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의 움직임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머지포인트 사태 등 일반 금융 소비자 관련 문제가 금융위 이슈로 떨어올랐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라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오는 9월 24일까지 요건을 갖춰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주요 신고 요건은 2가지로,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 보유다.
신고 마감 기한을 앞두고 63개에 달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곧장 폐업 위기에 몰렸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는 모두 21곳 뿐이다. 이외에 18개 거래소가 ISMS 인증심사를 받고 있지만, 그 심사 기간이 통상 3달 이상 걸린다는 점을 려하면 내달 24일까지 인증을 받을 가능성은 적다. 게다가 심사 신청조차 하지 못한 거래소도 24곳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보유다. 현재 은행권과 협력해 원화 입출금 가능한 계정을 가진 거래소는 4곳으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뿐이다. 이중에 업비트만 신고를 FIU 신고를 마친 상황이다. 또 업비트 외 거래소는 현재 은행들로부터 '트래블 룰'에 따라 재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다른 중소형 거래소 역시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가질 수 없을 확률이 크다. 트래블 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부과한 의무로, 코인을 이전할 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사업자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금융권은 거래소 측에 트래블 룰 관련 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이때문에 거래소 측은 신고 기한의 연장을 기대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신고할 경우, 90일 걸리는 신고서 행정 처리기간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만 세웠다. 금융위는 "사업자가 (당국의) 컨설팅을 받은 대로 신고요건 및 의무이행체계를 갖춰 신고서를 제출하면 9월 24일 이전이라도 신고 수리 여부를 사업자에게 통지하려 한다"며 "자금세탁방지 체계 관련 미비점은 신고 심사를 하면서 점검하고,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금융위는 FIU 내에 '가상자산검사과'를 신설해 관리 · 감독을 위한 조직 정비에 들어갔다. '가상자산검사과'는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관리·감독하고 제도개선을 맡으며, 특히, 거래소 신고 수리 및 갱신과자금세탁 관련 감독과 검사 등 법정사무를 전담할 예정이다. 조직 확충은 거래소 신고 기한인 9월 24일에 맞춰 9월 중 시행된다.
이러한 방향성은 신임 금융위원장이 선임되어도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답변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고 수리 기간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고 후보자는 "신고 기간 연장은 국회 결정사항인 만큼 필요시 실익과 문제점을 신중히 고려해 논의되기를 바란다"며 "다만 법률에 따라 충분한 신고 기간이 주어졌던 만큼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미신고 사업자 정리 지연에 따른 추가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당초 일정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한번 더 경고장을 날렸다. 25일 금융위는 가상화폐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 집중 단속한 결과 사기 등 혐의로 141건을 수사해 총 52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수사과정에서 발견된 약 2556억원의 범죄수익은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조치됐다.
금융위 측은 “9월 24일까지 신고하지 않으면 가상자산사업자는 폐업‧영업중단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거래소 서비스 이용자에게 경고를 보냈다. 금융위는 "ISMS 미신청 가상자산사업자와 거래를 각별히 유의해달라”며, “FIU에 신고한 경우라도 실명 계좌를 확보하지 못하면 가상자산-금전간 교환거래를 하지 못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보상 대책 역시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에 가상화폐는 금융자산이 아니라는 정부 입장 때문. 금융위는 "주요 20개국 협의체,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도 가상자산은 금융자산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은 금융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 범위 내의 절차라는 것. 만약 가상화폐 거래소가 신고를 마치지 못할 경우, 해당 거래소 사이트는 접속 차단되며, 입출금 거래 역시 불가능해진다.
이와중에 머지포인트 사태에 대한 대책까지 금융위로 향하고 있다. 머지포인트는 머지플러스가 발행하는 일종의 지급 포인트로, 액면가보다 저렴하게 머지포인트를 구매해 편의점, E-커머스 등 제휴업체를 통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무제한 20% 할인’과 같은 혜택으로 가입자 100만명 이상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전자금융업자 등록 없이 영업을 했다는 점을 지적해 머지플러스는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면서 대량 환불 사태가 발생했다. 현재 포인트 사용은 중단된 상태다.
이에 전자금융거래법에 대한 개정 논의가 일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범에 따르면 선불 충전금 발행 잔액이 30억원을 넘고 ▲ 음식점, 편의점 등 2개 이상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후 발행 업체는 선불업자로 등록해 당국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머지포인트의 경우, 등록하지 않았고 결국 대규모 환불 사태와 함께 피해자가 발생한 것. 사각지대에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현행 법은 이를 외부기관에 예금 성격의 선불 충전금에 대해 보호 규정을 두지 않아 머지포인트와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하면 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역시 ‘머지포인트 사태’에 대해 업체의 미숙함과 과욕에서 비롯된 사고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수사기관과 관련 범죄를 상시 모니터링 수사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 역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고승범 후보자는 "비금융분야에서 금융업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면서 감독권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경위가 어찌 되었건 유사금융업자의 불법 영업으로 인해 소비자불편이 야기되는 사례가 재발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또 "선불결제업자의 등록요건을 포함하여 전금법을 통한 이용자보호 방안에 대하여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이용자 보호와 지급 결제 안정성의 양대 가치를 균형 있게 고려하여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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