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섬 하나가 53억… 메타버스 부동산 투자 ‘톱5’는?

메타버스 속 모험을 그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 (사진=워너 브라더스)

지난 수년 간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엄청난 가격 상승세를 보였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현실 세계가 아닌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메타버스에 부동산 붐과 가격 상승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가상 토지가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게 의아하고 놀랍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메타버스 내 부동산이 가장 비싸게 판매된 사례는 ‘더샌드랜드’라는 사이트에서 개인에게 53억원에 매매된 몇 개의 가상의 섬이다. 흥미롭게도 메타버스 내 고가 가상토지 거래 사례 ‘톱5’ 가운데 나머지 4개가 직간접적으로 게임과 관련돼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즉, ‘디센트럴랜드’라는 인기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 처음에 반드시 들러야 하는 게임 속의 거리(streets)가 30억원에 팔렸고, 이 게임 속 토지인 ‘호텔예약 장터’가 12억원에 팔렸는가 하면, 이 공간에서 인기있는 가상도시 근처에 있다는 이유로 작은 땅뙈기가 11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또다른 온라인 게임인 ‘액시 인피니티’ 속 작은 땅은 28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공학기술 전문매체인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Interesting Engineering)이 최근 메타버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상세계의 디지털 부동산 붐에 주목하면서 거래가격 톱5에 오른 가상 자산이 어떤 것인지, 누가 사들였는지 등을 짚었다.

1위: 100개의 가상 개인 섬 430만달러(약 52억8000만원)

‘더샌드박스’(The Sandbox)라는 메타버스 속의 섬 몇 개가 약 53억원에 팔렸다. 샌드박스의 지도. (사진=샌드박스)

가장 큰 거래는 항상 큰 인기를 끈다. 가장 큰 돌풍을 일으킨 가상토지 거래는 ‘더샌드박스’(The Sandbox)라는 가상의 세계였다. 이곳에서는 가상의 섬 한 곳이 30만달러(약 3억7000만원)에 팔리고 있다.

메타버스의 부동산 회사인 에브리리얼름(EveryRealm)은 이 땅을 미래 메타버스의 베벌리 힐스가 될 수 있는 부동산으로 봤다.

1년 전 더샌드박스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이 섬들의 가격은 하나에 약 1만5000달러(약 1800만원)였으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크게 올라 현재 미국의 실제 주택 가격과 경쟁할 정도가 됐다.

2위: 가상 거리 ‘하이스트리트 패션’ 240만달러(약 29억5000만원)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메타버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인 패션 스트리트 지역(Fashion Street District)이 지난해 11월 캐나다 기업에 약 30억원에 팔렸다. 사진은 패션스트리트 #31. (사진=디센트럴랜드)

패션 스트리트 지역(Fashion Street District)은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게임 플레이어가 메타버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이다. 수백만명의 사용자들이 이 시점부터 여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패션 업계의 가장 큰 브랜드들이 2초 간의 사용자들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구찌, 프라다, 랄프 로렌 등 명품 브랜드가 이곳에 가게를 차렸다.

이에 착안해 캐나다 투자기업 토큰스닷컴(Tokens.com)은 지난해 11월 6000평방피트(약 557㎡·170평)에 이르는 가상의 땅을 2000만달러(약 24억6000만원) 이상을 주고 샀다.

3위: 액시 인피니티 게임 속 작은 땅이 230만달러(약 28억2000만원)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라는 온라인 게임 속 가상공간에서 보기 드문 작은 땅이 550이더리움(약 230만 달러·28억2000만원)에 팔렸다. 사진은 게임 초기 화면. (사진=액시 인피니티)

하이 스트리트 패션과 비슷한 사례가 블록체인 게임 엑시 인피티니(Axie Infinity)에서 일어났다.

‘액시 인피니티’ 게임의 목적은 액시(Axie)라고 불리는 가상의 생명체를 번식시켜 전투에 사용하거나 원하는 사용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액시를 사육하는 외에도 가상 세계에서 토지 소유자가 될 수도 있고, 그들에게 보상을 주는 단순한 퀘스트를 완료할 수도 있다.

게이머들은 모든 게임 아이템을 마켓플레이스(장터)에서 팔 수 있는데, 지금까지 9만 이더리움(4억3600만달러·약 5352억원)어치 상당의 거래가 이뤄졌다. 엑시 인피티니 세계에서 작은 땅이 550이더리움(230만달러·약 28억2000만원)에 팔린 것은 이곳에선 사실 큰 거래도 아니다.

4위: 호텔 예약 장터가 100만달러(약 12억3000만원)

디센트럴랜드에 있는 호텔 예약 장터(Hotel Booking Marketplace)가 100만달러(약 12억3000만원)에 팔렸다. (사진=디센트럴랜드)

디센트럴랜드에 있는 호텔 예약 장터(Hotel Booking Marketplace)가 100만달러(약 12억3000만원)에 팔린 사례도 흥미롭다. 가상토지와 거래가 외 구매자가 어떤 이인지 알려진 바는 없다. 이 가상토지가 가상 호텔을 짓는 데 사용될지 아니면 단순히 장터를 위한 사무실 역할을 할지는 현재 아무도 모른다. 단지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5위: 드래곤 시티 근처 작은 땅이 91만3000달러(약 11억2000만원)

디센트럴랜드에 위치한 4227번 필지로만 알려진 땅이 유명한 가상 도시 드래곤시티 근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약 11억원에 팔렸다. (사진=디센트럴랜드)

이 톱5 리스트의 마지막 항목은 부동산 소유자들이 선택할 때 가지는 것과 비슷한 사고방식과 과정을 반영하는 사례다.

디센트럴랜드에 위치한 이 작은 땅은 단순하게 4227번 필지(Parcel #4247)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의 보물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상의 도시 드래곤 시티는 물론 게이머 플라자(Gamer Plaza), 크립토 밸리(Crypto Valley)와 같은 인기 사이트들과도 가깝다는 점 외에는 특별한 특징이 없다. 그런데도 91만3000달러(약 11억2000만원)에 팔렸다.

이러한 가상 토지의 가격이 정당화될지, 아니면 모든 것이 초기 과대 광고이거나 자전 거래일 뿐이고 결국 사라질 것인지는 현재로썬 알 수 없다.

다만 최근의 추세를 보자면 당분간 메타버스 내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메타버스의 부동산도 신비로운 방식으로 작동하며 때때로 사람들은 어떤 한 지역이 왜 구매자들 사이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그렇게 비싸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암호화폐의 사례가 보여주듯 섣부른 가상 토지에 대한 투자는 거품일 수도 있고 위험할 수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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