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시 논란의 불을 지핀 플랫폼 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으로 인해 플랫폼 규제 이슈가 뜨거워지고 있다.
앞서 플랫폼 업계를 비롯해 스타트업계, 학계 등에서는 공정위의 플랫폼법 제정 움직임을 두고 국내 토종 기업만 희생양으로 삼는 규제,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고 소상공인을 비롯해 소비자 후생까지 저해하는 섣부른 시도라는 비판적인 입장이 쏟아져 나왔다.
거기에 더해 사실상 자국 기업인 애플, 구글의 보호에 나선 미국 상공회의소 측 역시 부정적 입장의 성명까지 발표했다.이렇듯 규제로 인한 무역 마찰 우려까지 커지자 공정위는 일단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5일 국민대SME연구센터는 ‘디지털 시대, 소상공인의 성장을 돕는 플랫폼 서비스와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한 세미나를 열고 플랫폼과 소상공인 상생과 관련된 각 분야 학자들의 실증적인 연구 내용과 실제 사업자의 사례를 공개했다.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과 그 과정에 플랫폼이 미친 영향력을 분석한 각 연구자들의 연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그 결과는 공통적으로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했다.
‘과연 플랫폼이 소상공인을 착취하는 것일까?’
플랫폼, 소상공인의 성장에 유의미한 도움 주고 있어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국민대플랫폼SME연구센터의 김도현 교수(센터장)는 인사말을 통해 “최근 공정위의 (플랫폼법) 입법 추진 과정에서 디지털 플랫폼과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관계를 대립구도, 혹은 대립을 넘어 착취와 피착취의 관계처럼 묘사되는 경우를 발견했다”며 “실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자(소상공인)이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를 보면 개념적으로 생각하는 대립과는 다른 굉장히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운을 뗐다.
이어 ‘플랫폼을 활용한 소상공인의 온라인 판매 확장 사례’를 주제로 첫 발제를 맡은 김정환 국립부경대 휴먼ICT융합전공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이커머스 시장 상황을 소개하며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장은 플랫폼에 참여하는 소상공인들에게 굉장히 큰 기회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소상공인들이 처한 어려움의 원인을 ‘디지털 전환’의 어려움으로 지적하며, ‘SME 디지털 마케팅 서포터즈 교육과정’ 사례 및 성과를 소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다수의 소상공인 사업자들은 서포터즈인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오프라인 점포와 함께 스마트 스토어, 쇼핑 라이브, 검색광고 등 플랫폼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고, 유의미한 매출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외식업 분야에 대한 배달 플랫폼의 지원 효과’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공 KDI(한국개발연구원) 산업시장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은 배달 앱을 이용하는 외식업 사업자의 매출이 월 평균 193만원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발표를 통해 이 부연구위원은 “배달앱과 관련된 수수료 문제를 두고 ‘착취’라는 여론이 형성됐는데, 실제 착취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지, 반대로 배달앱을 도입한 식당의 매출 추이는 어떻게 되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싶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어진 발표에서는 김지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가 ‘라이브커머스의 SME 판매 지원 효과 분석’을, 김태경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가 ‘SME와 생성형AI’를 주제로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각각의 발표를 통해 쇼핑라이브를 활용, SME서포터즈 운영을 통해 고객군 확장과 매출이 증가한 사례, 소상공인들이 새롭게 부상하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의 역할과 필요성이 언급됐다.
바오담과 모던복희의 사례로 보는 ‘플랫폼이 온·오프라인 사업자 성장에 미치는 영향’
이날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김도현 센터장이 좌장을 맡고 앞서 발제를 진행한 발표자들과 함께 박성용 바오담 대표, 문주연 모던복희 대표가 합류해 저마다의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 대표는 “바오담은 코로나19를 거치며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케이스”라며 “오프라인 매장을 3개까지 확장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되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생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활용한 것은 카카오플러스친구를 통한 온라인 고객 확보, 마케팅 메시지 발송을 통한 재구매 유도였다. 박 대표는 1년 반 전부터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기존 B2B 방식의 납품을 넘어 개별 고객층으로 영업 대상을 확대한 내용도 언급했다. 그 과정에서 박 대표가 꼽은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수수료’였다.
“저희는 주로 기업 고객에게 납품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갑작스레 거래가 끊길 경우 대응 방도가 없었어요. 그래서 자체적인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디지털 전환을 고민했죠. 그렇게 활용한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개인 고객을 적잖이 모을 수 있었습니다. 제 경우 오프라인 수수료 부담이 컸는데,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광장히 저렴한 수수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이어 문 대표 역시 “코로나19가 시작되며 유동인구가 없어지고, 처음 3~4개월은 진지하게 매장을 닫을 고민을 했다”면서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통해 활로를 찾았던 경험을 털어놨다.
“온라인 사업을 시작하려는 대부분의 사업자의 가장 큰 고민은 ‘내 상품을 어떻게 알려야 하나’예요. 그런데 그 고민이 쇼핑 라이브 하나로 다 해결이 됐습니다.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이미 고객이 모여있는 곳에서 내 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에게 집중하면 판매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었어요. 너무 감사하게도 처음에는 크고 작은 실수 연발에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시작했지만, 쇼핑 라이브 채널 안서 만난 많은 관대한 소비자 분들이 다 받아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할 수 있었어요. 그 경험을 통해 누구든 서툴러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쇼핑 라이브라는 것을 알게 됐죠.”
플랫폼법, 근거 없는 ‘착취’ ‘독점 행위’로 규제하는 것은 많은 논란 일으킬 것
이날 패널 토론에서는 공정위 ‘플랫폼법’에 대한 각 패널들의 의견도 공유됐다. 좌장을 맡은 김도현 센터장은 “학계 연구 내용과 사업자 분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SME의 성장에 디지털 플랫폼이 굉장히 기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입법 과정에는 여전히 (플랫폼이) 독점 행위자라는 시각이 존재하는 면이 있다”며 각 패널들의 생각을 물었다.
앞서 배달 플랫폼의 외식업 분야 지원 효과를 주제로 발표한 이공 부연구위원은 플랫폼법과 관련해 공정위의 상세한 설명이 연기됐다는 것을 전제로 “플랫폼법을 통해 적용되는 사전 규제는 빠져나갈 구멍이 많고, 해외 플랫폼의 경우 제재를 안 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특히 이 부연구위원은 “사후적인 규제 역시 애플과 구글의 사례를 보면 소송으로 이어졌고, 같은 사례지만 반대의 소송 결과가 나오기도 해 사후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다”며 “(공정위가) 혁신을 저해하지 않은 선에서 규제하겠다고 하지만 플랫폼이 이뤄내는 혁신이 얼마나 고려될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경 교수의 경우는 “미리 문제가 될 기업들을 추려서 문제가 발생하면 빠르게 규제하겠다, 규제 속도를 높이겠다가 가장 큰 (플랫폼법의) 취지인 듯하다”며 “이는 플랫폼의 다양성과 그 안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협력관계를 간과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더구나 이러한 인식은 플랫폼에 AI 기술이 적용되며 더욱 복잡한 집합체가 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한편 이날 성공 사례를 언급한 박성용 대표는 플랫폼 생태계를 숲에 비유한 발언으로 ‘규제 보다는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을 모았다.
“숲에서 새로운 새싹이나 묘목이 이미 너무 커버린 나무 때문에 자라지 못한다고 그 숲을 관리하는 관리인이 큰 나무의 밑동을 잘라내는 일을 하려는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묘목이 잘 자라게 하려면 햇빛을 더 잘 들게 하기 위해 큰 나무의 가지만 쳐줘도 될 거고, 영양제를 주는 방식으로 육성하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쪽에서는 굉장히 자생력이 큰 외래종 나무(글로벌 플랫폼을 의미)가 들어오려 하는데 그렇게 되면 과연 이 숲이 잘 조성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큰 나무의 과실로 인해 잘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갑자기 나무가 없어지거나 잘 못자랄 경우 어디서 양분을 찾아야 하는지가 의문입니다.”
이어 폐지된 대형마트 규제를 언급한 박 대표는 “규제 보다는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방향이었다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윈윈했을 것”이라며 “소상공인을 꼭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만 규정하는 것보다는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방향으로 육성과 지원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모던복희의 문 대표는 “소상공인들이 바라는 것은 사실 첫째도 둘째도 (플랫폼 기업들의) 빠른 정산”이라며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상공인들이 처한 자금 유동성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