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테크계 다크호스 버즈빌, 리워드 광고 넘어 SaaS 기반 솔루션으로 승부수

이성원 CPO “광고 업계 파란 일으킨 ‘허니 스크린’ 넘어 B2B 비즈니스로 역량 집중”
지난해 고객 중심의 조직개편, 양적·질적 역량 강화로 사업 영역 확장중
2021년 3배 성장, 올해 매출 1000억원 이상 무난, 내년 IPO 기대주로 주목
버즈빌은 B2C 방식의 리워드 광고 플랫폼 기업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막강한 기술 인프라를 보유한 B2B 애드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버즈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디지털 광고 분야는 큰 폭의 성장을 이어왔다. 온라인 영역의 광고 비중은 오프라인을 넘어섰고, 지속되는 뉴미디어 영역 확장과 더불어 향후에도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며 그간 급격히 팽창해 온 온라인 영역이 일시적인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옥석(玉石)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애드테크 업계는 그간 애플, 구글 등의 개인정보 정책 강화 기조에 대응해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분석 모델 구축과 더불어 맥락 타깃팅 등 직접적인 개인 정보 수집 없이도 광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수립해 오고 있다. 그야말로 디지털 광고 분야에서도 기술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그러한 애드테크 기업들 중 AI 기반 리워드 광고 플랫폼 기업으로 이름을 알린 버즈빌의 성장 가도는 유난히 눈에 띈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세를 떨치던 지난해 버즈빌은 연간 매출 945억원이라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배 정도가 늘어난 성과다. 올해 매출은 이미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30% 수준인 249억원을 기록,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버즈빌이 이처럼 놀라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버즈빌의 제품을 총괄하며 고객 중심의 조직 구조 개편과 문화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이성원 CPO(Chief Product Officer, 최고 제품 책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 차례 창업 성공한 능력자가 버즈빌에 합류한 이유는?

이성원 버즈빌 CPO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울트라캡숑'을 시작으로 '42컴퍼니' 등 2번의 창업을 감행한 바 있다. 현재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버즈빌에서 고객 중심의 조직문화 구축과 비즈니스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버즈빌)

이성원 CPO의 이력은 화려하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재학 시절 창업한 ‘울트라캡숑’은 토너먼트 방식의 이상형 매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함께 ‘너말고니친구’ ‘다이어터’ ‘마티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주목받았고, 이후 카카오에 매각됐다.

한동안 카카오에 몸 담았던 이 CPO가 다시금 세상으로 나와 도전한 분야는 리워드 광고였다. 2016년 42컴퍼니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그는 시작부터 우리나라가 아닌 인도, 파키스탄 시장을 무대 사업을 진행했다. 휴대폰에 ‘슬라이드’라는 앱을 설치하고 실행하면 휴대폰 잠금 화면에 광고가 나오고 사용자에게 그 대가로 일정 금액의 포인트를 주는 모델이었다. 한때 42컴퍼니 앱의 이용자는 인도에서 500만명, 파키스탄에서 100만명을 넘으며 주목 받았고 중동에도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후 이 CPO는 돌연 42컴퍼니의 매각을 선택했다. 이를 인수한 것이 현재 몸담고 있는 버즈빌이다. 이 CPO는 “끝이 아닌 연장선이다”며 그 과정을 설명했다.

“인도 등의 모바일 시장은 예측 이상으로 성장이 빨랐지만, 광고 시장의 성장은 그에 못 미쳤어요. 그러다보니 사람은 늘고 서비스는 성장하는데 결과적으로 비즈니스의 성장까지는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그러던 차에 유사 영역에서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하던 버즈빌과 연이 닿았고, 버즈빌이 42컴퍼니를 인수하는 방식이 되며 제가 합류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 42컴퍼니를 통해 하고 있던 도전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죠.”

버즈빌에서 그의 첫 역할은 ATF(Architecture Task Force) 팀을 이끄는 CAO(Chief Architect Officer, 최고 설계자)였다. 이전부터 대표이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관련 업무에 관여하기도 했었고, 그간 빠르게 성장해 온 버즈빌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한 번쯤 가다듬어야 할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지난해부터 CPO로 역할을 확장하며 설계를 넘어 제품, 나아가 조직과 문화까지 성장하는 회사에 걸 맞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는 단순히 어떤 제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보다 고객이 진짜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찾고 개발하는 프로세스를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팀들이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하면 그걸 정말 잘 만들 수 있는 조직 구조와 문화까지도 뒷받침되야 하거든요.”

변화 동력을 바탕으로 ‘허니 스크린’ 넘어 B2B 비즈니스에 총력

버즈빌은 지난해 전면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영역이라는 점에 착안해 고객이 다른 디멘드 사이드(광고주)와 서플라이 사이드(매체사)를 고객 중심 그룹으로 나누고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CPO는 이를 ‘버즈빌의 DNA에 고객 중심이라는 키워드를 탑재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사적으로 고객을 중심에 두고 조직 개편을 진행한 것이 꽤 의미 있는 변화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 덕분에 전체적인 시장의 성장에 맞춰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죠.”

이 CPO는 이와 같은 변화 동력을 바탕으로 버즈빌의 성공 모델인 ‘허니 스크린’을 넘어 애드테크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2C(소비자 대상 비즈니스)를 넘어 B2B(기업 대상 비즈니스), 더 나아가 B2B2C(기업과 기업간,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를 결합한 비즈니스)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 핵심에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마테크(Martech) 솔루션으로 최근 선보인 버즈 부스터가 있다.

버즈빌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마테크(Martech) 솔루션으로 최근 선보인 버즈 부스터.

“허니 스크린은 지금의 버즈빌을 있게 해준 정말 소중한 서비스죠. 하지만 한편으로 저희가 넘어야 할 벽이기도 해요. 저희가 B2C 서비스로서 허니 스크린과 더불어 B2B 서비스로 애드테크 플랫폼에 주력한지는 상당히 오래 됐어요. 이미 전체 매출 비중도 B2B 영역이 주도하는 상황이죠. 이제 버즈빌은 단순히 리워드 광고 플랫폼이라기 보다, 리워드를 탑재한 애드테크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PO를 통한 역량 강화 지속, 목표는 사용자에게 즐거운 광고 경험 제공

지난해 버즈빌이 특히 신경 쓴 것은 역량 강화였다. 초기 성장 동력이었던 리워드 모델과 더불어 AI 기술을 탑재한 디지털 광고 솔루션이 완벽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강화했고, 막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 제고를 위해 이제까지 확보한 운영 도구·기술력을 최대한 모듈화, 재사용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버즈빌은 매일 2억개 이상의 사용자 구매 및 행동 패턴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됐으며, 고도화된 AI 기반 타깃팅과 리워드 기술을 통해 일반 배너 광고 대비 4배 이상의 전환율을 달성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해에는 머신러닝 기반 AI 관련 특허 2건을 비롯해 13개국에 특허와 상표권을 포함 30건 이상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 CPO는 “이러한 자체 역량 강화는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통해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IPO는 저희가 목표로 삼은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저희가 구축한 리워드 광고 플랫폼을 비롯해 고도화 시킨 AI 역량 등 이런 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는 훨씬 더 많거든요. 보안과 안전성도 지속적으로 챙겨야 할 부분이죠.  

하지만 자체 기술을 확보한 애드테크 기업이라도 이른바 월드가든(Walled garden, 특정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콘텐츠를 제공하는 폐쇄형 네트워크 서비스)으로 일컬어지는 애플, 구글 등의 개인정보 정책 강화, 서드 파티 쿠키 제공 중단 등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 이 CPO는 “제대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애드테크라면 영향을 안 받는 곳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리타깃팅 광고 방식으로는 어려워지겠지만, 그 외에도 저희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론은 굉장히 다양하게 있어요. 맥락 타깃팅을 비롯해 퍼스트 파티 데이터를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도 있죠. 게다가 버즈빌은 다른 애드테크에 비해 리워드 모델을 비롯해 사용자들이 본인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게 끔 하는 다양한 노하우가 있어요. 그런 연장선에서 버즈빌의 지향점 중 하나가 바로 광고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거죠.”

다만 이와 별개로 이 CPO가 유난히 보수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다름 아닌 개인정보 관리다. 이 CPO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말과 함께 버즈빌의 개인정보 관리 방식을 설명했다.

“개인정보 보안은 정말 저희 같은 기업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버즈빌도 회사 내 정보 보안 자체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팀을 운영하고 있어요. 개인정보 암호화를 비롯해 정보 접근에 단계를 적용하는 것 등은 이미 저희 내부에서 너무 당연한 것이죠. 이것만 담당하고 바라보는 팀이 제대로 구성돼 있는가가 중요한데, 스타트업에서는 간과되기 쉬운 문제기도 하죠.”

버즈빌은 지난해 3배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올해 버즈빌의 매출 목표는 1000억원 이상이다. (이미지=버즈빌)

이처럼 버즈빌은 기본을 지키면서 새롭게 열릴 애드테크의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이 CPO는 “기술 고도화에 따라 현재 애드테크 모델은 커뮤니케이션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점점 더 줄여주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향후에는 복잡성을 띄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단순화에 대한 요구가 커질 듯하다”는 말로 향후 변화를 전망했다.

“사실 아직까지 디지털 광고의 다양한 부분에서 사람이 관여하고 있어요. 하지만 광고주가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비용과 그에 따른 효과죠. 여기에 부합해 애드테크 솔루션은 훨씬 제어가 쉽고 나머지는 시스템이 알아서 해주는 형태로 단순화, 자동화 될 거예요. 또 데이터 활용에 있어서도 데이터 클린룸과 같이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없으면서도 더 정밀하고 좋은 데이터를 뽑아내는 방식들도 생겨나고 있고요. 그 외에도 모바일과 웹을 넘어 커넥티드 TV 등 이전에는 도달하지 못했던 부분에도 디지털 광고가 확장·적용될 겁니다. 이에 대비해 버즈빌은 기존 문법을 뒤틀고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을 앞으로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예요.”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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