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테크놀로지가 미국의 제재로 핵심 통신장비 사업 부문에서 발목잡히자 ‘생존과 발전’을 확고히 하기 위해 새로이 ‘디지털파워’ 사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디지털파워 사업이란 태양광 단지나 데이터센터같은 시설에 인버터와 인공지능(AI)기반 에너지효율성 시스템 같은 핵심장치를 제공하는 디지털 전력 사업을 뜻한다. 여기에 전기차 충전기 사업도 속력을 내고 있다.
화웨이는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 등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국가들을 핵심 사업 대상 국가로 삼고 있어 우리나라와 태양광 발전, 데이터센터 등에 필요한 다양한 산업용 제품군에서 경쟁/협력 관계를 구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함 선 화웨이 디지털파워 아태지역(Huawei Digital Power Asia-Pacific) 사장은 지난달 말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화웨이 통신 장비) 제재는 화웨이가 여전히 생존 모드에 있는 가운데 중대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면서 신성장 동력인 디지털파워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파워 사업의 성장이 화웨이의 생존과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함 선 사장은 “아태지역 내 모든 국가들이 탄소 중립과 녹색 에너지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아시아 태평양은 화웨이 디지털 전력 사업에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라며 “화웨이는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환영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주력 통신장비, 반도체 생산, 스마트폰 생산 등에서 미국 핵심 기술 접근이 제한됐으며 특히 스마트폰 사업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서방 국가들은 또한 자국의 통신 인프라에서 화웨이의 5G 통신 장비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3월 발표한 2021년 실적 보고를 통해 자사 총매출이 전년 대비 28.5% 감소한 6368억 위안(999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꾸준한 수익성 성장과 일부 사업 분사에 따른 일회성 이익으로 지난해 순수익이 75% 이상 증가했다.
화웨이는 통신 장비와 스마트폰으로 알려진 회사지만 동시에 태양광 발전 단지와 데이터센터에 필수 장비인 인버터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상당히 높다. 선 사장에 따르면 화웨이는 인버터 사업에서 중국과 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당초 통신장비와 사용하려 개발했던 기술이 효자사업으로
당초 화웨이가 디지털 전력기술을 개발한 이유는 자사 통신 장비와 함께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화웨이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태양광 발전, 데이터센터 등에 필요한 다양한 산업용 제품군을 구축했다. 이 사업에 기반해 지난해 6월 디지털 에너지 사업부를 별도 사업부로 독립시켰다.
보함 선 디지털전력 아태지역 사장은 “화웨이가 지난 30년간 발전, 송전, 배전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며 지난해 자신이 이끄는 “신사업 그룹 매출이 30% 이상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우리는 강한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디지털 파워 부문은 약 6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중국, 유럽, 아시아에 12개의 연구개발 센터가 있다.
디지털 전력 사업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진출에 박차를 가해 왔다. 싱가포르에서 청정에너지 제공업체 선시프(Sunseap)는 화웨이의 수상 부유식 태양광 발전소를 위해 장치와 기술을 사용했다. 화웨이는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의 학교와 병원에도 태양광 발전 기술을 제공했다.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아태지역에 대규모 수요 있다”
선 사장은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을 언급하며 자신이 이끄는 사업부가 아태지역에서 “대규모 수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현지 사회와 시장의 모든 규정을 준수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현지 고객들과 정부의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선 사장은 “미국 정부의 제재가 화웨이 디지털 전력사업부의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는 질문에 “화웨이는 공급망 다변화를 진행 중이어서 어느 단일 국가나 기업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또한 “화웨이는 제재가 회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단계는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 사장은 자사가 아태지역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인버터는 “모두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중국에서 만든 것”이라면서도 “필요하다면 다른 나라에도 짓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상하이와 그 주변 지역을 봉쇄해 중국내 공급망이 마비된 가운데 선 사장은 자사는 “사업 연속성을 유지하고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하기 위해 공급업체를 다양화했다”고 말했다.
선 사장은 향후 화웨이 디지털 에너지 사업 확장과 관련, 전기차 붐을 지적하며 “충전 네트워크 산업의 미래가 매우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차 충전네트워크 사업도 쾌조의 진군
앞서 화웨이는 지난 3월말 혁신적 전기차충전기를 공식 발표했다.
기즈차이나는 화웨이가 스마트폰, 노트북, 스마트워치에 이어 진출한 전기차 사업에서 5분 충전으로 200km의 전기차 주행거리 제공을 약속하는 혁신적 전기차 충전 솔루션으로 업계를 뒤흔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존 연료 엔진 차량의 경우 5분 이내에 휘발유를 주입하고 출발할 수 있지만, 전기 자동차의 경우 주행에 필요한 배터리에 따라 충전 시간이 보통 20~40분이다. 이를 휘발유 주입시간과 같게 만들 계획이다.
중국 전기차 100대 포럼 패널리스트였던 왕차오 화웨이 수석 이사는 최근 중국 전기차 포럼에 참석해 화웨이가 지난해부터 드라이브원 (DriveOne) 스마트 주행 솔루션을 전국에 출시했다고 자랑했다. 이 솔루션의 강점은 하모니 운영체계(OS)와 사물인터넷(IoT) 통합, 운전자용 내비게이션 업그레이드, 그리고 무엇보다도 10분간 충전해 200km의 주행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왕차오 이사는 화웨이는 향후 몇 년 안에 5분 충전으로 200km의 주행 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최첨단 1000V 전기차 충전 솔루션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화웨이는 2020년초 전기차 산업발전 10년 로드맵을 수립해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를 5분 만에 30~80%까지 충전하는 1000V 600kW급 고압 충전 솔루션을 일반에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중 기술패권 분쟁 속에 통신장비와 휴대폰 사업의 치명상을 받은 화웨이가 키워가는 디지털전력 사업과 전기 자동차, 전기차 충전기 사업이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 볼 일이다.
소셜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