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發 포괄임금제 폐지 움직임도 '부익부 빈익빈'

[AI요약]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3N’으로 일컬어지는 대형 게임사에서 시작된 포괄임금제 폐지 움직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중견 게임사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포괄임금제 폐지 움직임이 자금 여력이 충분하고 인력 수요가 높아진 업체들을 중심으로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100인 이하의 중소 업체, 인력난·자금난이 심각한 제조업체 상당수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어, 포괄임금제 폐지도 부익부 빈익빈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노동계는 포광임금제와 노동시간 유연화는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각계에서도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포괄임금제 폐지가 선행되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미지=픽사베이)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3N’으로 일컬어지는 대형 게임사에서 시작된 포괄임금제 폐지 움직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중견 게임사로 확산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시간 외 근로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하거나 정액으로 지급하는 임금방식으로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폐지를 요구해 왔다.

게임업계의 포괄임금제 폐지가 이슈가 된 이유는 최근 몇 년 사이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각 게임사들이 임직원의 만족도 및 복지 강화를 위해 연이어 도입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재택근무, 시간 선택제 근무 등 근무방식에 적잖은 변화가 있었던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문제는 포괄임금제 폐지 움직임이 자금 여력이 충분하고 인력 수요가 높아진 업체들을 중심으로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100인 이하의 중소 업체, 인력난·자금난이 심각한 제조업체 상당수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어, 포괄임금제 폐지도 부익부 빈익빈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유연화’가 실행될 경우 자칫 이러한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괄임금제가 대체 뭐길래?

포괄임금제는 매월 일정액의 제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산정방식으로 근로시간이 불규칙해 시간 산정이 쉽지 않는 업종에서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통용돼 왔다. 하지만 이는 근로기준법에 존재하지 않는 임금 산정 방식이다. (이미지=직장갑질119)

포괄임금제는 매월 일정액의 제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산정방식이다. 제수당이란 근로자의 근로 시 발생하는 연장, 야간, 휴일근로 등 시간외근로수당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실제 근로기준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임금산정방식으로, 대법원 판례에 의해 통용돼 왔다.

본래 임금산정 방식 원칙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 기본임금을 정하고 이에 연장, 야간, 휴일 근로수 당 등 시간외근로수당을 합산해 지급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괄임금제가 다수의 사업장에서 오래도록 적용돼 왔던 것은 근로 형태나 업무의 성질에 따라 근로시간이 불규칙하거나 노동자 재량으로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는 경우, 시간외근로수당을 명확하게 확정짓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포괄임금제의 특징을 악용해 법정근로시간을 빈번하게 초과하는 분야에서 편의성을 이유로 적용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특히 포괄임금제는 반드시 근로자의 승낙을 전제로 근로계약서에 명시가 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받는 수당액이 실제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시간외근로수당보다 적을 경우 근로자에게 분리하기 때문에 무효처리 될 수 있지만, 그간 ‘갑’과 ‘을’의 고용관계 속에서 이의 제기를 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다수 발생했다.

또 일부에서는 포괄임금제가 적용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야근을 하지 않거나, 정해진 시간만큼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임금을 깎거나, 연차 수당까지 포괄임금에 포함 하는 사용자 횡포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포괄임금제의 원래 취지는 약속된 해당 금액은 보장해주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게임업체의 포괄임금제 폐지 릴레이 실상은 ‘여유’있는 기업만

포괄임금제는 한때 게임사들도 일반적으로 적용하던 것이었지만, 최근 개발 등 인력 수요가 급증하며 인재 확보를 위한 당근책 중 하나로 3N을 비롯해 중견게임사까지 포괄임금제 폐지를 선언하고 있다.

한때 게임업계도 포괄임금제가 일반적인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엄청난 노동 강도에 일을 그만두는 근로자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개발자 등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게임사를 중심으로 포괄임금제 폐지와 각종 복지를 제시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러한 포괄임금제 폐지는 2019년 무렵부터 넥슨 등 3N으로 불리는 대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본격화됐고, 최근에는 중견 게임사로 확대되는 추세다.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펄어비스 등 중견급 이상 게임사들이 지난해까지 대부분 포괄임금제를 폐지했고, 올해도 슈퍼캣, NHN, 데브시스터즈가 포괄임금제 폐지를 선언했다.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게임사에서 포괄임금제 폐지는 이제 일반적인 상황에 속한다. 최근 임금 갈등으로 논란이 된 웹젠 조차도 2018년 당시 드물게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업체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 역시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점이다. 연봉 1억원이 넘는 게임사들이 줄줄이 생겨나고 있고 이러한 게임사들은 포괄임금제 폐지를 당연한 혜택으로 여기지만, 매출 규모가 작은 중소형 게임사는 연봉 인상도, 포괄임금제 폐지도 선뜻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야근·주말 출근 밥 먹듯 해도 수당 못 받는 중소업체 근로자들… 노동시간 유연화까지?

지난 1~2월 사이 직장갑질 119에 접수된 직장내 부당행위 제보 중 임금과 노동시간 관련 제보는 108건에 달했다. (이미지=직장갑질 119)

사단법인 ‘직장갑질119’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1~2월 사이 접수된 직장 내 부당행위 제보 336건 중 임금, 노동시간과 관련된 제보는 108건에 달한다. 대부분이 포괄임금제라는 명목으로 사측이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장시간 노동을 강요한 사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당시 후보의 ‘노동시간 유연화’ 공약은 불 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 됐다. 노동계가 극렬하게 반발한 이유는 공약 내용이 연장근로시간 특례 업종을 늘리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확대, 연장근로시간 특례업종·특별연장근로 대상에 스타트업 포함하는 것 등을 골자로 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확대하며 포괄임금제로 임금을 계산할 시 실제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지급기준이 불분명해진다는 이유로 윤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를 전면 반대해 왔다. 자칫 야근만 무한대로 늘어나고 이에 대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실제 지난 2020년 고용노동부가 실시간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포괄임금제 적용 사업장은 조사대상 2522곳 중 30%에 가까운 749곳에 달했다.

한편 2019년 한국경제연구원 실태조사 당시에는 국내 주요 대기업 절반 이상인 57.9%가 사무직, 연구개발직 등 다양한 직군에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산정 애로' 등이 포괄임금제를 시행하는 주요 이유로 꼽혔고, 포괄임금제 적용 기업의 70.8%는 포괄임금제 원칙적 금지 방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을 공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노동계 등이 요구하는 포괄임금제 폐지는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의 목표는 주 52시간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노사 합의에 따라 직무나 업종 특성에 맞춰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단, 전제 조건은 출·퇴근 시간을 명확하게 관리해야 하고, 연장 근로 등에 대한 기록도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지만 앞서 조사 결과와 같이 적잖은 기업이 처한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물론 상황은 2019년과 많이 달라졌다.
많은 대기업을 비롯해 게임사들과 같이 자금여력이 충분한 중견기업의 경우는 근로 시간을 관리하는데 문제가 없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히려 개발 등의 인력 수요가 급증하며 자발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나서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이러한 관리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 노동계와 직장갑질 119 측은 “그나마 지난 몇 년 간 형성된 노동시간 단축의 사회적 분위기를 훼손하고 완전히 역핼 시킬까 심각한 우려가 된다”며 “새 정부의 노동시간 정책은 주 52시간 상한제 폐지나 완화가 아니라 장시간 불법 노동을 가능케하는 포괄임금제 폐지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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