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의 플라잉카 시장 잇단 참전…그럴 만한 이유

항공기 제조 분야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혼다는 지난해 전기식 수직이착륙(eVTOL)기 및 전기교통 생태계 개념을 공개한 자동차 회사 중 하나다. (사진=혼다)

최근 몇 년 새, 전 세계 250여개가 넘는 전기 수직이착륙(eVTOL) 기반 에어택시(플라잉카) 개발 업체들이 2025년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현대는 물론 일본 혼다, 토요타, 유럽의 스텔란티스, 다임러(메르세데스 벤츠), 포르셰 등이 에어택시 시대를 내다본 대규모 자본 투자나 제휴로 에어택시 시대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이달 초에도 브라질 다국적 항공기 제조사 엠브레어의 이브 에어 모빌리티와 독일 포르셰가 이브에어의 eVTOL기의 글로벌 제조 및 거시 전략에 협력키로 발표하는 등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바로 지금이 플라잉카 산업의 성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자본 및 전문 지식 투자의 시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 관련 업체와 eVTOL기 업체 간 협업 목록을 보면 ▲스텔란티스(구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미국 아처 에이비에이션 간 제휴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와 독일 릴리움 협업 ▲메르세데스-벤츠 모기업인 다임러와 독일 볼로콥터 간 제휴 ▲토요타가 미국 조비 에이비에이션 에 투자 ▲일본 스즈키의 eVTOL 스타트업 스카이 드라이브 지원이 있다. 여기에 자체 eVTOL 생산 업체로는 ▲현대차그룹의 산하 eVTOL 자회사 슈퍼널 출범 ▲혼다의 자체 에어택시 생산 계획 등이 꼽힌다.

그렇다면 자동차 업계가 전기식 수직이착륙(eVTOL)기에 그토록 큰 비용을 투자하면서까지 큰 관심을 쏟는 좀 더 구체적인 이유는 뭘까.

투자자들이 eVTOL 개발에 수억달러 규모의 천문학적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기에 ‘자동차 업계가 왜 그렇게 eVTOL기에 관심이 많은가?’라는 질문은 자연스럽다.

플라잉 매거진은 최근 자동차 업계가 eVTOL기 기반 에어택시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투자와 제휴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를 크게 5가지로 봤다. 즉, 모든 교통수단 전기화에 따른 사업확장성, 제조 전문성 살리기, 전기차와의 중첩에 따른 시너지, 브랜딩 기반 승객 수요 살리기, 통합될 교통 생태계다.

이같은 자동차업체들의 에어택시에 대한 관심 요인은 몇몇 주요 eVTOL기 개발사들의 향후 몇 년 내 항공기 인증 획득 목표 및 프로그램 강화 움직임과 맞물리고 있는 상황이다. eVTOL기 개발업체들과 부품 공급업체, 투자자 및 컨설턴트는 물론 여러 부분에서 자동차 회사와의 협력은 더욱더 자연스레 흘러가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eVTOL기에 진심인 이유를 조목조목 살펴보자.

모든 교통수단 전기화와 그에 따른 사업 확장성

자동차회사들은 자동차와 비행 교통수단의 전기화 경향에 따라 두 가지 모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포르셰는 무니에어크래프트 컴퍼니와 제휴해 지난 1955년 자사 엔진을 사용하는 비행기를 소개했다. 이후 무니 M20 비행기시리즈를 무려 1만1000대나 생산했다. (사진=위키피디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없애기 위한 전기화 노력이다 전기 자동차와 전기 트럭의 등장에 따라 일부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는 물론 항공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교통수단을 전기화할 가능성에 깊이 끌리고 있다. 즉, 확장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 자동차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0년 조비(Joby)와의 협업을 발표한 뒤 “항공운송은 그동안 토요타의 장기적인 목표였으며 우리가 자동차 사업을 계속하는 동안 이 협약은 우리의 목표를 하늘로 향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회는 주로 이산화탄소 무배출 차량과 항공기를 만들어 운송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려는 움직임에 의해 추진된다.

제조 전문성 살리기

세계 5위 자동차 회사 스텔란티스의 칼로스 타바레스 CEO가 제휴사 아처 에이비에이션을 찾았다. (사진=아처 에이비에이션)
메르세데스 벤츠는 볼로콥터와 제휴해 유럽에서 첫 플라잉카를 서비스할 계획이다. (사진=메르세데스 벤츠/다임러)
스즈키의 지원을 받는 스카이 드라이브사의 1인승 eVTOL기. (사진=스타이드라이브)

자동차 업체들이 eVTOL업체와의 산업 협력을 늘리는 또다른 큰 이유로 제조 전문성 살리기를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주요 eVTOL 개발자들은 엄청난 항공기 개발 및 제작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 만큼 제조 및 비행 운영을 확장할 계획이다. 결국 일부 회사들은 수만 대의 항공 택시를 생산하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이것은 전통적인 비행기 제조사의 생산량보다 훨씬 더 많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 및 공급망 전반에 걸친 최적화가 필요하다.

도이치방크의 에디슨 유 에어택시 업계 분석가는 “이는 자동차 산업 규모, 생산, 그리고 움직임과 훨씬 더 유사하다. 자동차 회사들은 자신들의 전문 지식이 매우 복잡한 차량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잠재적으로 수익성 높은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러한 기업에 제조 역량을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사실 전문가들은 시장이 거기에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도시항공교통(UAM)의 전체시장규모(TAM)가 1조달러(약12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에디슨 유는 “솔직히 아무도 그것이 얼마가 될지 모른다. 나는 UAM만으로도 1조달러나 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기차와의 기술 중첩에 따른 시너지 찾기

에어택시 개발은 급부상중인 전기차 기술과 여러 방면에서 겹친다. 기아 전기차 EV6가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사진=현대차그룹)

에어택시 개발은 또한 급부상중인 전기차(EV) 공간과 다방면으로 겹친다.

eVTOL기에 필요한 고성능 배터리 시스템은 전기차보다 훨씬 강력하겠지만, 배터리 셀 개발 및 비용 전반에 걸쳐 가치 있는 시너지가 있을 수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eVTOL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고 비용을 낮추는 데 더 능숙해질 것이다. 가용 노동력과 잠재적 직원들이 자동차와 eVTOL기 분야에서 겹친다는 점도 잊으면 안된다.

선도적 eVTOL기 개발자들은 최근 테슬라와 자율주행차 타이탄 프로젝트를 수행중인 애플과 같은 회사의 파워트레인 및 배터리 시스템 전문 기술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브랜딩 기반 승객 수요 살리기

세계적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 브랜드 파워를 배경삼아 매력있는 에어택시 사업을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세계 5위 자동차회사 현대차그룹의 에어택시 자회사 슈퍼널도다르지 않다. (사진=현대차그룹/슈퍼널)

이 분야 리더들은 승객이 eVTOL기를 어떻게,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문제를 자주 논의하고 있다. 사실 승객들이 새로운 형태의 항공 교통수단을 타는 것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에 대해 많은 의문들이 있다.

그렇다면 누가 유리할까. 신뢰할 수 있는 명성을 가진 잘 알려진 자동차 브랜드를 가진 항공기를 조종하는 항공 택시 운영자가 유리할 수 있다.

에디슨 유 분석가는 “승객들이 이전에 들어본 적이 있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브랜드를 가진 어떤 것을 더 기꺼이 타고 비행하려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이는 매력적 결과를 낼 수 있는 훌륭한 시장 조사 설문이다.

통합된 교통 생태계(Transportation Ecosystem)

혼다는 항공분야의 초보가 아니다. 7~8인승 비행기인 HA 420 혼다젯(Honda Jet)은 지난 2003년 첫 비행후 2021년까지 200대 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일부 자동차 업계 리더는 두 분야가 결국 통합된 운송 생태계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는 항공분야에 경험을 가진 일부 자동차업체들의 경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혼다와 포드가 그 사례다.

지난해 혼다는 승차공유 앱에 의해 조정될 전체 전기운송 생태계에 대한 개념을 공개했다. 이 아이디어는 eVTOL기 업계와 자동차 산업계 모두가 협력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 사례를 제시한다. 즉, 지상과 공중을 가로지르는 매끄럽게 연결된 운송 서비스를 통해 환경 친화적 이동성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혼다는 이미 혼다 제트(HondaJet) 생산으로 항공 분야에서 명성을 쌓았다. 미쓰비시 또한 항공기 제조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전통이 그들을 eVTOL 파트너십에서 더 가치 있는 파트너로 만들어 줄까?

에디슨 유 분석가는 “이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약간 과대평가돼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오히려 빠르게 움직이고 올바른 팀을 갖는 것에 대한 문제다. 인증 측면에서는 유산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기보다 큰 장점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분석가들은 도요타와 조비 에비에이션이 강력한 조합을 만든다는 데 동의하는데, 이는 주로 그들의 오랜 파트너십 기간과 도요타의 전설적인 제조 및 생산 과정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처 에비에이션과 스텔란티스 간 파트너십도 이 브랜드에 포함된 전설적인 크라이슬러, 지프, 닷지같은 자동차업체들의 유산을 들어 상당히 가치 있는 협업이라고 말한다.

비행기 제조경험이 반드시 유리한 것 아닐 수도

비행기 사업을 해 본 자동차업체들은 eVTOL사업이 역사적 선례를 통해 자동차산업과 에어택시와의 시너지가 강력한 결합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려 할 것이다. 포드는 1925년부터 1933년까지 총 199대의 트라이모터(사진)를 생산했다. (사진=위키피디아)

포드는 초기에 비행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결국 포드 트라이 모터(Ford Tri-Motor) 비행기를 제조하면서 1933년 대공황 이전까지 두 부문을 아우르는 주요 업체이기도 했다. 포드가 만든 ‘주석 거위’란 별명의 트라이모터 비행기는 상업적 항공 여행이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포드는 대공황으로 상업용 항공기의 생산을 중단하게 됐다.

이후 전통적 항공 제조업체와 자동차 제조업체 간 협력은 산발적으로 이루어졌다. 유럽 대표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포르셰는 1980년대 말에 무니 항공기 회사(Mooney Aircraft Company)와 제휴해 1990년까지 포르셰 엔진을 사용하는 무니 M20L 또는 무니 PFM을 개발했을 정도로 간헐적 협력은 이어졌다.

역사적 선례와 명백한 시너지 효과를 감안할 때 에어택시 개발자와 자동차 제조업체 간 협력은 강력한 결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시점은 향후 긴 시간에 걸쳐 치열한 경쟁 끝에 eVTOL 에어택시 산업이 결실을 맺는 때가 될 것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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