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승패 좌우하는 '드론'… 美 육사생도들은 드론을 어떻게 활용할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탱크를 저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튀르키예제 폭격 드론 바이락타르 TB2. (사진=위키피디아)

지난 2월 말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 이래 우크라이나군 대형 폭격 드론(무인항공기)들이 러시아군 탱크를 타격하며 전투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대형 드론과 달리 소형 드론이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최근 미육군은 소규모 지상군 전투에서 어떻게 드론을 활용하는지 보여주는 실제 훈련 과정의 일부를 공개했다. 미 육사 3,4학년 생도들이 소대급 소총 전투에 드론을 투입하고 활용하는 모습과 과정이었다. 생도들은 드론을 스스로 조립하고 필요에 따라 탑재물을 바꾸고, 전투 시 적을 식별하고, 아군의 위치를 확보하고, 간접 사격을 하는 데 드론을 활용했다.

이는 지난 6월, 여단급 최첨단 정예 부대인 '아미타이거'를 출범시킨 우리 육군은 물론 유관 교수진, 제조업체들에게도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해 보인다. 우리나라 육사와 해사도 인공지능(AI)을 교육하고 드론을 이용하는 내용을 커리큘럼에 담는다고 했지만 아직 자세한 훈련 과정은 발표되거나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달 초 미육군이 공개한 미 육사 생도들의 드론을 이용한 실제 소총 전술 기술 향상 훈련 내용을 최신 US아미닷컴 보도 내용을 통해 살펴봤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사진)은 지난 5월 21일 미육사 졸업식에 참석해 생도들에게 기술이 전쟁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하면서 드론 등 최첨단 기술 운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지난 5월 미군 최고위직인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대장)은 미 육사(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서 “기술이 전쟁을 변화시킬 것이다...미군은 낡은 개념과 무기에 연연할 수 없으며 세계 분쟁에서 승리하거나 필요하다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병력과 장비를 시급히 현대화하고 개발해야 한다. 졸업생들은 미군의 사고 방식, 훈련 방식, 전투 방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 임관된 소위는 미래의 육군 지도자로서 로봇 탱크, 배, 비행기로 전투를 벌일 것이고 인공지능(AI), 합성 연료, 3-D 제조 및 인간 공학에 의존할 것”이라면서 첨단 신기술이 사용되는 미래전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미육사 생도들은 어떻게 드론교육을 받고 있을까

마이클 노비츠키 미육사 전기컴퓨터과학과 조교수(박사)가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미 육사에서 열린 사관생도 리더십 육성 훈련(CLDT)에서 생도들에게 패럿 아나피 드론 조종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의 임무는 전투 훈련을 수행하는 동안 소대의 위치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가상 적을 감시하고 식별하는 것 등이다. (사진=미육군)

흔히 ‘웨스트 포인트’로 통하는 미 육군 사관학교는 뉴욕주에 있다. 미 육사는 전장에서 데이터 수집과 통신 방법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진화시켜 왔다.

US아미닷컴에 따르면 미 육사는 생도들에게 학과 전투 훈련 중 전술적 기술 향상을 위해 드론을 투입해 사용한다. 사관학교 직원들은 드론을 만들기 위해 부품을 주문했고, 코딩된 알고리즘을 프로그래밍해 생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을 제어하고 조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교육 기간 중 실시된 생도들의 모든 훈련은 연구원들이 어떻게 드론을 만들었는지에 영향을 받았다.

육사 전기공학과 컴퓨터 과학부 교수들은 사관생도 리더십 개발 훈련(CDLT) 기간 동안(7월 26일~28일) 드론(무인항공기) 사용을 통해 전장에서의 전술 훈련을 확대하기 위한 로봇공학 전문지식을 전수했다. 즉, 드론을 총격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캠프 셰(Camp Shea) 숲 연병장에서 조직된 미육사 3,4학년 생도들은 총격전 동안 소형 드론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과 절차를 개발하는 개념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전투 시나리오에 참여했다.

생도들은 또한 추상적인 아군과 적 전투원을 구별하기 위해 치명적인 교전을 실행하는 방법을 찾아가면서 드론의 정보 수집, 감시 및 정찰 능력을 활용하는 방법을 습득했다.

미 육사생도들, 모터·컨트롤러·배전기·프로펠러 등 직접 장착·제작해 활용

2023년 졸업생 켄달 미첼(왼쪽)과 2024년 졸업생 나나 사르퐁이 CLDT 드론 훈련 중 캠프 시아의 적 진지를 탐지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사진=미 육군)

크리스토퍼 코펠라 로봇연구센터 이사회 대령은 “그들은 모터, 응용된 스피드 컨트롤러, 장착된 프로펠러 및 배선을 하고 배전기와 비행 컨트롤러를 배터리부에 장착하는 등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직접 그 조각들을 스스로 적용하고 현장에서 자신들을 도와줄 추가 기능들을 접목할 수 있는 이점을 갖는다. 누군가가 특정 탑재물, 카메라 및 음향 센서를 추가하고 싶다면 라이다를 추가하고, 고급 관성항법시스템을 추가해 위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다. 사용자 지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생도들은 각각 고유한 특징을 가진 몇 가지 별개의 드론 모델을 지급받았다.

미국업체 스카이디오의 스카이디오2 드론. (사진=미육군)

미국업체인 스카이디오가 만든 스카이디오(Skydio 2) 드론은 15~20분 동안 비행할 수 있고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표준 조감할 수 있는 더 저렴한 모델 중 하나였다. 스카이디오 X2D는 드론이 이동 경로에 있는 장애물을 감지하고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장애물 회피 등 독특한 기능을 갖춘 더 발전된 드론 중 하나다. (미국은 중국산 드론을 사실상 금지시키고 있고 미국 국가 드론 프로그램에 따라 자국산 스카이디오 모델 등을 공공기관을 위시한 전 분야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스카이디오2 모델은 1349달러(약 177만원)다. 4개의 로터를 가진 포터블 형태로 제작됐고 놀라운 장애물 회피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자동 영상 촬영은 물론 안드로이드와 iOS 운영체제를 모두 사용한다. USB-C 충전포트를 사용해 충분한 호환성도 갖췄다. 하지만 카메라 해상도가 실망스러우며(통상 1200만 화소), 배터리 지속 시간이 짧고(15분) 주간에만 작동하며 원격 GPS 비콘 탑재 시 추가비용이 드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크기는 8.8x10.7x2.9인치(223 x 273 x 74mm), 무게는 1.7파운드(770g)다.

스카이디오 X2D는 또한 열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열 이미지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생도들이 훈련 중에 두꺼운 나뭇잎 아래에 숨어 있는 적을 탐지할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패롯사 최고의 드론으로 꼽히는 아나피(Anafi) 드론은 배터리 수명과 열영상 이미지 기능을 약간 더 길게(최소 25분) 유지한다.

프랑스 패롯사는 아나피 시리즈의 개선된 모델만 생산하고 있는데 이 드론은 동영상(4K HDR)과 스틸 사진 품질이 훌륭하다. 설정과 비행이 쉬우며 배터리 성능도 좋지만 장애물 회피기술과 적극적인 비행금지 구역 경고 기능은 없다. 아나피 PF728000 모델의 경우 할인가격 499달러(약 59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미육사 생도들, 실전훈련서 적위치파악, 간접 조준 사격에 드론 활용

미 육사생도들은 드론 활용을 통해 소총 전투에 도움을 주는 전술적 기술(skill)을 향상시키게 된다. (사진=미육군)

미육사 생도들은 실전 훈련에서 일반적인 여러 가지 용도로 드론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이클 노비츠키 전기공학과 컴퓨터 과학부 조교수는 “첫 번째는 자신들의 위치가 적에게 노출됐는지 보기 위해 위치를 체크하는 것이다. 소대장은 적들도 동일한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자신의 소대가 숨겨져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 번째는 생도들이 항상 적의 위치, 그들의 크기, 기동성을 찾는다는 점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 번째 용도는 간접 조준 사격이다”라고 말했다.

4학년생 크리스티안 리튼은 훈련 중 소대를 승리로 이끌면서 이것을 직접 경험했다.

리튼은 드론의 조감도를 통해 적의 위치를 파악했다. 곧이어 그는 적의 배치를 이용해 그의 총기 팀을 움직이려 했고 효과적으로 (드론에) 간접 사격을 요구했다. 그는 “이 전투 방식은 현재 동유럽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드론과 지상 보병 사이의 총격전, 또는 심지어 적군 위에 폭발물 드론을 배치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도 판독과 드론에서 수집한 정보를 조합해 가상 적이 마을 내 5번 빌딩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드론 조종사는 리튼 소대장 생도의 계산된 직관을 바탕으로 숲의 다양한 장소로 드론을 옮겼다. 그리고 나서 그는 5번 건물에 사격을 요청했고 적군의 약 1/8을 무력화시켰다.

노비츠키 조교수는 “리튼은 자신의 통신 장비가 손상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그는 자신의 팀원들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감시하기 위한 지형도를 갖고 있었고, 그런 다음 그 전장을 좁혔다”고 말했다.

해당 훈련은 끝났고 노비츠키는 드론의 효과에 대한 피드백을 필요로 했다. 사후 검토가 열렸다. 노비츠키 조교수는 리튼 생도에게 “드론이 어떻게 유용했나? 드론이 가끔 유용하지 않았나? 무엇을 개선하겠는가?ˮ라고 물었다.

리튼은 자신과 팀은 “조망된 풍경 속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고 적의 크기를 관찰한 데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웨스트포인트 생도들, 지상전에서 드론 격추 훈련도

미육사 생도 오스틴 닐은 드론을 떨어뜨릴 수 있는 사이버총을 사용해 드론을 쐈다. (사진=케슬리 애서튼 기고가)

미 육사생도들은 6년 전부터 드론을 피하고 드론에 대응하는 법등을 훈련하고 있었다.

파퓰러 사이언스는 지난 2016년 6월 웨스트포인트 생도들이 웨스트포인트 근처 시골 훈련장에서 드론 카메라에 잡혀 모의 포격을 당하고, 사이버 소총으로 드론을 격추하는 등의 훈련 모습을 소개했다.

당시 육군 사이버 연구소는 육군 차세대 지도자인 육사생도들의 훈련에 카메라를 단 값싼 상업용 드론을 투입해 민간 드론기술이 현대전에 가져올 수 있는 복잡성을 맛보게 했다.

생도들은 시나리오에 따라 드론을 단순한 정찰병이 아닌 폭발성 펀치를 가진 치명적 무기로 취급하도록 배웠다. 당시 생도들은 훈련과정에서는 이를 격추하기 위해 사이버 라이플을 사용했다.

공격팀과 방어팀 양팀으로 나뉘어 훈련하던 육사생도들 가운데 방어팀 생도들은 그들 위로 비행하는 드론에 위치가 노출됐고 조교는 모의 포격을 가했다. 생도들의 위치가 위태로워졌다. 소대원들이 건물을 점령하기 위해 전진하는 동안 포격을 알리는 연막탄이 근처에 떨어지자 전자전 지원 장교는 사이버 소총 안테나를 드론에 겨눠 드론을 추락시키기도 했다.

훈련장 도로에 사이버 총을 맞고 작동을 멈춘 패롯의 AR 2.0 드론이 있다. (사진=케슬리 애서튼 기고가)

이 특정 사이버 소총은 특정 유형의 드론에서만 작동하므로, 군인들은 다음번 전투에서는 실제 소총으로 적군의 드론을 격추하게 될 것이다. 미육사 교관들은 적의 드론 한 대가 참호 위로 날아올라 촬영하는 것을 쏘면 아군의 위치가 적에게 파악되고 이때 적군 포가 목표물을 향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실전적 교육도 함께 받는다.

우리나라 육사에선?

우리나라 육사에서 미육사처럼 드론을 사용한 훈련이나 훈련 현장을 언론에 공개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지난해 11월 한 경제매체는 교육계와 군 관계자들을 인용,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가 인공지능(AI)학과를 개설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본격화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올해부터 모든 신입사관생도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기초 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소개됐다. 미래 장교가 로봇도 지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3학년부터 전공 수업을 받는 육사의 특성상 2024학년도부터 본격적으로 학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육사는 데이터과학부터 AI 응용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사는 2020년부터 사이버과학 전공 생도들을 대상으로 AI 전문 교육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AI학과를 신설해 전문성이 대폭 강화된 AI 교육을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해사 생도들은 4학년 때 딥러닝, 무인로봇시스템 등 주 6시간의 AI 전문 심화교육을 받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육군은 지난 6월 10일 경기도 양주에 있는 25사단에서 AI·드론봇으로 무장한 여단급 ‘아미타이거 시범여단 전투단’ 선포식과 신규 무기체계 명명식을 개최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아미타이거 시범부대는 인공지능(AI)과 드론봇(드론+로봇 합성어) 등으로 무장하고 육군의 미래형 전투체계를 선도할 시범부대다. 육군은 이번에 처음으로 1개 보병여단 전체를 아미타이거 구현을 위한 시범부대로 지정했다.

아이타이거 전투원은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하고 드론봇과 함께 전장을 누비며 높은 생존력과 전투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육군은 25사단 시범여단을 시작으로 육군 여단급 부대들의 부대구조와 전력체계 등을 단계적으로 혁신하고, 오는 2040년까지 모든 전투여단을 아미타이거 부대로 바꾸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군은 장교는 물론 일반 병사들에게도 AI 교육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방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5월 국방 AI·소프트웨어(SW) 역량강화추진단을 발족하기도 했다.

남북 대치상황인 우리에게 드론전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이제 우리 군이 강력한 드론 활용 전투력을 확보하는 것을 지켜 보는 일만 남았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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