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의 이산화탄소 저감 큰 그림···이산화탄소 포집 구상

이달초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려 재앙 수준의 지구 온난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미 가운데 몇몇 나라와 기업들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해 제거하는 신기술에 주목하고 행동에 돌입하고 있다.

특히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2위 국가인 미국 에너지부(DOE)가 지난 5일(현지시각) 새로운 ‘탄소 네거티브 어스샷(Carbon Negative Earthshot)’ 구상을 출범한다고 공식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DOE는 이 구상과 함께 이른바 ‘이산화탄소 제거(CDR)’을 비용 효과적이고 확장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새롭고도 과감한 계획을 밝혀 주목 받고 있다.

DOE는 이 구상을 통해 2029년까지 이산화탄소 제거 비용을 톤당 100달러(약 12만 원) 미만으로 대폭 낮춤으로써 대기 중에 있는 ‘기가톤(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을 만큼 대규모로 배치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더버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DOE, 유엔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미국 ‘탄소 네거티브 어스샷’ 구상 실현을 위한 탄소 포집기술과 그 주변, 그리고 지구가 처한 기후 위기상황 등에 대해 살펴 본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된 기후정상회담 COP26 개막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미국 조바이든 대통령. (사진=위키피디아)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 오염

포집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은 대기권이 열을 가두지 못하도록 이산화탄소를 끌어당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다. 자연에서도 나무와 식물이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뽑아낸다.

미국 DOE가 제거하려는 1기가톤의 이산화탄소는 엄청난 양에 이른다. 이를 포집해 격리시키면 1년에 미국내 일반차량 약 2억 5000만 대의 이산화탄소 오염을 제거하는 효과에 맞먹는다.

또한 DOE는 ‘최소 100년 동안’ 감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저장 장소 확보를 꾀하고 있다. 인류가 기후 위기에 더 깊숙이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이산화탄소가 훨씬 더 오랫동안 격리돼 있을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실현만 되면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데 기여할 엄청난 구상이 될 수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공장 기술에 대한 기대와 걸림돌

미국이 이산화탄소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규모 직접 공기 포집 공장이 필요하다.

다만 이산화탄소제거 기술이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DOE가 그렇게 하기 전에 극복해야 할 중요한 장애물을 넘어서야 한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에는 19개의 직접 공기 포집 공장이 있을 뿐이며, 이 공장들을 모두 가동해 봐야 DOE가 목표로 하는 이산화탄소의 극히 일부만 포집할 수 있다.

이들이 아직 대규모로 배치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에서 만들고 있는 이산화탄소 포집 공장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이슬란드보다 엄청나게 많은 양을 포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사진=카본 엔지니어링)

그렇다면 기후온난화 위기에 빠진 인류가 왜 이런 기술을 더 진전시키지 못할까. 큰 이유 중 하나는 이 장치에 드는 비용과 이산화탄소 포집후 처리과정에 투입될 에너지 문제다.

우선 기존 기술개발 상황에서의 비용을 보자.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회사들은 아이슬란드 공장이 포집하는 이산화탄소 1톤에 약 600달러(약 71만원)를 지불한다. MS는 2020 회계연도에 1116만 4000입방톤 상당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MS는 톤당 600달러씩 계산할 때 1년 동안 배출한 이산화탄소 오염을 없애기 위해 거의 67억 달러(약 7조9000억원)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기술발전과 함께 늘어날 탄소포집 공장은 어쨌든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조금씩 줄이게 될 것이다. 아이슬란드 헬리셰이디의 클라임웍스 AG에 의해 운영되는 직접 공기 포집 및 저장 시설인 컨테이너 형태 공장 ‘오르카(Orca)’. (사진=클라임웍스)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문제는 아니다. 직접 공기 포집 공장은 필터나 화학 용액을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가두어 놓게 된다. 갇힌 이산화탄소를 뽑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처리하기 위해서는 필터나 화학 용액을 100~900℃ 사이의 매우 높은 온도까지 가열해야 하는데 이 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문제는 공기 중에서 탄소를 뽑아내는 기계들은 2100년까지 전세계 에너지 공급의 4분의 1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2019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저널 발표 연구 결과) 만약 그 에너지가 화석 연료를 태워 나온다면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직접적 공기 포집에 필요한 화학적 해결책을 위해 요구되는 아주 높은 온도를 만들기 위해 순수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기술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DOE가 야심찬 이산화탄소 포집 구상을 발표하면서 “탄소 제거 기술을 실행하고 구축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방출이 처리돼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일 수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어느 수준까지 와 있나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큰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 공장은 올해 초에 아이슬란드에서 가동되기 시작한 ‘오르카’다. 연간 4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1년 동안 겨우 790대의 승용차가 배출하는 배출량에 맞먹는 수치다.

이곳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지하로 퍼날라지는데,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스위스 회사는 이산화탄소를 암석 형태로 만들어 수천 년 동안 저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DOE가 책정한 높은 수준의 이산화탄소 저감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이 탄소포집 제거 기술을 크게 개선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영국의 에너지 전환 회사인 스토레가 지오테크놀로지스(Storega Geothnologies)와 캐나다의 탄소포집 기술 회사인 카본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이 희소식을 전하고 있다. 두 회사가 스코틀랜드에 건설 중인 탄소포집 공장은 연간 최대 1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국가별 탄소배출에 따른 탄소 비용 증가. 우리나라는 위쪽 연두색으로 표시돼 있다. (자료=우려하는 과학자들)

미국, 수십억 달러(수조 원)가 드는 새로운 파이프라인 및 탄소 저장 인프라 준비

계획대로라면 미국은 이와 유사한 적합한 이산화탄소 저장 장소를 찾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통해 그곳으로 운송해야 한다.

최종 표결이 임박한 바이든 행정부의 이산화탄소 포집 인프라 법안에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에 수십억 달러(수조 원), 그리고 네 개의 직접적 공기 포집 허브에 35억 달러(약 4조1200억원)를 투입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유엔과 함께 일하는 주요 기후 과학자들도 기후 위기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하기 위한 로드맵에 이산화탄소 제거를 포함시켰다.

▲매연을 내뿜는 공장. (자료=우려하는 과학자들)

물론 여기에도 반대 의견은 존재한다.

미국의 일부 환경 단체들이 파이프라인 파열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데, 지난해 미시시피의 소수 흑인 거주자들을 병들게 했던 것과 같은 것이다. 고농도 이산화탄소는 위험한 질식제가 된다. 탄소 제거가 화석 연료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이행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보는 일부 진보적 활동가들도 이에 반대한다. 심지어 이 기술의 미래에 낙관하는 전문가들조차 이 것이 기후 변화와 싸우기 위한 어떤 계획에서도 주된 역할이 아닌 보조적 역할을 하게 될 운명이라는 점에 대해 경고하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미국정부는 물론 각국정부가 이러한 노력을 병행해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려는 노력도 수긍되는 필요한 부분으로 이해된다.

다음 보고서에서 보듯 지구 온난화 수준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IPCC 최신 보고서의 지구의 더위…12만5000년 온난화 기록을 깼다

지난 8월 9일자 네이처지에 발표된 IPCC의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표면 온도는 1850년에서 1900년 사이의 평균보다 1.1°C 상승했다.

이는 12만 5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이후로 볼 수 없었던 엄청나게 빠른 증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이미 많은 전세계 인구가 위협받고 있기에 산업계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 온실 가스 배출 저감이 필요해졌다.

▲1850년부터 2009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세. (사진=globalchange.gov)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 대비한 이산화탄소 배출 시나리오가 거의 변화 없다고 가정할 경우 평균 지구 온도는 2.1~3.5°C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 추정치는 최고 3°C대에 머물고 있지만 이는 2015년 파리 기후 협정에 서명한 국가들이 처음에 예측한 1.5~2°C보다 상당히 높다.

이 보고서는 걱정스럽게도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적극 감축하더라도 (21세기 말 경에 기준 이하의 수준으로 돌아오기 전에) 향후 수 년 동안 기온이 1.5°C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신속하고 대규모의 온실 가스 감소를 통해 지구 온난화를 1.5°C로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한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꿔가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의 미래에 대비한 배출 시나리오가 오늘날의 지구 개발 패턴에 거의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평균 지구 온도는 2.1~3.5°C로 증가한다.

마크 라이너스의 ‘6도의 악몽(SIX DEGREES)’의 기온 상승에 따른 지구 기후 재앙 시나리오가운데 1~3도 상승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지난 6일 호주 멜번에서 환경정의를 외치며 시위하는 사람들. (사진=위키피디아)

▲1도 상승=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작은 동식물들이 슬며시 멸종한다. 미국의 대평원을 비롯한 기존 곡창지대들이 파멸하고 식료품 값의 국제적 상승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기 시작한다. 흙을 붙잡아 줄 식물이 줄어들면서 모래폭풍이 내륙 곳곳을 유린한다. 산호초가 붕괴하고 극지대와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해 저지대들과 섬나라 들이 침몰한다. 하지만 이는 단지 모든 재앙의 시작이다.

▲2도 상승=비를 동반하는 몬순 기후의 성격이 변하면서 초거대 가뭄이 발생한다. 더위에 지친 노인들이 수력 발전소 가동중단으로 정전된 집에서 죽어간다. 농업은 붕괴되고 실직한 사람들에게는 물한 병 사 마시는 것도 고통이다. 높은 산의 빙설같은 수원 고갈로 물 또한 귀중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북극 항로가 열리지만 미래의 인류는 북극공이 보고 싶으면 반드시 동물원에 가야 한다.


▲3도 상승=더위로 인해 인간 생존의 한계점에 도달한다. 저수지의 물이 증발하고 굶주림과 거주지의 사막화가 곳곳에서 빈발한다. 건조해진 아마존 우림지대에 사상 최악의 화재가 발생해 숲 전체가 전멸한다. 해안지역은 슈퍼허리케인에 파괴되고 열대지역은 벌레들에게 점령된다. 뜨겁고 메마른, 혹은 침수된 지역의 주민들이 식량과 살 곳을 찾아 대이동을 개시하고 가난한 나라의 고통받는 사람들과 원인을 제공한 부유한 나라의 사람들이 갈등한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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