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리더십의 비결, 스토리텔링(2/2)

- 에어비앤비, MS, 테슬라

스토리텔링,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까?

스토리텔링으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조직 내 소통의 영역은 어떤 것이 있을까? 스토리텔링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글로벌 기업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1) 핵심가치 전파 (에어비앤비)

모든 조직이 저마다의 핵심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조직 전체에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기업이 핵심가치로 규정하고 있는 ‘혁신’, ‘창조’, ‘고객중심’과 같은 단어들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공허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구성원이 핵심가치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한다 해도 자신의 업무와의 연관성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구성원이 핵심가치를 공감하고 업무에 내재화할 수 있도록 전파하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때, 핵심가치가 탄생하게 된 이야기, 혹은 핵심가치를 구체적으로 실천한 사례를 스토리텔링 하는 것은 핵심가치를 전파하는 최적의 방법이다. 

에어비앤비 핵심가치 중 하나는 '시리얼 사업가가 되어라(Be a Cereal Entrepreneur)'이다. 이 안에는 창업자들의 눈물겨운 스토리가 담겨 있다. 낯선 여행자에게 자신이 지금 살고 있는 방을 공유한다는 에어비앤비의 사업모델은 창업 당시로서는 파격에 가까웠다. 수많은 피칭(pitching)을 했지만,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는 한 명도 없었다. 돈이 떨어지자, 브라이언 체스키와 공동 창업자들은 고민 끝에 시리얼을 팔기 시작한다. 당시 미국 대선 전당대회가 한창이라는 점을 이용해, 시중에 있는 시리얼의 포장을 대선 후보 캐릭터로 바꿔서 두 후보의 지지자들에게 비싸게 판 것이다.
그 돈으로 겨우 사업을 이어가고, 팔다 남은 시리얼을 먹으며 버티던 중 운 좋게 실리콘밸리 투자사와의 인터뷰 기회를 얻게 된다. 인터뷰 후, 그들은 시리얼 박스를 투자사 CEO에게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시리얼 박스를 만들어 팔아 버티고 있습니다.” 당시 투자사 CEO였던 폴 그레이엄은 사실 인터뷰에서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시리얼 박스를 보고 그들의 창의성과 생존력을 크게 평가해 투자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에어비앤비가 창업 초기 만들었던 시리얼 2종 (출처: 에어비앤비 X)

에어비앤비가 창업 초기 만들었던 시리얼 2종 (출처: 에어비앤비 X)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창의적인 해결책으로 초기 자본금을 마련한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활용해, 에어비앤비는 구성원들에게 ‘업무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라’는 핵심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조직과 핵심가치가 탄생하게 된 계기를 전하면서, 동시에 업무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강력한 스토리텔링이다.

(2) 조직문화 쇄신 및 변화 관리 (사티아 나델라)

기존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깨고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야 할 때에도 스토리텔링은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상태에 머무르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강력한 통제는 일시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통제가 느슨해지는 순간 다시 원래 방식으로 돌아가게 된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구성원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이때, 현재 조직문화의 심각성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 혹은 변화의 장점과 그 파급효과를 상상할 수 있게 하는 리더의 스토리텔링은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사티아 나델라는 MS의 CEO로 부임 후, 조직문화 쇄신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당시 MS의 조직문화는 내부 경쟁과 지나친 관료주의로 경직되어 있었는데, 이로 인해 부서 간 협업이나 다양한 아이디어의 교환이 거의 불가능했다. 또한 구성원 개개인들조차 목표를 잃은 상태에 가까웠다. PC 시장 장악이라는 목표는 이미 과거의 영광으로 사라지고, 모바일 중심 시장에서는 너무나 뒤처져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의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사티아 나델라는 ‘공감’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다. 구성원 간에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고, ‘기술을 통해 고객과 사회의 어려움을 돕는다’는 목표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이다. ‘공감’의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개인사까지 기탄없이 공개했다. 특히 중증 장애아로 태어난 첫째 아들 ‘자인’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처음엔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세상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점차 그런 질문보다는 아들의 고통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인을 키우면서 나는 매일 아침 제 안에서 공감을 끌어내야만 했습니다. 모든 아이디어와 열정을 다 했죠. 직장에서도 그렇게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남아메리카에서든 중동에서든 미국에서든, 사람을 만날 때 나는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아이디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공감할 줄 아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열망, 상대방의 깊은 마음을 알고 싶다는 열망이 나를 더 좋은 리더로 만들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는 이 이야기를 통해 공감이 주는 가치와 중요성을 구성원들에게 전달했다. 리더가 전파한 새로운 문화 덕분에 MS는 부서 간 협력이 일상화된 것은 물론, ‘기술의 대중화로 더 많은 사람이 편리함을 얻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한다’는 목표 아래 MS Azure와 같은 혁신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다.  

(3) 비전 및 전략 공유 (일론 머스크)

스토리텔링은 조직이 하나의 비전을 향해 지치지 않고 나아가게 하는 동력을 만드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특출난 역량을 보여주는 리더는 테슬라, 스페이스X 등 글로벌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을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이다.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사적으로는 폭군형 리더에 가깝다는 평이 많은데도, 그가 이야기하는 원대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은 수많은 인재들을 매료시키고 몰입하게 한다.

일론 머스크가 끊임없이 말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의 생존’으로,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비전과 미션은 전기자동차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 것이다. 스페이스X 또한 화성의 식민지화를 이루어, 인류의 새 터전을 마련하는 것을 미션이자 비전으로 삼고 있다. 원대하지만 무모한 비전을 설득하기 위해 그는 스토리텔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인용하기보다는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을 한 편의 영웅 이야기처럼 구조화한다. 기존의 기술을 환경을 파괴하는 ‘악당’처럼 묘사하고, 새로운 기술을 인류를 구원하는 ‘영웅’으로 부각시켜 구성원과 대중들의 기대감을 자극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아무리 어려운 기술을 이야기할 때에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2016년 테슬라 모델3 발표회에서 일론 머스크는 신제품 전기차를 이렇게 소개했다.

“시작하기에 앞서, 왜 테슬라가 존재하는지, 왜 우리가 전기차를 만드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왜냐하면 지속가능한 운송수단으로 전환하는 것이 세계의 미래를 위해 정말, 정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역사상 기록적인 이산화탄소 수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죠. ...(중략)... 지구 온난화를 넘어, 내연기관 차량은 유독가스를 배출합니다. MIT 연구결과에 의하면, 미국에서 매년 53,000명이 배기가스로 인해 죽습니다. 수많은 차량이 유독가스를 뿜고 있으니, 여러분의 건강에 안 좋은 것은 당연하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슬라가 내놓은 해결책은 바로 ‘비밀 종합 계획’입니다. 우리는 비밀 계획 1단계인 로드스터, 2단계인 모델S와 X를 거치며 전기차는 느리고 못 생겼다는 고정관념을 깨었고,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내연기관 세단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도 깼습니다. 이제 우리의 비밀 계획은 이 모든 단계의 최종까지 왔습니다. 바로 안전하고, 편안하며, 빠른, 대량생산용 저가 차량 ‘테슬라 모델3’입니다.”

이처럼, 머스크는 비전과 실현 계획, 그리고 이뤄낸 혁신적인 성과들을 마치 영웅의 탄생처럼 묘사하는 스토리 전략을 통해 세상의 관심과 투자, 구성원의 몰입을 이끌어 낸다. 실제로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업무 환경은 일주일에 100시간을 일할 정도로 고강도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원 모두가 “우리는 다른 많은 기업들과 차원이 다르다”는 자부심과 결속력을 가지고 열정을 다한다고 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가 조직을 움직인다

이야기에 끌리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웹툰 산업은 이미 스토리의 힘만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그 외의 산업에서도 마케팅이나 브랜딩에 스토리를 활용하는 것은 익숙한 일이 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리더들이 자신의 소통 방식에서는 ‘비즈니스적’인 틀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가 왔다. 

저마다의 가치 기준이 다양해지는 지금,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 역량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이 그 시작점이다. 리더로서 우리는 얼마나 강력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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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M세계경영연구원

insightlab@ig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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