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리더십의 비결, 스토리텔링(1/2)

- 탑건, 스티브잡스

왜, 지금, 스토리텔링인가?

요즘 구성원의 특징을 설명하는 대표 키워드 ‘3요 화법(이걸요? 제가요? 왜요?)’. 많은 리더들이 한 번쯤 들어보거나, 직접 겪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화법을 단순한 세대 차이나 일시적 현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부족하다. 이는 조직 내 소통에 대한 구성원의 기대치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요즘 구성원은 목적과 맥락을 이해하고 공감할 때 업무에 진정으로 몰입한다. 공감할 수 없기 때문에 리더에게 충분한 소통을 직접 요구하는 것이다. 이제 리더는 변화하는 소통 환경에 적응할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구성원을 어떻게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며, 더 나아가 스스로 움직이게 할 것인가? 이 고민의 핵심을 관통할 키워드이자, 꽤 긴 시간동안 화제에서 벗어나 있었던 리더십을 다시 조명할 때가 왔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었고, 여전히 가장 강력하게 리더의 영향력을 높여줄 수단, ‘스토리텔링’이다.

영화 탑건(1986)으로 보는 스토리텔링의 힘

영화를 좋아한다면, 1986년 개봉했던 영화 <탑건>을 기억할 것이다. 마치 지구방위대 같은 미군의 모습과 애국심과 열정으로 가득한 파일럿들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는 당대 청년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으며, 거의 신드롬에 가까울 정도로 흥행했다. 사실 이 영화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미 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제작되었다. 촬영 단계에서의 지원 규모 또한 어마어마 했는데, 당시 미 국방부가 제공한 해군 함재용 전투기 F-14 톰캣은 한 대 당 ‘탑건’ 제작비 1500만 달러(약 195억 원)의 두 배를 뛰어넘는 3800만 달러(약 495억 원) 상당으로 알려져 있다.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1980년대 미국은 베트남전 이후로 전쟁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팽배해 있었다. 게다가 대중 문화 속 미군은 부패하고 무능하거나, 실패한 인생으로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떨어진 이미지를 쇄신하고, 청년들의 자원 입대를 독려할 방법 중 하나로 미 국방부는 홍보성 영화 제작 지원을 선택했다. 구체적인 처우나 장점, 입대를 위한 방법은 영화 속에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헐리웃 제작진과 함께 군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멋지고 가슴 뛰게 그려내는 전략을 취했다. 미 국방부의 이러한 의도는 완벽히 적중했는데, 개봉 직후 미 해군 비행대 자원입대자가 전년에 비해 500%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이야기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하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청자의 마음을 여는 것 이외에 또 어떤 효과가 있을까?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신경 과학자, 우리 하슨(Uri Hasson)은 스토리텔링이 우리 뇌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로, 이야기를 듣는 동안 청자와 화자 사이에는 ‘신경 결합(Neural coupling)’이 일어난다. 청자와 화자의 뇌 활동이 점차 동기화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청자의 뇌가 화자의 정보를 받아들여 자신의 경험에 통합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현상이 일어나면 청자의 이해도가 훨씬 높아지므로 의사소통의 효과성이 올라간다. 두 번째로, 이야기를 통해 감정이 자극되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청자의 기억력이 강화된다.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기억으로 남아 이야기 속 메시지를 더 오래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로, 이야기를 들으면 청자의 뇌 속에서는 이야기 속 인물의 감정과 행동을 마치 거울처럼 그대로 반영하는 ‘미러링(Mirroring)’이 일어난다. 이를 통해 청자는 이야기 속 상황을 그대로 겪은 듯한 효과를 얻으며,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에 동참하고자 하는 동기가 높아진다. 

스토리텔링이 뇌에 미치는 영향스토리텔링이 뇌에 미치는 영향


스토리텔링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대표적인 비즈니스 리더, 스티브 잡스

스토리텔링은 모든 구성원이 비즈니스 전반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리더일 것이다. 리더십이란, 기본적으로 구성원의 태도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스토리텔링은 일방적이거나 강압적인 지시 없이 구성원 스스로 깨닫게 하여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특히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끈 탁월한 리더들은 대부분이 훌륭한 스토리텔러(storyteller)이다.

스티브 잡스는 구성원에게 메시지를 전할 때, 스토리를 잘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1995년 미디어 스타트업이었던 픽사는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픽사의 모든 구성원은 성공으로 들떠 있었고,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실사 영화, TV 프로그램, 게임 등 새로운 영역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갈 계획을 펼치기 시작했다. 픽사 출신 감독 매튜 룬의 저서 <픽사 스토리텔링>에 따르면, 당시 픽사의 대표였던 스티브 잡스는 구성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애플 창업 초기, 팀원들과 저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어느 샌드위치 가게에 자주 갔어요. 아주 작은 가게였는데, 그 일대에서는 최고로 맛있었죠. 장사가 얼마나 잘 됐는지 어떤 날은 샌드위치 하나 먹으려고 40분씩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커피와 페이스트리도 팔기 시작했어요. 스타벅스나 크리스피크림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와 경쟁하기 위해서였죠. 안타깝게도 커피와 페이스트리 맛은 그저 그랬고, 샌드위치에 쏟던 세심한 정성은 점점 줄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그 가게에 가지 않게 되었어요. 몇 달 뒤, 가게는 문을 닫더군요. 노력과 정성을 쪼개서 쓰다가 결국 사업을 접게 된 거죠.

스티브 잡스는 이 일화를 통해 ‘지금은 애니메이션 사업에 집중해야 할 때이니, 무리하게 확장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구성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한 것이다. 덕분에 픽사는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조직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고, 결국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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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M세계경영연구원

insightlab@ig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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