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법? "글로벌 시장 진출이 정답"

황라열 힐스톤 대표 "스타트업에 국경은 없다"
벤처 발굴에서 MZ세대 위한 디지털자산 투자사 일굴 것

'테마버스 X NFT 인사이트 2022'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황라열 힐스톤 대표 (사진=테크42)

사모펀드 형식으로 국내외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크립토펀드 힐스톤(hillstone)을 이끌고 있는 황라열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창업을 시작해 20년째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과 스타트업 운영 경력을 쌓은 연쇄 창업가이자 창업 투자자다.

보통 금융/마케팅 경력자 혹은 이른바 엑시트(exit)에 성공한 창업가가 주축을 이루는 벤처 투자 분야에서 그의 이력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특히 새로운 산업 카테고리라 할 수 있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연쇄 창업가 출신 스타트업 투자자는 결코 흔하지 않은 편이다.

스타트업 투자, 그것도 국내에선 생소한 블록체인 스타트업 투자에 발을 들인 계기에 대해 그는 "대개 그렇듯 지난 2017년 블록체인 분야를 처음 접했다. 90년대 후반 인터넷의 등장 때처럼 블록체인 역시 '부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혁신적인 변화'라는 확신을 했다"고 입을 열었다.

ICT 갈라파고스 한계 벗어냐야… 글로벌 시장이 돌파구

당시 앱 개발사 크레이지랩을 이끌던 황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의 약점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국내 로컬 시장에만 목을 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여겼다. ICT 산업의 갈라파고스 화가 굳어질 무렵이다. 오히려 전통 제조업은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데 반해 첨단이라고 자부하는 ICT 산업은 외국 기술과 동향을 곁눈질하고 수입하기 급급할 뿐,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가 크지 않았던 것.

2017년 블록체인 산업이 일어나자 국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성장을 돕기 위해 투자사 라이선스를 확보, 지금의 힐스톤을 설립했다. 2017~2018년 암호화폐 시장 호황기 1000억 규모의 블록체인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 기업을 찾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물론 시작부터 순조롭진 않았다. "2018년 하반기부터 암호화폐 시장 침체기가 오면서 옥석이 가려졌다.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발굴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순히 암호화폐 시장 침체가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어려움과 직결되진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의 관심은 기존 사업에 어떻게 블록체인 기술을 연결하느냐였다. 그 자체로도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지만, 투자 관점에선 더 잠재력이 크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야 한다. 사람과 기술, 경영철학 모두가 블록체인 네이티브인 기업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 그간의 투자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다.

황라열 대표는 힐스톤의 투자 포인트에 대해서는 '공부하는 스타트업'이라고 규정했다. 블록체인 기술뿐만 아니라 해외 동향과 기술 트렌드, 시장 진출 전략, 마케팅 등 종합적인 안목을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인도의 한 모바일 메신저 기업이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지사를 설립했다고 가정하자. 그 기업이 가장 먼저 공부해야 할 것은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에 대한 분석과 대응 전략 없이 한국 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 반대 사례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 해당 시장을 공부해야 한다. 기술만 뛰어나다고 해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테마버스 X NFT 인사이트 2022'에서 패널 토론에 나선 황라열 힐스톤 대표 (사진=테크42)

힐스톤은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1년간 13개 이상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32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초기 투자에 집중된 만큼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성장 잠재력을 지닌 기업을 엄선해 투자했다고 한다. 투자는 메타버스, NFT, 블록체인 등 원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고르다 보니 국내 기업보다 해외 기업이 주를 이뤘다.

무엇보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덕목에 대해 황 대표는 '글로벌'이라고 답했다. 황 대표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시장에서 국경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무엇을 개발하고 팔든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심 투자 분야에 대해서는 "채굴 등 블록체인 인프라, 분산 컴퓨팅, P2E 게임, NFT 등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투자를 진행한다. 최근 강한 규제 압박을 받고 있지만 P2E 게임 역시 유망한 분야다. 한국에선 규제 문제가 걸림돌이지만 해외 시장으로 가면 된다. 게임 서비스는 글로벌이 답이다"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시장 침체 오래가지 않을 것" 블록체인 투자는 꾸준히 지속

연말연초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시장 전망에 대한 질문에 황 대표는 "불황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미국 증시 커플링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등 경기 민감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비록 암호화폐 시장은 어렵지만, 블록체인 투자 시장까지 얼어붙은 것은 아니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크립토 투자 펀드 등 블록체인 투자 시장은 여전히 투자 열기로 뜨겁다. 유명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에 열심이다. 다만, 지난해보다 규모가 다소 줄고 검증 과정이 늘었을 뿐이다. 오히려 투자는 현재 같은 하락기가 오히려 적기"라며 "특히 부동산 등 기존 자산 투자 침체와 규제 이슈 탓에 암호화폐 분야에 대한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힐스톤의 비전에 대해서 황 대표는 '금융'이라는 단어를 앞세웠다. 전통 금융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제도권 금융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디지털 자산에 더 경험과 관심이 많은 MZ 세대를 위한 디지털자산 투자사가 되겠다는 것이 힐스톤의 목표다.

황라열 대표는 "지금 20~30대 MZ세대는 전통 금융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이들이 한국 경제의 핵심 세대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금융 시스템도 변할 것이다. 소비자가 변하니 공급자도 변할 수밖에 없다. 현재 오프라인 은행 창구가 장노년층을 위한 전용 창구화가 되듯. 10년 내 금융계도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인터넷이 산업의 변화였다면, 블록체인은 금융의 변화"라며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와 투자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추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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