않는 에픽에게 30%는 부당한 액수로 들립니다. 애플은 앱 스토어의 유지 및 보수에 정확히 얼마나 많은 자원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하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수료의 범위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30%라는 숫자는 단지 1980년대에 패미컴 게임기를 만들던 닌텐도가 전설적인 게임인 팩맨을 개발한 남코(Namco)에게 30%의 "플랫폼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하면 업계 표준으로 정착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구글도 Google Play에서 30%의 수수료를 취하고 있는데, 에픽은 이러한 구글도 같은 독점 금지법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지난해 에픽이 소송을 제기한 후 수익이 100만 달러 (약 11억 원) 미만의 개발자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15%로 반감했습니다. Sensor Tower의 추정에 따르면, 이 새로운 수수료는 개발자의 약 98%에 적용이 되는데요, 단, 애플의 앱 수익의 95%는 원래의 30%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즉 나머지 2%의 회사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에픽이 이번 소송에서 이기면, 애플로부터 소수의 대기업으로 대규모의 부가 이전되는 현상에 지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 소수의 대기업에는 에픽과 에픽의 주식을 40% 소유하고 있는 중국 게임 업체 인 Tencent를 포함합니다. 

앱이 설치되기 전과 후의 공정

앱 스토어는 앱이 설치되기 전과 후의 모두 공정에 대한 오너십을 유지해 왔습니다.  

앱을 설치하기 전: 사용자는 앱스토어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있고, 앱스토어에서 앱을 찾아 다운로드하여 안심하고 설치할 수 있습니다. 또한 Palor의 경우처럼, 앱 스토어는 필요에 따라 콘텐츠를 큐레이션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권한을 가져야 할 지에 대한 논의는 별도 필요합니다)   

앱을 설치한 후: 사용자는 앱 스토어에 저장되어있는 결제수단 정보를 사용하여 결제를 끝내고 모든 구독 관리도 앱 스토어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앱이 설치되기 전의 공정에서는 앱스토어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이 공정에 대한 오너십에는 별로 흥미는 가지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앱이 설치된 후의 공정에 관해서는 오너십의 폭을 늘리고 싶을 것입니다. 에픽의 경우처럼, 결제 프로세스를 컨트롤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며, 애플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서가 아닌, 사용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도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베네딕트 에반스 씨가 말한 것처럼, 애플은 모든 공정에 있어서 번거롭지 않고 아주 수월한 (fricionless)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용자 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서비스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Fast라는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사용하면 사용자는 결제 수단 정보를 자신이 관리함으로써, 복수의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 결제 정보를 따로 입력하지 않고도 쉽게 결제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Bolt에서도 비슷한 경험 및 ID 관리 설루션을 제공합니다. 앱을 개발하는 회사들은 향후 이러한 솔루션을 사용함으로써, 앱을 설치한 후의 공정에 있어서 애플과 동급의 고품질의 유저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소송은 모바일 앱의 세계에서 프랑스혁명의 바스티유 습격과 같은 이벤트가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에픽에게는 소송 결과에 관계없이 잃을 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들은 패배하더라도 30%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앱스토어에 게임을 다시 올릴 수 가능성은 계속 갖게 될 것입니다. Fortnite의 모바일 버전을 출시한 후 2년 사이에 10억 달러(약 1.1조 원)를 벌었기 때문에, 다시 앱스토어에 부활할 수 만 있다면 최악의 경우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큰 수익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한편, 애플은 이기든 지든 에픽과 Spotify처럼 30%의 수수료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많은 회사들이 현재의 관행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시할 것입니다. 그리고 혹시 앱스토어가 앱 설치 후 공정에서 컨트롤을 잃는 날이 오게 되면, 신흥 스타트업들은 애플에 뒤지지 않는 사용자 경험을 즉시 제공하여 애플의 빈 곳을 신속하게 채워 나갈 것입니다. 

본 글의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벤처투자가 김영록입니다. 한국에서 자랐고, 일본에서 20대를 보냈으며, 30대인 지금은 실리콘밸리에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람, 정보, 그리고 자금을 연결하는 것이 저의 미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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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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