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대표 이씨는 서비스 홍보 때문에 고민이다. 홍보를 위해 인터넷 뉴스 기사 속 통계나 관련 자료를 활용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써야할 지 막막했다. 디자이너 출신이라 저작권 관련 사항에 대해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찾았다. 상담을 통해 활용 가능한 콘텐츠 범위부터 문제 소지가 있어 피해야할 부분 등까지, 비록 3만원의 비용을 지출했지만 속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이씨는 "변호사 사무실은 비용 걱정부터 들지만 로톡은 예측 가능한 비용이라 잘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톡은 지금 생사의 갈림길에 처해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를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는 압박 때문이다. 변협은 지난 달부터 로톡을 탈퇴하지 않고 있는 변호사 200여 명을 특별조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위원회도 로톡을 겨냥해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의 변호사법 위반과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 여부 등을 조사 · 징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이미 변협의 로톡 압박은 진행되고 있었다. 변협은 로톡과 같은 법률 플랫폼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도록 하는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변협은 '알선료·중개료·수수료·회비·가입비·광고비 등 명칭과 정기·비정기 형식을 불문한다'고 개정해 플랫폼 내 변호사 활동을 전면 금지했다.
앞서 변협은 로톡 가입 변호사 1440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소명서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로톡 가입 변호사들 규정에서 금지하는 광고 행위를 로톡의 이름을 빌려 탈법적으로 시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사실과 다른 허위, 과장 낚시성 광고’ ‘로앤컴퍼니와 공모해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등 투자 사기 공모’ ‘변호사의 이름을 걸어두고 사무장이 법률상담 진행’ 등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포함시켰다.
이후 로톡 내 변호사 회원수는 3월 3966명에서 10월 1901명으로 50% 이상 줄었다. 로톡에 따르면, 매출액 역시 67.4% 감소했다. 변호사 연계 없이는 운영할 수 없는 로톡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상 서비스 효용성과는 관계 없이 사지로 몰린 셈이다.
변협의 조치로 인해 국내 최초로 출시한 형량예측 서비스도 멈췄다. 대한변협의 개정 광고규정에 따르면, 변호사 등은 ‘변호사 등이 아님에도 수사기관과 행정기관의 처분∙법원 판결 등의 결과 예측을 표방하는 서비스를 취급∙제공하는 행위’를 하는 개인∙법인∙기타단체에게 광고∙홍보∙소개를 의뢰하거나 참여 또는 협조하지 못하도록 했다.
로톡으로서는 변호사와 지속적으로 협업하기 위해서 '결과 예측을 표방하는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로톡 형량예측 서비스는 1심 형사 판결문 약 47만건으로 통계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기초로 형량에 대한 통계 정보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범죄 유형별로 가장 높은 비율로 선고된 형량 정보, 형량 선고 추세, 형량 분포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 측에 따르면 형량예측서비스는 출시 이후 누적 이용수는 16만건에 달한다.
하지만 변협의 주장은 강경하다. 법 유관기관의 의견 역시 로톡의 합법성을 전달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변협이 신고한 로톡의 전자상거래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 사항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변협이 주장한 로톡의 허위 · 과장 광고 여부에 대해서도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해 거래했거나 그와 같은 표시 · 광고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변협이 고발한 사건에 대해 모두 무혐의 판정이 내려진 셈이다.
법무부 역시 로톡에 대해 합법 의견을 냈으며, 공정위에 변호사들의 로톡 가입 등을 제한한 변협의 조치가 변호사법 취지에 반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향후 변협의 징계 절차가 개시되면 그 부분에 대해 법무부의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다"이고 경고 아닌 경고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변협은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변협 특조위는 로톡을 탈퇴하지 않은 약 200여 명의 변호사들로부터 소명을 받은 뒤,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되는 변호사들은 징계위원회에 넘길 예정이다.
해외는 어떨까? 일본에도 로톡과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걸테크 벤고시닷컴이 있다. 벤고시닷컴도, 로톡과 같이 생활 법률 상담을 변호사와 연결해주는 법률상담 사이트다.
2005년 설립된 벤고시닷컴은 변호사가 직접 일반인에게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랭킹을 올려 자기 홍보가 가능하다. 또 자신의 승소율, 수임료, 사건 케이스도 적을 수 있다. 현재 일본 변호사 중 약 50%에 육박하는 2만 1000여 명이 벤고시닷컴에 등록된 상태다.
물론 일본 역시 변호사의 법률 사건 수임 과정에서 변호사가 아닌 사람으로부터 소개 · 알선 받아서는 안된다는 소위 '불법 사무장' 규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일본 변호사연합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광고와 알선에 대해 구분했고, 변호사의 플랫폼 내 활동을 막지 않았다.
현재 벤고시닷컴은 전자서명 사업에 진출해 경직된 일본 사회의 결재 문화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 팬데믹 중에서도 '서명'을 위해 출근해야할 정도였다.
이와 반대로, 한국 사정은 반대로 가고 있다. 변협은 직접 법률서비스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지난 8월 변협은 서울지방변호사회와 함께 TF를 꾸렸다. 로톡과 달리 수익을 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익과는 별개로 소비자 손해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변협의 유사 플랫폼 ‘변호사 공공 정보센터’는 로톡보다 약 2.5배 비싼 금액으로 상담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변협이 로톡의 문제 삼았던 문제 발생 시 책임을 불문한다는 점까지도 같다.
노웅래 의원 측은 “변협이 로톡 금지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자체 유사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것은, 결국 청년 스타트업의 기술을 탈취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이율배반적 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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