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의 시대···가장 기괴한 헤드셋들을 만나다

우리는 2년여동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쳤고 그 상황에서 사람들이 가상세계(VR)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이른바 ‘메타버스’ 비즈니스에 집중해 온 마크 저커버그 메타(이전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알고 있다. 반면 오래 전부터 AR(증강현실) 또는 VR 헤드셋을 개발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면서도 메타의 행보를 부인한 팀 쿡 애플 CEO의 얘기도 듣고 있다. 혼돈스럽지만 그럼에도 가상현실 헤드셋에 대해 관심을 놓기에는 그 세계로 인도하는 기기가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6일 오큘러스 창업자인 팔러 럭키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VR헤드셋 착용후 VR MMORPG 게임을 하다가 히트 점수가 ‘0’이 되면(게임에서 죽으면) 현실에서 실제로 사망토록 고안된 무시무시한 이른바 ‘너브 기어(NerveGear)’를개발중이라고 밝혀 화제를 뿌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회사를 메타에 매각했다.) 하지만 기괴한 가상현실 세계용 헤드셋은 그뿐이 아니다. 이미 VR헤드셋을 쓰면 키스 느낌이 나게 하거나 또 촉각, 후각을 느끼게 하고, 심지어 코에 성적 냄새를 뿜어내기까지 하는 등 기괴하고도 이상한 장치들이 이미 다양하게 등장해 있다. 이러한 다양한 VR헤드셋 기술은 인터넷을 통해 접근하는 3D 가상 공유 공간 개념인 ‘메타버스’ 안에서의 가상 경험을 보다 몰입적으로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과연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SF 호러영화 론머맨(Lawnmower man·1992)에서처럼 정교해질까, ‘아바타’라는 말을 등장시킨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1992)’에서처럼 메타버스 속 사람들을 해킹해(중독시켜) 폐인으로 만드는 수준으로 발전할까. 물론 그러기에는 아직 먼 것 같긴 해서 안심이 되긴 한다. 물론 게임하다 죽었는데 실제로 죽는다면 곤란할 것이다.

가상현실용 비즈니스에서의 대박을 향해 달려왔거나 그를 지향하는 다양한 VR 헤드셋들을 살펴봤다. 1968년 이반 서덜랜드가 미공군을 위해 처음으로 AR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를 만든 이래 꾸준히 발전해 온 가상세계 탐사용 헤드셋과 시스템의 끝은 어디일까.

신경 헤드셋(Nerve Gear)

오큘러스의 팔머 럭키가 개발중이라는 ‘너브 헤드셋’. 가상게임에서 사용자가 죽으면 즉시 사용자 뇌를 파괴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사진=팔머 럭키)
너브 기어는 같은 이름의 VR 게임을 특징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시리즈인 스워드 아트 온라인(Sword Art Online)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너브기어’라는 헬멧을 쓰고 접속할 있으며 이 기기는 사용자의 뇌를 통해 오감을 자극한다. (사진=넷플릭스)

오큘러스 창업자 파머 럭키(30)는 자신이 제작하고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영감을 받은 너브 기어를 개발 중인데 이를 착용하고 가상 게임중 사용자가 죽으면 머리에 폭발 모듈을 발사해 즉시 사용자의 뇌를 ‘파괴’한다고 말한다.

이 기기는 사용자의 두개골을 가리키는 접안렌즈 위에 있는 세 개의 무시무시하게 생긴 ‘폭발 충전 모듈’을 제외하면 일반 헤드셋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용자가 게임 중 가상으로 사망하면 모듈이 그들의 머리에서 발사돼 동시에 현실에서도 사망한다는 것이다.

이 장치는 같은 이름의 VR 게임을 특징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스워드 아트 온라인(Sword Art Online)’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너브기어’라는 헬멧을 쓰고 접속할 수 있으며 이기기는 사용자의 뇌를 통해 오감을 자극한다.

이 시리즈에서 플레이어들은 너브기어를 착용한 상태에서 자신의 마음대로 게임 내 캐릭터를 경험하고 제어할 수 있다. 그러나 1만명의 플레이어가 처음으로 온라인 게임에 로그인하면 로그아웃할 수 없으며 헬멧을 벗는 것은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게임에서 너브기어는 치명적인 수준까지 폭주시킬 수 있는 마이크로파 방출기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오큘러스가 내놓은 너브기어는 그 대체품으로 ‘폭발성 충전 모듈’을 사용했다. 이들은 빛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와 연결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가상 죽음을 나타내기 위해 화면이 특정 주파수에서 빨간색으로 깜박이는 경우가 포함된다.

팔머 럭키는 자신의 블로그에 “좋은 소식은 우리가 진정한 너브 기어를 만들기까지 절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지금까지 당신을 죽이는 것의 절반만 알아냈다는 것이다. 완벽한 VR 방정식의 절반은 아직 몇 년 더 걸린다”고 쓰고 있다.

게임용 기기 스멜오비전(Smell-O-Vision)

스웨덴 연구진이 개발한 ‘코방향 핸드헬드 후각계(Nosewise Handheld Olfactometer)’는 HTC 바이브의 핸드 컨트롤러에 장착해 노즈와이즈 게임 중 사용자의 코로 와인 향을 내뿜는다. (사진=피터룬덴 유튜브)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의 연구진이 개발한 ‘코방향 핸드헬드 후각기기(Nosewise Handheld Olfactometer)’는 HTC 바이브의 핸드 컨트롤러에 장착해 사용하며, 게임 중 사용자의 코로 향을 내뿜을 수 있다.

이 기기는 사용자가 헤드셋을 착용한 상태에서 게임하는 동안 다양한 시간에 콧구멍으로 향하는 스폰지 같은 물질에 흡수된 액체 향을 함유하고 있다.

이 과학자들은 또한 가상 와인 저장고의 향을 플레이어들이 추측할 수 있게 하는 노즈와이즈(Nosewise)라고 불리는 VR에서 와인 시음 게임을 만들었다.

게임에서는 사용자가 와인잔을 들어 VR 콘텐츠를 냄새를 맡을 수 있고, 현실세계에서는 특수하게 적응된 HTC 바이브를 들고 있으면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들의 시스템은 신체적인 냄새와 합성 VR 환경을 연결시켜 VR 경험을 더욱 현실처럼 만든다.

‘코방향 핸드헬드 후각기기’, 또는 ‘NHO’는 VR과 게임 모두에 ‘스멜오비전(Smell-O-Vision)’의 개념을 도입했다. 스멜-오-비전은 스위스 교수 한스 라우베가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에게 향기를 불어넣기 위해 발명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영화관 좌석에 장착됐고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의해 촉발된 30개의 냄새를 영화 도중 다른 시점에서 방출했다.

성적인 향기

VR기기로 가상현실을 경험하는 중 냄새를 피우는 또다른 기술로 가상 포르노 회사 캠소다가 고안한 것이 있다. 이 기기는 사용자가 헤드셋과 방독면 같은 장치를 얼굴에 묶고 사용한다. (사진=캠소다)

또다른 VR에서의 냄새를 피우는 기술은 가상포르노 웹 사이트 캠소다가 고안한 것으로서, 사용자가 헤드셋과 방독면 같은 장치를 모두 얼굴에 묶어야 한다.

VR포르노를 보는 동안 이 기기의 방독면 요소는 사용자의 콧구멍으로 ‘사적 부위’, ‘체취’ 등 다양한 성적 또는 신체적 향기를 뿜어낸다고 한다.

키스의 느낌을 살리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의 연구원들은 키스 감각을 살리는 VR헤드셋을 만들어냈다. (사진=카네기멜론대 퓨처 인터페이스 그룹)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의 ‘퓨처 인터페이스 그룹’ 연구원들은 키스의 감각을 시뮬레이션하는 VR 헤드셋을 만들었다.

그들이 개조한 오큘러스 퀘스트 2에는 촉각 기술이 적용돼 있는데, 이는 신체 부위에 힘, 진동 및 움직임을 가함으로써 촉각을 그대로 살려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기는 헤드셋의 아래쪽에 통합돼 입의 다른 부분에 초음파 에너지가 향하도록 지시하는 얇은 변환기 어레이를 사용한다.

그것을 사용하는 데 있어 어떤 기기도 사용자 입에 대거나 넣을 필요가 없다. 대신 그 구성 요소들이 헤드셋 사용자 코 바로 위에 놓인다.

이는 햅틱(촉각) 피드백의 한 예이며, 일반적으로 비디오 게임에서 게임 플레이에 맞추기 위해 사용된다.

햅틱 시뮬레이션은 키스 감각뿐만 아니라 가상 현실에서 이를 닦고, 분수에서 물을 마시거나, 담배를 한 모금 피우는 느낌을 제공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세 개의 추가 화면

‘페이스디스플레이’는 밖으로 향하는 터치스크린이 3개 달린 변형된 오큘러스 리프트 기기다. 착용자는 물론 주변에 있는 사람까지 가상 세계를 경험하게 해 준다. (사진=ACM SIGCHI )

‘페이스디스플레이’는 밖으로 향하는 터치 스크린이 3개 달린 변형된 오큘러스 리프트로서 착용자는 물론 주변에 있는 사람까지 가상 세계를 경험하게 해 준다.

이 새롭게 디자인된 헤드셋은 전면에 한 개, 좌우에 두 개의 화면이 있으며, 모든 화면에서 착용자가 보고 있는 것과 동일한 경험을 보여준다.

화면들은 근처에 서 있는 사람들을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즉,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착용자의 ‘터치 디스플레이의 해당 지점을 터치함으로써’ 그 가상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상호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착용자가 VR 게임을 하는 동안 언제라도 방관자는 2인용 비디오 게임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과일을 부수는 것처럼 환경에 영향을 주기 위해 언제든지 화면을 탭 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지난 2017년 독일 울름 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자세히 설명됐다.

버추얼 보이(Virtual Boy)

1995년 등장한 닌텐도의 가상현실 게임기 ‘버추얼 보이’는 이 회사가 내놓은 게임 콘솔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사진=위키피디아)

닌텐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회사 중 하나이지만, 몇 가지 실패 중 하나는 가상현실 게임 공간에 진입하려는 시도인 ‘버추얼 보이(Virtual boy)’였다.

지난 1995년 출시된 이 휴대용 비디오 게임기는 같은 장면의 좌안과 우안을 하나의 3D 영상으로 묘사해 깊이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입체적이었다.

스타워즈의 악당 로봇처럼 생긴, 빨간색과 검은색의 버추얼 보이(Virtual Boy)는 스탠드에 장착됐고 M자형 컨트롤러와 함께 출시됐다.

이 장치는 사용자가 접안렌즈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탁상 위에 놓도록 설계됐는데 이는 사용자들이 짧은 시간 동안 기기를 사용해도 통증을 일으키는 불편한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게 햇다.

버추얼 보이의 개발은 4년 동안 지속되었지만 상업적으로 실패했고, 고통과 멀미를 유발했다는 이유로 비평가들과 팬들 모두에게 혹평을 받았다.

오늘날 버추얼 보이는 닌텐도에서 가장 적게 팔린 독립형 콘솔이며, 100만 대 미만의 판매량을 기록한 유일한 콘솔이다. 이 기기는 발매된 지 채 1년도 안돼 단종됐다. 닌텐도는 1996년 엄청난 성공을 거둔 닌텐도 64로 이를 만회했다.

제한된 숨쉬기(RESTRICTED BREATHING)

제한된 숨쉬기 기능을 갖는 ‘에어레스’라는 헤드셋의 모습. 말그대로 공기를 제한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사진=잘츠부르크 대학)

비록 오큘러스의 파머 럭키가 만든 너브기어만큼 치명적으로 들리지는 않지만, 에어레스(AirRes)라 불리는 헤드셋은 끔찍한 역효과를 낼 수 있는 위협적으로 보이는 부착물이 사용된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대학 연구원들은 착용자가 얼마나 많은 공기를 호흡할지를 조절할 수 있는 스노클과 같은 부착물을 사용한 에어레스(AirRes)를 만들었다.

개발자들은 이것이 소방관이 맞닥뜨리는 연기 자욱한 환경처럼 공기 공급이 제한된 VR 시나리오를 더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헤드셋은 또는 풍선을 부풀리거나 촛불을 불어 끄는 등 플레이어들의 호흡이 필요한 VR 게임에 사용될 수 있다.

연구원들은 이 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조절할 수 있는 공기 밸브가 있는 마스크에 부착된 의료용 가스 유량 센서를 사용했다.

한 테스트 시나리오에서, 연구원들은 참가자들을 마치 소방관인 것처럼, 가상으로 연기가 자욱한 환경에 놓았다. 마스크(헤드셋)는 참가자들이 불에 가까워질수록 마치 그들이 실제로 그곳에 있는 것처럼 공기의 흐름을 제한했다.

구글의 카드보드

2014년 등장한 구글의 카드보드. 아마존에서 아직 판매되고 있다.(사진=아마존)

종종 VR 헤드셋 가격은 수백 달러(수십만원)나 되고, 많은 경우 개발자들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듯 거대 기술기업인 구글은 판지로 만든 값싼 보급형 VR 헤드셋을 개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가상공간 경험을 민주화시켰다.

단순히 구글 카드보드라고 불리는 이 저렴한 헤드셋은 구글 ‘I/O 2014’ 개발자 회의에서 소개됐고 회사 웹사이트에서 대중들에게 공개됐다.

사용자들은 불필요한 서비스를 뺀 조립되기 전의 납작하게 포장된 판지를 집으로 주문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3D 영상과 비디오와 같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특별한 앱과 함께 특별한 플라스틱 렌즈를 통해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기 위해 삽입된다.

구글의 구글 엔지니어 데이비드 코즈와 데미안 헨리는 VR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관심과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이 카드보드 VR기기를 고안했다. 그런 점에서 이 기기는 제 역할을 했고, 지난해 3월 구글 스토어는 카드보드 뷰어의 판매를 중단했다.

에어VR(AIRVR)

캐나다 회사 메타텍처가 개발한 에어VR. (사진=메타텍처)

애플은 아직 VR 헤드셋을 출시하지 않았지만, 캐나다 회사가 개발한 메타텍처(Metatecture)라는 에어VR(AirVR)이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온 기기다.

에어VR은 ‘VR을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묘사되는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끼워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도록 하는 한 쌍의 고글이다. 에어VR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들어갈 만큼 크고 넓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에어VR은 구글 카드보드처럼 VR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고안됐지만 무거운 아이패드를 사용자의 얼굴에 붙이는 것은 그 아이디어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얻기에는 너무 어리석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불행하게도 에어VR을 출시하기 위한 메타텍처의 킥스타터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가상현실용 헤드셋의 선구자 이반 서덜랜드의 헤드셋

1968년 이반 서덜랜드가 세계 최초로 만든 가상현실 헤드셋, 또는 HMD. (사진=CHM)

가상현실 헤드셋의 선구자는 이반 서덜랜드다. 그는 컴퓨터가 방 전체를 차지했던 시절인 1968년 이러한 기계들과 그래픽 상호작용을 지원하는 최초의 시스템을 발명했을 뿐만 아니라, ‘다모클레스의 검’이라는 별명을 가진 최초의 가상 현실(정확히는 증강현실) 헤드셋을 개발했다. 그는 카네기공대 졸업후 칼텍(석사), MIT(박사)를 거친 컴퓨터 그래픽의 아버지다. 튜링상, 컴퓨터 선구자상, IEEE 존 폰 노이만 메달을 수상했다.

다양한 가상현실 기기의 개발 노력이 더 효율적이고 흥미를 돋우는 가상세계를 탐사할 수 있는 헤드셋과 시스템 등장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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