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선이 기본시험을 거쳐 감항성 승인을 받으면서 가혹한 시험비행을 앞두고 공개됐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의 후원을 받는 기업 LTA 리서치가 만든 이 거대한 항공기의 길이는 보잉747의 거의 2배인 400피트(약 122m)에 이른다. 패스파인더1(Pathfinder 1)으로 불리는 이 항공기는 수직으로 이륙하기 위해 100만 입방피트(28만여 리터)의 헬륨을 사용한다. 1937년 힌덴부르크 호의 뉴저지 공항 착륙시 폭발참사 이후 등장한 세계에서 가장 큰 이 항공기가 캘리포니아에서 첫 비행 시험을 막 시작했다. 패스파인더 1은 드론에서 응용된 기술 덕분에 놀라울 정도로 비행이 쉽고 언제든 한 명의 조종사만 있으면 비행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항공기는 과연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힌덴부르크 비행선의 기억
1900년 7월 2일 독일 체펠린 백작이 유명 휴양지 콘스탄체 호숫가에서 LZ1 비행선의 시험비행을 성공시키며 1930년대까지 비행선 전성시대가 이어진다.
비행선 전성시대는 1937년 5월4일 LZ 129 힌덴부르크호가 독일을 출발해 미국 뉴저지 레이크 허스트 해군비행장에 착륙을 시도하다 비행선 내부에 저장한 수소가 폭발하는 대참사로 이어지면서 종언을 고한다.
이 사고로 승객 13명과 승무원 22명, 그리고 지상 근무요원 1명 등, 총 36명이 사망하였다. (62명의 승객이 살아남았다.) 최근 미국의 한 대학교수는 힌덴부르크 참사 원인에 대해 뉴욕의 비내리고 바람부는 불순한 기상상태에서 비행선 계류용 끈과 지상 정전기가 스파크를 일으켰고 비행선으로 타고 올라고 내부 저장 수소를 폭발시킨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힌덴부르크호 폭발사고는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의 촬영 사진과 영상 촬영 필름으로 전세계에 생생하게 전해졌고 이후 여객 수송용 비행선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이제 구글 창업자의 후원으로 등장한 세계 최대의 비행선이 저탄소 지속가능성 시대의 새로운 운송수단으로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시대에 재등장한 비행선
지구에서 가장 큰 패스파인더 1호(Pathfinder 1)가 캘리포니아에서 첫 비행시험을 시작하면서 공개됐다.
길이가 400피트(122m)에 달하는 이 거대한 비행체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항공기인 보잉 747-8 쿼드젯의 두 배에 가까운 길이를 자랑한다.
이 비행선은 약 100만 입방 피트(28만 3000 리터)의 헬륨과 12개의 전기 모터를 사용해 수직 이착륙하며, 최대 시속 120km를 자랑한다. 보잉 747는 시속 1000km정도로 비행한다.
이 거대한 비행선은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의 지원을 받는 회사인 LTA 리서치에 의해 만들어졌다.
제작자들은 이 비행선이 언젠가 항공 여행과 운송의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1937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선
패스파인더 1호는 1937년 당시 세계 최대 비행선이던 LZ 129 힌덴부르크호(길이 245m) 의 폭발 참사로 비행선 제작이 중단된 이후 만들어진 가장 큰 항공기다.
이 비행체는 보잉 737기 세 대만큼 크고, 심지어 로켓을 궤도로 운반하기 위해 사용되는 스트레이토론치 비행기조차 왜소하게 만들 정도다. (물론 1937년 폭발한 세계최대 LZ 127 힌덴부르크호의 약 절반에 불과하다.)
1937년 폭발한 힌덴부르크호 내부에는 헬륨대신 가연성이 매우 높은 수소로 가득 차 있었지만, 패스파인더 1의 13개 에어백에는 안전하고 반응성이 없는 헬륨이 들어간다.
당시처럼 현재에도 헬륨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요동치는 가운데 패스파인더 1에 이 가스를 채우는 데는 25만~100만 달러(약 3억3000만~13억 원)의 비용이 든다 .
패스파인더 1은 13개의 립스탑 나일론 백이 1만개의 탄소강화섬유 봉과 3000개의 티타늄 허브로 이뤄진 골격을 통해 제자리에 고정된다. 그런 다음 전체 프레임을 테들러(Tedlar)라는 합성 소재로 감싸는데, LTA 리서치는 이 소재가 자외선과 화재에 강하다고 주장한다. (립스탑 나일론은 크로스 해치 패턴으로 엮어진 경량 나일론 직물이다.)
LTA 리서치는 첨단 라이다 기술을 이용해 풍선에 담긴 가스의 양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고 밝혔다.
패스파인더 1은 드론에서 응용된 기술 덕분에 놀라울 정도로 비행이 쉽고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 by wire)’ 조이스틱 시스템을 사용해 언제든 한 명의 조종사만 있으면 비행할 수 있다.
패스파인더 1의 성능
패스파인더 1은 하루에 수백 마일이 넘는 거리로 수톤의 엄청난 화물을 운반할 수 있지만 현재는 지상에서 수십cm 떨어진 곳에서 떠다니는 것으로 비행이 제한돼 있다.
이 비행선 설계자들은 링크드인에서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LTA 리서치 팀은 개념 증명 비행선 패스파인더 1의 안전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엄격한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패스파인더 1호는 지난 9월 특별 감항증명을 발급받은 이후 모펫 비행장, 팰러앨토 공항, 샌프란시스코 만 일부에서 1단계 비행시험을 진행해 왔다.
지난 9월 8일 패스파인더 1호는 이동식 삼각대에 묶인 채 첫 시험 비행을 하면서 내내 땅에서 떨어져 있었다.
향후 테스트를 통해 이 비행선은 1500피트(457m)까지 올라가 샌프란시스코 만의 물 위를 여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패스파인더 1호는 지난 2016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으며 LTA 리서치는 현재 패스파인더 3호라고 불리는 더 큰 항공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물 및 승객 수송, 그리고 인도적 긴급 지원에 투입
LTA 리서치의 목표는 화물이나 승객을 수송하거나 긴급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비행선을 보유하는 것이다.
LTA 리서치는 웹사이트에서 패스파인더1의 랜딩 기어가 “구호용 물이나 기계와 같은 무거운 화물에 입증된 강력한 댐퍼와 바퀴를 사용한다”고 쓰고 있다. 또 “이착륙 장치는 인도주의적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의 공동 창업자는 재난 시 긴급 지원을 제공하는 글로벌 지원 및 개발(Global Support and Development)이라는 비영리 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는 브린이 남태평양에서 사이클론이 발생하자 자신의 슈퍼요트를 사용해 의료진을 배치한 후인 2015년에 설립됐다.
비행선이 기존 항공기를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패스파인더 1의 제작자들은 비행선이 현재의 항공 여행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주장한다.
앨런 웨스턴 LTA 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비행선이 항공기를 대체하는 것은 볼 수 없지만 항공 여행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운송 아키텍처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있다”고 말한다.
항공 여행의 미래로 비행선에 투자하는 회사는 LTA 엔지니어링 뿐만이 아니다.
지난 9월 프랑스 유로 에어쉽은 150m 길이의 태양광 발전 항공기를 만들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고래 모양의 솔라 에어쉽 원은 태양 에너지와 수소를 사용하여 25개 이상의 국가를 멈추지 않고 여행하게 된다. 맨 아래에서 유로 에어쉽 소개 영상을 볼 수 있다.
1783년 몽골피에 형제의 최초의 유인 기구, 1852년 엔진추진력을 이용한 최초의 비행선 발명, 1902년 체펠린 비행선 비행 성공, 1903년 라이트 형제의 인류 최초 동력 비행기 비행 성공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비행수단 발명과 발전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어느 새 인류는 그러한 비행수단을 포함한 화석연료 기반의 문명 발전이 가져온 지구온난화 위기와 탄소 저감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다. 지속가능성 문제 해결에 나선 인류는 느려지는 비행선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