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서 만난 사람] 조형래 도르 대표 “틱톡을 넘어서는, 게이머를 위한 글로벌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고교시절부터 창업 꿈꾸며 개발 동아리 만들어, 짧은 대학 시절 게임 동아리 설립 역시 ‘창업을 위한 빌드업’
아프리카TV PD 출신, ‘리그오브레전드’ 마스터 티어급 이용자… 8번의 피보팅 거쳐 ‘도르(DOR.GG)’ 개발
출시 3개월 만에 60만명 이용자가 1억개 플레이 영상 제작·공유, 월평균 MAU 40만명, 만들어지는 영상만 6000만개

세상 사람들을 나누는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 게임은 명확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기준이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과 게임을 아예 하지 않은 사람’과 같은… 굳이 변명하자면 기자의 게임 경험은 그 옛날 20대 시절 또래 사이에 들불처럼 유행하던 ‘스타크레프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한번은 게임 관련 비즈니스를 시도하던 모 스타트업 대표에게 비루한 ‘스타크래프트’의 기억(그나마 가장 쉽다는 ‘프로토스’ 유저)을 털어 놓다가 단번에 밑천을 드러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 게임 관련 기자의 유형은 ‘아예 하지 않은 사람’으로 입장 정리가 됐다. 그래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혁신을 이뤄내는 스타트업들을 만나는 현재도 유독 게임 분야에서 아이템을 발굴해 사업화하는 스타트업과의 만남은 은근한 자격지심이 앞서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분야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사업화하는 창업자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하기도 한다. 바로 정말 게임을 좋아하는 ‘진정성’과 유저의 니즈에만 집중하는 ‘몰입’이다. 조형래 도르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비범하지 않은 말투 속에 그가 얼마나 많은 생각과 준비로 이 사업을 진행해 왔는지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DOR.GG' 다운로드 페이지.

도르가 선보인 것은 개인 게임 화면을 영상으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게이머를 위한 소셜미디어 ‘DOR.GG’다. 게임에는 능숙하지만 영상 편집의 전문성은 없는 게이머들이 쉽게 자동으로 자신의 게임 플레이를 녹화하고 하이라트로 제작해 공유할 수 있게 한다. 단순한 듯한 서비스 프로세스에 언뜻 의구심이 들지만, 도르의 시도는 이미 놀라운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정식 버전이 출시된 지난해 8월 이후 3개월 만에 60만명 이상이 ‘DOR.GG’에 들어와 1억개의 플레이 영상을 만들어 공유한 것이다. 현재는 월 40만명의 유저가 들어와 평균 6000만개의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는 지표를 보이고 있다. 게임에는 젬병이지만 지표를 들으니 눈이 번쩍 뜨였다. B2C(개인 고객 대상 비즈니스) 사이드에서 분투하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것이 사용자 확보와 꾸준히 충성도를 보이는 액티브 유저 아니던가? 더구나 시작부터 글로벌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는 ‘DOR.GG’는 미국, 일본을 비롯해 해외 유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게임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해서 시작한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조형래 도르 대표를 아산나눔재단 창업가 플랫폼 ‘마루360’에서 만나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2년간 8개의 게임 관련 아이템 사업화 시도…열정으로 만든 ‘DOR.GG’

조형래 도르 대표는 “2021년 8월에 직장을 퇴사하고 카페에서 첫 아이템의 MVP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사진=테크42)

“마루360에 입주한지 이제 2개월 남짓인데 너무 위치도 좋고 좋은 스타트업들이 함께하고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다른 스타트업이 노력하는 걸 보면서 저희도 자극을 받고 조언도 많이 구하고 응원도 받고 있어요. 굉장히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마루 입주사로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도르 팀이 창업을 한 것은 지난 2021년 8월의 일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개발자 중심의 파운더들이 뭉쳤고, 오로지 게임만을 바라보며 여러 사업 아이템을 검토했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그 기간 동안 도르 팀이 사업화를 시도한 아이템은 무려 8개에 이른다. 조 대표는 “2021년 8월에 직장을 퇴사하고 카페에서 첫 아이템의 MVP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첫 아이템은 B2B 서비스로 스포츠나 게임을 ‘세이버매트릭스(Sabermetrics, 1971년 8월 밥 데이비스가 창시한 미국야구연구협회에서 만든 방법론, 야구에 게임이론과 통계학을 적용해 분석하는 것이 특징이다)’처럼 분석해 주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스포트 구단이나 게임단이 아직은 맨 파워로 운영되는 편이라 데이터 분석 툴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황이었어요. 그 땐 피보팅이라는 단어도 모르고, 안되겠다 싶어 다시 새로운 아이템을 시도하며 빠르게 검증을 반복했죠.”

8번의 피보팅이 이어지며 비즈니스 모델은 B2B에서 B2C로 변경됐다. 적어도 게임 분야에서는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더 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DOR.GG’의 아이템은 그 과정에서 발굴됐다. ‘게임 플레이 영상을 쉽게 편집하고 공유하게 한다’는 단순한 서비스 아이템은 창업 이전까지 아프리카 TV PD로 근무했던 조 대표가 경험한 게이머들의 페인포인트에서 비롯됐다.

'DOR.GG'는 정식 론칭 이후 3개월 만에 60만명의 유저를 확보하며 단숨에 인기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저는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 소비가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라고 봤어요. 하지만 이런 욕구들이 유독 게임 분야에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죠. 유튜브와 트위티 같은 곳에서 게임 콘텐츠가 많이 공유되고 소비되고 있지만, 저희는 이 시장이 더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제가 PD로서 영상 편집을 해 본 입장에서 게임 영상 편집은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고강도의 노동이거든요. 더구나 크리에이터를 위한 서비스는 있었지만 게이머를 위한 서비스는 아직 없었어요. 니즈는 충분했고,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죠.”

도르 팀은 자동화를 통해 복잡한 녹화 및 편집도구를 활용하지 않아도 쉽게 게임플레이 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앞서 8번의 시행착오는 고스란히 인사이트로 남아 적용됐다. 함께한 모두가 게임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니아 입장에서 접근하니 디테일한 게이머들의 니즈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동력이 됐다. 그렇게 ‘DOR.GG’의 MVP를 선보인 것이 지난해 1월이다. 이후 PoC(개념검증)과 베타테스트를 하면서 니즈를 확인한 끝에 정식버전을 내 놓은 8월, ‘DOR.GG’는 게이머를 위한 소셜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3개월만에 6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유입되며 1억개 이상의 게임 플레이 영상이 공유된 것이다. B2C 서비스로서 쾌조의 출발이 아닐 수 없지만, 조 대표는 겸손을 내비쳤다.

“저희 스스로는 아직 잘 한다기보다는 이제 성장할 수 있는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제 시작인 만큼 지표도 더 늘어날 여력이 많이 남아 있다고 봅니다. 지금도 게이머들의 니즈를 지속적으로 파악하며 기능을 개선해 나가고 있죠. 저희 팀의 장점은 빠른 속도감이거든요. 한편으로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DOR.GG’ 서비스를 통해 새삼 확인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간 어려운 편집이 벽으로 작용했던 거죠. 이 문제를 해결하며 저희는 ‘DOR.GG’를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많은 잠재력 있는 게이머들이 가장 첫 번째 접하는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입니다.”

고교시절부터 시작된 창업의 꿈, 짧은 대학 시절을 거쳐 현업에서 내공 쌓아

조 대표가 창업을 꿈꾼 것은 오래전, 고교 시절부터였다. 책과 수학, 게임을 좋아하는 10대 시절부터 위인전을 즐겨보며 ‘인류의 삶을 한 발짝 더 나아가게 하는 일’을 고민했고, 창업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개발에 관심을 갖고 ‘코딩 동아리’를 결성했고, 그 인연은 지금의 도르까지 이어졌다.

“코파운더 두 분이 모두 제 고등학교 동창이예요. 저 빼고 모두 개발자죠. 고교 시절 함께 코딩 동아리를 만들고 제게 코딩을 가르쳐줬던 친구가 회장을 맡았어요. 그때 함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도르도 함께 시작할 수 있었죠.”

고교시절부터 동아리를 결성할 정도의 남다른 추진력은 대학 시절에도 이어졌다.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에 입학한 그는 공부 보다 다른 곳에 관심이 있었다. 바로 게임 분야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는 일이었다. 조 대표는 “대학 생활 자체가 창업을 위한 빌드업이었다”며 당시를 돌이켰다.

조 대표는 당장의 수익화보다는 게이머들이 ‘DOR.GG’ 내에서 얼마나 많은 인터랙션을 하고 있고 얼마나 많이 모이고 있는가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익 모델은 이용자가 충분히 모이고 난 이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테크42)

“사실 학교에 입학하고 6개월만에 휴학을 했어요. 그리고는 교내에 ‘GG’라는 이름의 e스포츠 동아리를 만들었죠. 당시에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학교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동아리를 만들자 마자 단숨에 200명 정도가 가입하더군요. 이들과 뭘 할까 생각하다가 기업의 스폰서십을 유치해 게임 대회를 열기도 하고 여러 게임팀을 만들어 대학생 대회에 출전시키기도 했어요. 많은 팀들이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같은 게임 대회에서 전국 1등을 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국가대표가 돼 세계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죠.”

그렇게 1년여 간 학교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그는 졸업 대신 중퇴를 선택했다. 창업을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게임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제 스스로 e스포츠 분야에서 임팩트를 만드는 경험을 하면서 기업에서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창업을 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이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것인데, 졸업까지 기다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스포티비(SPOTV)’에서 ‘게임즈’라는 방송을 담당하는 회사에 입사한 조 대표는 PD로서 경력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이후 아프리카TV에서 게임’ 발로란트’ PD 등을 거치며 ‘창업의 꿈’을 가슴에 품은 채 3년간의 직장 경험을 쌓았다.

3억명 이상의 게이머가 이용하는 글로벌 서비스로 만들 것

‘게이머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지금도 도르 팀의 ‘DOR.GG’ 서비스 고도화는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한국 게이머들을 우선 확보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해외 유저들의 유입량도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정식 론칭 이후 채 반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월 평균 40만명의 활성 사용자들이 6000만개의 게임 플레이 영상을 제작해 공유하고 있고 그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중인 상황이니 만큼 도르 팀이 구상하는 수익 모델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졌다. 적잖은 이용자를 확보한 만큼 메타의 ‘페이스북’과 같은 광고 비즈니스도 가능하지 않을까? 조 대표는 “당장의 수익 모델 적용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현재는 후원 개념으로 일부 특수한 기능을 모아 솔루션 형태의 구독 서비스를 적용해보고 있어요. 사실 당장 돈을 벌기 위한 목적보다는 우리 제품이 정말 돈을 내고 이용할 정도로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기 위한 관점인 거죠. 감사하게도 꾸준히 저희 제품을 사용하던 분들을 중심으로 비용을 지불하시더군요. 일단은 저희 제품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정도의 시그널을 얻은 상황입니다.”

이어 조 대표는 당장의 수익화보다는 게이머들이 ‘DOR.GG’ 내에서 얼마나 많은 인터랙션을 하고 있고 얼마나 많이 모이고 있는가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익 모델은 이용자가 충분히 모이고 난 이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광고가 됐든 구독이 됐든 마켓플레이스가 됐든 시작은 유저들이 저희 제품을 잘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충분한 유저를 확보한 이후의 수익 모델은 사실 새로울 게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돈을 버는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을 구분하려는 편이예요. 저희 같은 서비스의 본질은 유저들이 니즈를 충족시키는 거죠. 물론 돈을 버는 방식에 대해서도 당연히 고민해야 하는 게 스타트업으로서 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은 열어 놓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마디로 수익 모델을 지금 단계에서 탐색하는 것은 오히려 약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도르 팀이 목표로 하는 글로벌 유저 규모는 3억명이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능가하는, 게이머를 위한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들의 비전이다.

실제 도르 팀은 ‘DOR.GG’를 게이머들의 틱톡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다시금 빌드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욱 쉽고 편리하게 게임 플레이 영상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간명한 목표에 매달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목표로 하는 글로벌 유저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인터뷰 말미, 남다른 비전을 털어 놓는 조 대표의 말 속에 다시금 ‘진정성’이 느껴졌다.

“사실 저는 5년 이상의 계획을 세우지 않아요. 매번 달라지고 변경이 되더라고요. 다만 장기적으로 한 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하고 있긴 합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그 이상의, 적어도 3억명 이상의 게이머가 사용하는 ‘게이머를 위한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거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인류를 한 발짝 더 앞으로’라는 미션을 가지고 살고 있어요. 제가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사명이죠. 우선 지금은 게이머들의 삶을 훨씬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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