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출신 CEO,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만든 이유는?

- 오현석 엔젤리그 대표 “투자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고 싶어”

- 스톡옵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비상장 주식, 판이 커진다

오현석 엔젤리그 대표는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부의 불균형 상황에서 근로소득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며 창업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스타트업에 근무하며 스톡옵션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는 이야기는 직장인들에게 인생이 바뀌는 성공 스토리처럼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스톡옵션을 받은 회사가 주식시장 상장에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다.

통상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상장하기까지는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시대에 10년 이상 한 회사, 그것도 스타트업에서 장기 근속하는 경우는 드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퇴사를 하게 됐을 때 스톡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스톡옵션 행사 시 적잖은 자금이 필요하고 행사를 한다고 해도 회사가 상장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적잖은 돈을 투자해 상장 여부가 불투명한 비상장 주식을 구매할 것인가, 아니면 스톡옵션 행사를 포기할 것인가의 기로에 놓인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는 스톡옵션 보다 급여를 더 많이 받는 쪽을 원하는 스타트업 종사자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비상장 주식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생긴 것이다. 과거 장외 주식은 기관과 자금력이 있는 엔젤 투자자를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최근 장외 주식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며 일반적인 주식 거래와 흡사한 방식으로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비상장 주식의 증권사 간 거래 규모는 약 20억주라고 한다. 지난해 총 거래 규모인 30억주와 비교했을 때 엄청난 성장세다. 주목할 것은 상반기 거래액 중 90% 이상이 장외 주식 플랫폼을 통해 거래됐다는 사실이다.

비상장 주식 투자 시장의 접근성을 높이고 싶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하거나 상장을 준비 중에 있다. 비상장 주식 거래는 기업의 상장 시 적잖은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톡옵션은 현금화가 어렵다. 하지만 이를 기다리기에 삶에서 직면하는 돌발 상황은 너무나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다. 반면 쿠팡, 비바리퍼블리카 등과 같이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은 수요는 있지만,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소액 투자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엔젤리그는 조합 투자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스톡옵션을 현금화하고자 하는 쪽과 스타트업에 투자하고자 하는 수요를 연결시키며 탄생한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엔젤리그 사무실에서 만난 오현석 대표는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상황을 보며 비상장 주식 거래의 높은 벽을 낮춰 기회를 찾는 보통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싶었다”며 엔젤리그 개설 계기를 설명했다.

“현재의 투자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상황이에요. 기존 자산가들이 더 큰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근로소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산가가 될 가능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죠. 그런 상황이 연출되는 전형적인 분야가 벤처 투자, 비상장 주식 시장이었어요. 한 번 투자하는데 몇 억원 단위가 필요했으니까요. 일정 수준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이 없을 경우는 진입자체가 힘들었죠. 저 역시도 벤처 투자 업계에서 일하며 많은 기회를 접했지만, 그만큼의 자금이 없어 알면서도 놓친 기회가 많았거든요. 유망한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 좀더 안전하고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기회가 되는 방법을 찾았고 그렇게 엔젤리그를 만들게 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대표는 “비상장 주식 투자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투자에도 적극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리스크를 줄인 클럽딜, 당장 수익화 기대는 금물

오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LG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으로 일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GS그룹에서 벤처 투자 업무를 담당하며 투자 분야를 처음 접했다. 신사업에 대한 관심이 이끈 행보였다. 수년 전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하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회사를 창업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며 엔젤리그를 창업한 것이 지난 2019년의 일이다. 스타트업 시장이 급성장하며 통일주권(예탁과 증권 계좌 간 위탁 거래가 가능한 주식)이 발행되기 전인 초기 단계에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오 대표가 택한 방식은 벤처캐피털(VC) 여러 곳이 모여 투자를 하는 ‘클럽 딜’이었다. 조합에 참여해 주식 일부를 사는 것으로 소액으로도 유망 스타트업의 주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매력적인 방식이다.

급한 용처가 생겨 스톡옵션을 두고 고민하는 이들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엔젤리그에서 비상장주식 혹은 스톡옵션 등 자산을 등록하고 리드엔젤과 거래 가격을 협의하면 된다. 반면 스톡옵션을 통한 이익 실현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투자 현황 및 평가 수익률을 확인하고 클럽딜 참여를 통한 공동 투자를 진행하면 된다.

오현석 엔젤리그 대표는 개발자 출신이다. 신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벤처 투자 분야를 접했고, 그렇게 쌓인 경험을 기반으로 엔젤리그를 설립했다.

올해의 경우 엔젤리그를 통해 거래됐던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등 비상장 주식이 IPO과정을 거쳐 상장되며 해당 비상장 주식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적잖은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오 대표는 “스톡옵션, 비상장 주식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기까지는 생각 이상으로 오래 걸릴 수 있다”며 당장의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스타트업 임직원들은 회사가 상장되지 않는 이상 퇴사 등을 할 경우 현금화가 쉽지 않았죠. 또 스톡옵션을 받았다고 해도 우리나라 스타트업 1세대라 할 수 있는 쿠팡(2010년 창업) 등이 이제 막 상장의 스타트를 끊은 상황이니 창업 후 적어도 1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엔젤리그를 통해 비상장 주식을 사는 투자자에게도 그 상황은 변함이 없어요. 방법은 상장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리고 다시 비상장 주식 거래를 통해 매도하는 것이죠.”

이어 오 대표는 비상장 주식 거래를 두고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는 일반 주식 거래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말이다. 투자라는 측면에서는 비슷한 면이 많지만, 한편으로 위험성 측면에서는 비상장 주식의 위험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엔젤리그는 비상장 주식 뿐 아니라 NFT 민팅 등 크리에이터 지원, 거래, 미술품 거래 등 다양한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다.

“비상장 주식도 공개된 스타트업 정보를 확인하고 분석하면서 투자를 결정할 수 있어요. 오히려 일반 대기업 주식 투자보다 쉬운 면이 있죠.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 너무나 많다 보니 기업 가치나 전망에 대해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예요. 반면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한 편이니 기업 가치 분석과 전망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죠. 오히려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그런 면에서는 좋은 것 같아요. 반면 비상장 주식이든 일반 주식이든 ‘나는 잘 모르니 이름보고 투자한다’와 같은 방식은 곤란하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장 주식 투자는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쿠팡이 미국증시에 직상장하며 새로운 사례를 제시하는가 하면,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유니콘이 된 기업들이 속속 상장을 하거나 추진 중에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자증권 발행이 안된 비상장 기업의 주식도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점,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범위 확대, 코인·주식 등에 관한 대중들의 투자 관심 증대 등으로 비상장 주식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좁혀진 것도 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이에 엔젤리그는 투자자들이 보다 현명하게 판단하고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가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스톡옵션의 행사 가액과 세금을 계산하는 ‘스톡옵션 세금계산기’, 양도소득세 신고 대행 서비스 등이다.

NFT·코인 확장되는 투자처, 상상력이 필요하다

엔젤리그 팩토리는 전문성을 가지고 디지털 아트 시리즈를 만들고자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NFT 민팅과 홍보를 지원하고 있다. (이미지=엔젤리그)

비상장 주식 뿐만이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 NFT, 코인 등 다양한 투자처가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월급과 저축으로 평생을 살아가기에 삶은 너무나 길고,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은 짧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엔젤리그는 리스크를 줄인 투자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 NFT를 활용한 투자 등 확장되는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올해 10월 디지털 크리에이터를 위한 NFT(대체불가토큰) 민팅 프로젝트 ‘서울펑크(SeoulPunks) 콜렉션’을 글로벌 최대 NFT 거래소 오픈씨에 공식 론칭한 것이다. 또한 ‘엔젤리그 팩토리’를 통해서는 한국적 특색을 담은 탈(TAL, Korea MASK) 디지털 아트 NFT를 발행해 화제가 됐다. 엔젤리그는 향후 NFT를 가진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멤버십 서비스도 준비중이다. 오 대표는 “NFT를 비롯해 미술품 거래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엔젤리그의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중”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저희가 지향하는 것은 온라인에서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그 첫 에셋클래스가 비상장 주식이었던 것이고요. 두 번째로는 NFT인 거죠.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NFT가 있지만 특히 저희가 주목하는 것은 미술시장이에요. 이제까지 그림이라면 붓으로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NFT가 등장하며 디지털 아트라는 것이 굉장히 큰 흐름이 되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디지털 아트 작업을 시도하고자 하는 크리에이터 분들도 많아지고 있고, 저희는 그런 분들을 위해  기술적으로 NFT화를 도와드리고 있죠. 저희 입장에서도 디지털 아트 NFT는 엔젤리그 고객들의 새로운 대체 투자 자산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엔젤리그 팩토리 오픈 당시 제작된 디지털 아트 NFT '탈'

디지털 아트 NFT를 수익화하는 방식은 크리에이터가 정한 가치(가격)으로 오픈씨, , klip drops 등의 거래소에 론칭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주식을 상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가치는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와 같은 가상자산으로 산정되며 그 가치가 인정받을 경우 수억원 대를 호가하며 거래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엔젤리그는 디지털 아트를 NFT화하는 ‘민팅’을 지원하고 이후 거래소에서 판매가 되면 그 판매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러한 방식으로 최근 엔젤리그가 크리에이터와 협업한 NFT는 거래소에 올라가자마자 바로 판매되는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펑크의 경우 자신의 디지털 아트를 NFT화하기를 원하는 개인 크리에이터 분들을 위해 민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반면 엔젤리그 팩토리는 좀 더 전문성을 갖고 작품 시리즈를 만들고자 하는 크리에이터 분들의 신청을 받습니다. 내부적으로 검토를 한 후 함께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면 연락을 드리고 있죠.”

NFT는 발행만 한다고 해서 모두 수익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발행 후 상위에 노출시켜 컬렉터의 눈에 띄고 구매로 연결될 수 있게 하기까지 적잖은 노력이 필요하다. 작품의 수와 거래량도 영향을 미치고 나름의 마케팅과 홍보도 필요하다. 이에 오 대표는 “엔젤리그 팩토리를 통해 NFT화한 크리에이터 분들은 나름 전문성을 가지고 자기 생각을 작품으로 표현하시는 분들”이라며 “나름대로 작가와의 대화도 지원하고, 저희 트위터나 SNS 상에서 홍보도 해드리고 있다”고 엔젤리그의 역할을 설명했다.

오 대표에 따르면 아직 디지털 아트 NFT 시장은 태동기 수준이다.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기도 하다. 엔젤리그는 향후에도 지금과 같이 새로운 투자의 수요가 있는 분야라면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발굴해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NFT와 같은 새로운 투자 방식은 아직까지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법적으로)도 있고 상상력이 필요한 영역이죠. 하지만 세상은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요.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 공간을 꾸미는 수요가 나올 수도 있고, 가상으로 꾸며진 사무실에 수천만원짜리 NFT 작품이 걸릴 수도 있겠죠. 그런 것을 예상하려면 상상을 해야 해요. 아직까지 우린 그런 세상을 안 살아봤으니까요. 하지만 당장 제 아들에게 현금 만원과 구글 플레이 기프트 카드 중에 고르라고 하면 카드를 골라요. 그 세대의 삶은 온통 디지털로 채워져 있죠. 그런 것을 보며 향후 디지털 공간, 디지털 재화의 가치 기준이 지금과도 전혀 다르게 변할 가능성이 높아요.”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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