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수집 필수 동의 백기 든 메타… "돌파구 안보여"

[AI요약] 지난 달 26일을 마지노선으로 개인정보 수집 필수 동의를 못박았던 메타가 결국 각계에서 쏟아진 비판 여론에 백기를 들었다. 최근 메타는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개인정보 수집과 관련한 압박을 받고 있다. 전방위 압박에 처한 메타의 위기 상황은 지난 2분기 성적표를 통해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메타가 지난달 26일로 못박았던 개인정보 수집 필수 동의 정책을 철회하며 백기 투항했다. (이미지=픽사베이)

지난 달 26일을 마지노선으로 개인정보 수집 필수 동의를 못박았던 메타가 결국 각계에서 쏟아진 비판 여론에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개인정보 수집 범위에 대한 공론화 움직임이 일며 분위기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메타로서는 안 하는 것만 못한 자충수를 둔 셈이다.

지난달 28일 메타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와 면담 이후 “이번 개인정보처리방침에 대한 동의 절차를 철회하는 것이 한국 사용자 입장에 더 부합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자사의 앞선 조치에 대해서는 “이미 적용되고 있는 방침에 대한 투명성을 더욱 제고하기 위한 추가적 방향이었으며, 개인정보 수집과 처리에 있어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해 개보위 측은 메타의 개인정보 동의방식에 대한 입장 철회와 별개로 온라인 서비스 기업 전반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 위법사항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강경했던 입장을 철회했지만, 온라인 서비스의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개선 논의는 오히려 본격화된 셈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등 시민단체들 역시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메타가 맞춤형 광고 목적으로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을 벌여왔다”고 지적하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까지 제기하고 나선 상황이다.

메타의 무리수, 배경은?

메타가 이렇듯 극단적인 무리수까지 감행했던 이유는 뭘까? 우선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애플의 앱추적투명성 조치(ATT)를 꼽을 수 있다. 애플의 ATT 도입 이후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광고 매출로 벌어들이는 메타의 비즈니스는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문제는 이러한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이 향후에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안드로이드 앱마켓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구글 역시 조만간 안드로이드 사용자 정보 추적을 제한하고, 오는 2023년까지 크롬 브라우저 내 서드 파티 쿠키 지원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 확산 초기 애플, 구글 등을 통해 익명화된 개인정보를 쉽게 활용해 왔던 방식으로엄청난 광고 수익을 거뒀던 메타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됐다. 이는 결국 무리한 개인정보 수집 강화로 이어졌다.

애플의 ATT 도입 이후 메타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이용자 감소와 실적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향후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정리해고를 암시하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픽사베이)

최근 메타는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개인정보 수집과 관련한 압박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민감한 의료 기록까지 수집해 맞춤형 광고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2020년에만 미국 33개 병원에서 2600만명이 넘는 환자 정보를 추적해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고, 그로 인해 집단소송을 당하고 있다.

전방위 압박에 처한 메타의 위기 상황은 지난 2분기 성적표를 통해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발표된 메타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가 줄어든 288억달러(약 3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고작 1%라고 할 수도 있지만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하락한 것은 메타 설립 이후 최초의 일이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역시 광고 매출의 감소였다. 이러한 실적 하락은 메타 뿐이 아닌 트위터, 스냅 등 한때 황금기를 구가했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계 전반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제는 향후 전망조차 암울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폭발했던 온라인 광고 시장 성장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본격화된 올해를 기점으로 눈에 띄게 꺾이는 추세다. 점유율 우위 상황에서 만만하게 봤던 중국 틱톡이 숏폼 콘텐츠를 무기로 내세우며 성장하고 있는 것도 메타에게는 좋은 상황이 아니다.

더구나 미국 각계에서는 향후 2년 이내에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지난달 2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6월에 이어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두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며 더욱 유력해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역시 “회사가 전례 없는 최악의 침체에 직면할지 모른다”며 정리해고를 암시하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 수집 문제 제기,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메타가 위기의 돌파구로 삼고 있는 메타버스 신사업 분야 역시 공정 경쟁 대신 M&A 방식이 적용되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견제를 받고 있다. 사진은 FTC 전경. (사진=위키피디아)

메타의 신사업 분야인 메타버스 역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 대신 인수합병(M&A)으로 가능성 있는 기업을 흡수하는 메타의 행적에 대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대상 기업은 가상현실(VR) 피트니스 게임 ‘수퍼내추럴’을 만든 ‘위딘 언리미티드’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메타버스 기업으로 전환을 발표하며 이 기업 인수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FTC는 이를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FTC가 이 소송의 피고로 지목한 것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메타의 위기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나온 3분기 실적 전망치는 2분기보다 더 암울하게 나오고 있다. 당장은 채용 축소와 비용절감으로 대응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역시 근본적인 위기, 즉 개인정보 수집 방식에 제동이 걸리는 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애플이 ATT를 도입한 직후인 지난해 4분기 메타의 실적에서 징후를 보였다. 사상 처음 일일 이용자가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후 올 1, 2분기가 지나는 동안에도 메타는 해결책을 찾는 대신 개인정보 수집 필수 동의와 같은 무리수를 택하며 위기 상황 악화를 자초했다.

비록 개인정보 수집 필수 동의 방침은 철회했지만, 메타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 방식과 복잡하게 설정한 개인정보 수집 범위 설정 변경 방식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들이 다른 앱이나 서비스에 로그인 할 때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기’를 선택하는 경우다. 이때 메타는 제3자 정보 제공 동의를 통해 무분별하게 다른 앱이나 서비스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카카오톡, 네이버 등도 같은 방식으로 다른 앱과 서비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에 개보위에서는 이용자의 개인정보 통제권을 강화하는 온라인 맞춤형 광고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그와 별개로 메타의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위법 사항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도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여야 간 다른 첨예한 이슈로 잠시 계류돼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심각성은 여야 모두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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