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유전자 조작 소고기 2년내 시장 판매” 허가

조만간 미국에서는 유전자 조작(편집)된 소고기가 판매된다. 더 짧은 털로 더운 날씨를 견디면서 더 잘 성장하도록 설계(유전자를 조작)된 소들이다. 2년이면 완전하게 커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연방식품의약국(FDA)은 최근 한 유전자공학 회사에 유전자조작된 소를 시판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지난 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 소에 대한 승인 신청자인 리콤비네틱스(Recombinetics)사는 언제 쯤 가정의 요리사나 레스토랑에서 소고기를 살 수 있을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이같은 특징을 가진 첫 번째 유전자 조작 소가 커서 시장에 나오기까지 2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FDA가 판매 승인한 유전자조작 소에 대한 궁금증과 그 주변을 살펴본다.

“유전자 편집된 동물들 안전위협 없다”···연어,돼지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데이비스대(UC데이비스) 연구진이 유전자편집(조작)된 소의 정액을 착상시켜 뿔이 사라진 황소 2세(왼쪽)와 뿔이 달린 암소를 만들어냈다. 이 방식은 체세포 조작과 달리 생식세포 조작이므로 유전자 특징이 그대로 2세에게 유전된다. (사진=네이처)

유전자공학회사 리콤비네틱스는 이른 바 유전자 가위(CRISPR·크리스퍼)로 불리는 유전자편집 기술을 사용해 소들이 더 품질 좋은 육우로 자랄 수 있게 만든다. 즉, 더운 날씨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더 잘 크게 해 준다.

ABC,BBC등은 FDA가 유전자 조작된 동물들이 ‘안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후 이 회사의 소고기 출시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승인에 따라 유전자 조작 소는 앞서 판매승인을 받은 돼지 및 연어와 함께 유전자가 조작돼 시판되는 1세대 동물로 기록된다. 차이가 있다면 연어나 돼지와 달리 이 소는 FDA의 수년 간의 승인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다.

FDA가 유전자조작 소 생산을 허가한 이유는

리콤비네틱스는 지난 7일 FDA로부터 승인받은 (유전자가위를 사용한)유전자 조작 소고기의 출시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FDA는 2년 내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리콤비네틱스)

유전자 조작이 소에 큰 변화를 주지않아 기존 소와 유전자 구성이 비슷하며, 다른 일부 소 품종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을 가졌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FDA 수의학 센터 책임자인 스티븐 솔로몬 박사는 리콤비네틱스의 소에 대한 검토에 수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들로부터 나온 고기나 그들의 자손들에게 다르게 라벨을 붙여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솔로몬 박사는 “특별한 장점을 가진 유전자 조작 동물, 즉 통상적 수준보다 더 잘 더위를 견딘다고 마케팅되는 유전자 조작 동물은 완전한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완전히 다른 길을 열어준다”면서 “이 결정이 다른 많은 소규모 생명공학 스타트업들에게 고무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전자조작 소고기 위험하지 않을까?

2년 내 미국에서 유전자조작된 소고기가 판매된다. FDA가 더위를 덜 느끼게 얇은 털을 갖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더 빨리 몸무게가 늘어나는 소에 대해 승인해 주었다. 사진은 소고기 판매점. (사진=위키피디아)

리콤비네틱스사의 유전자 조작된 특징을 갖는 소는 정액을 통해 이 특징이 유전될 수 있으며, 이는 후손이 이 형질을 가지고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같은 특성은 쇠고기 생산을 보다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이며, 지구온난화 속에서 축산 동물의 복지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한다.

공익 과학 센터의 생명공학 전공자인 그레그 재페는 이번 발표에 대해 “FDA가 ‘모든’ 유전자 조작 동물들을 더 긴 승인 과정에서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들은 이것이 사례 별 검토(를 통해 유전자조작 동물들의 출시를 승인할 것)라는 생각을 강화시켜 주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FDA가 검토 과정에 대해 좀 더 투명하고, 사람들이 그 작업에 무엇이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도록 하고, 대중의 이해를 향상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은 유전자 변형 식품에 라벨을 붙여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대중의 수용도를 높이고 세계 무역으로 인한 잠재적인 경제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유나이티브 세라퓨틱스, “유전자 조작이 헬스케어의 미래”

미국 메릴랜드대 의료센터(UMCC) 의사들이 올해 1월 수술을 통해 유전자 조작된 돼지의 심장을 데이비드 베넷의 몸에 이식하고 있다. UMCC는 이를 이식받은 환자가 지난 8일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진=UMCC)

미 식품안전센터의 제이디 핸슨은 “FDA가 의도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세대 동안 동물들을 추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갤리포니아주립 데이비스대(UC데이비스) 동물유전학자이자 리콤비네틱스와 함께 일한 앨리슨 반 에넨남은 “모든 기업에 긴 승인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은 미국에서 유전자편집 동물을 상용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끝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FDA가 유전자 조작을 허가한 소에 대해 “이 소의 자식에게서 나온 쇠고기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약 2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에넨남은 “일단 정액이 배아(태아)를 만드는 데 사용되면 임신 기간은 약 9개월이 걸릴 것이며, 그 결과 나온 송아지는 약 10개월 후에 도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소가 사육되는 방식을 고려할 때 시장이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리콤비네틱스는 홈페이지에서 유전자 조작이 ‘헬스케어의 미래’라고 소개하고 있다.

앞서 유전자 조작 돼지와 연어 승인

유나이티드 세라퓨틱스는 지난 2020년 식용 및 의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에 대한 FDA 판매 승인을 받았다. (사진=위키피디아)

지난 2020년 12월 FDA는 리비비코(유나이드 세라퓨틱스 자회사)의 2종류의 유전자 조작 돼지 판매 요청을 승인했다.

하나는 유전자조작으로 돼지고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당성분 알파갤(alpha-gal)을 제거한 돼지, 다른 하나는 유전자를 조작한 장기 이식용 돼지였다.

리비비코는 유전자조작 돼지 개발 의도가 식용이 아니라 주로 의학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 1월 7일 죽어가는 사람에게 시험적으로 이식할 돼지 심장을 제공했다. 하지만 세계를 놀래킨 유전자조작 돼지의 심장은 2개월 만인 8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대 의료센터(UMMC)에서 첫 이식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서 멈췄다. UMMC는 지난 9일(현지시각) “올해 초 이식할 장기가 없는 시한부 심장 질환자인 데이비드 베넷(57)에게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이식한 결과 거부반응없이 회복하던 중 8일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FDA는 지난 2015년 정상 연어보다 2배나 빠르게 자라는 유전자 조작 연어를 식용으로 승인했다.

아쿠아 바운티의 유전자조작 연어(큰 것)는 같은 기간 동안 성장한 정상 연어보다 월등하게 빨리 자란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아쿠아 바운티)

유전자 변형 연어를 만들어 시판하는 미국 아쿠아 바운티(AquaBounty Technologies)는 이 생선이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의 유통업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고 지난해 6월 연어 주산지인 알래스카의 알래스카 퍼블릭 미디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FDA는 지난 2019년까지는 미국내에서는 유전자조작 연어 양식을 금했으나 이후 이를 허용했다.

아쿠아 바운티의 연어는 물고기 3종(대서양연어, 치누크연어, 베도라치)의 유전자 혼합 결과 일반 연어보다 2배나 빠르게 성장해 18개월 만에 성어로 자라 판매된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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