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미래 증강현실(AR) 및 혼합현실(MR) 기술에 진심이라는 증거를 보여주는 기업 인수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캐나다의 홀로그램 기반 AR글래스 업체 노스(North)를 인수한 이래 또다시 핵심기술업체 인수가 이뤄졌다.
디인포메이션은 21일(현지시각) 5년된 마이크로 LED 스타트업인 랙시엄(Raxium)을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공식발표는 없었다.
구글, 성능 뛰어난 마이크로 LED스타트업 인수로 미래 헤드셋 박차
구글의 랙시엄 인수 금액은 10억달러(약 1조 2000억 원)로 알려졌다.
특히 이 디스플레이는 성능이 뛰어나며 태양광 아래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밝기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R과 MR분야 진출 야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구글의 의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지금까지 최적의 AR 헤드셋용 디스플레이로 꼽혀온 유기발광소자(OLED가 밝은 태양광 아래선 낮은 밝기를 가지는 문제점도 극복한 디스플레이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를 통해 구글은 랙시엄의 연구개발(R&D)성과를 자사 AR/MR용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는 AR/MR 헤드셋을 향한 구글의 확장현실(XR) 여정을 가속화할 수 있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사 인수에 따라 구글이 AR/MR 분야 사업을 강화할 준비를 마쳤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랙시엄은 AR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인상적인 발전을 보여온 5년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유명한 디스플레이 서플라이 체인 컨설턴트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로스 영에게서 나왔다.
그는 씨넷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들은 아주 작은 크기에서 커다란 효율성 손실없이 RGB(적록청) 마이크로 LED의 모든 좋은 성능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단 하나의 웨이퍼로 충분한 색채 전환 없이 뛰어난 RGB 성능을 구현하는 것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를 5마이크로미터(um) 미만에서 실현하는 것은 더욱더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투명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고화소 밀도와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유기발광소자(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가 증강현실(AR)기기에 최적의 선택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OLED는 밝은 태양빛 환경에서 AR 헤드셋을 사용하기 때문에 낮은 밝기가 문제될 수 있다는 한계점이 지적돼 왔다.
기욤 찬신 DSCC 디스플레이 리서치 이사는 “마이크로 LED는 OLED보다 훨신 밝을 수 있다. 이는 실외에서 사용될 AR 스마트글래스에 있어서는 특히 중요하다. 마이크로LED는 고해상도, 고대비, 고휘도를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인수가 스마트안경 관련 기술기업들에게 전략적인 투자가 된 이유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삼성과 LG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구글과 AR/MR글래스는 이 회사가 이미 지난 2012년 한차례 구글글래스를 내놓은 데서 알 수 있듯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또 이미 마이크로 소프트(MS)가 이 분야에 꽤 성과를 보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미래형 제품 상품화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물밑 작업 중인 글로벌 IT거인들도 꽤 알려져 있다.
구글이 AR·MR 분야에서 경쟁할 글로벌 IT거인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산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3500달러(약 430만원)짜리 MR헤드셋인 홀로렌즈2를 선보이고 있다.
애플은 2년 후에 미래의 AR기기, 또는 MR헤드셋 기기를 내놓기 위해 연구에 매진중인 것으로 알려진 또다른 거인이다. 3000달러(약 360만원)에 판매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한 애플의 미발표 AR 헤드셋역시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메타로 사명을 바꾼 페이스북도 300달러(약 36만원)부터 시작하는 소비자 지향 VR 헤드셋인 오큘러스 퀘스트2를 가지고 있다. 메타는 오큘러스 퀘스트의 단말기 이름을 메타 퀘스트로 변경했다.
다만 구글이 잠재적인 AR 헤드셋으로 어떤 시장을 공략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언제 나올지 추정하기에도 너무 이른 게 사실이다.
구글이 추진중인 아이리스 프로젝트는
구글의 마이크로LED 스타트업 인수 소식은 이 회사가 AR헤드셋 개발을 위해 추진중인 아이리스 프로젝트(Project Iris) 진행 소식에 이어 나왔다. 이 AR 헤드셋 프로젝트 성과가 오는 2024년 나올 것이라는 보도였다.
현재 구글의 AR/MR 헤드셋 프로토타입은 외부 컴퓨팅 기기 테더링이 필요하지 않은 독립형 기기라는 것까지 알려져 있다. 이 헤드셋은 MR 경험을 가능케 하는데, 구글의 최신 텐서 프로세서를 탑재하며, 안드로이드 기반의 운영체제(OS) 상에서 동작하는 외향 카메라를 포함할 것이라고 한다.
올해 1월 구글 내부 연구개발(R&D) 부서인 구글랩스는 블록 체인 기반 사용 사례와 분산 컴퓨팅 및 데이터 스토리지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탐구하기 위해 새로운 팀을 추가했다. 또한 중요한 연구개발 시간을 AR/MR, 스마트 안경, 암호 화폐 기술에 할애하고 있다. 구글은 코인베이스와 비트페이를 저장하기 위해 디지털 지갑 시스템을 곧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구글은 웹XR과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존 구글 기술을 특징으로 하는 자체 개발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춘 ‘구글과의 실험’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노스 인수에 이어 드러난 강력한 의지
구글은 지난해 6월말 아마존의 투자를 받고 있는 8년된 캐나다 스마트안경 제조업체 노스(North)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이 거래의 가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를 처음 보도한 글로브 앤 메일에 따르면 인수가격은 이 회사가 투자받은 2억달러(약 2300억 원)보다 적은 1억8000만달러(약 2290억원)로 알려졌다.
구글은 AR 분야 초기의 선구자다. 지난 2012년 구글 글래스를 공개했지만 높은 초기 가격과 사생활에 대한 우려(안경에 비디오 카메라가 포함됨)로 일반 소비자들의 저항에 부딪쳐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구글 글래스의 버전을 기업들에게 계속 제공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와 경쟁하고 있다.
구글은 노스 인수 당시 “이번 인수로 유비쿼터스 커넥티드 디바이스가 함께 작동하는 ‘주변 컴퓨팅(ambient computing)’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릭 오스텔로 구글 디바이스 및 서비스 부문 수석 부사장도 “우리는 모든 디바이스가 함께 동작해 테크놀로지가 백그라운드로 사라져 버리는, 당신의 주변 모든 곳에서 도움이 되는 미래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우리가 하드웨어와 주변 컴퓨팅의 미래에 계속해서 투자하는 가운데 노스의 전문 기술 지식이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이전에 탈믹 랩스로 알려졌던 이 캐나다 회사는 지난 2018년 포컬스(Focals)로 불리는 홀로그램 스마트 안경을 공개하면서 브랜드를 바꿨다. 노스는 인수발표에 이어 자사의 1세대 모델 생산 중단과 함께 지난해 출시 예정이었던 최신형 안경 포컬스 2.0을 출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R/MR 헤드셋 분야의 강력한 경쟁자로 애플과 포로텍 주목
애플도 최근, 특히 지난 1년 동안 AR/MR 헤드셋을 위한 디스플레이 기술의 연구와 시제품 제작에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다.
지난해 3월 애플과 TSMC는 AR 헤드셋용 새로운 OLED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기 위해 제휴했다. 9월에는 APS 홀딩스에 고품질 MR 디스플레이를 위한 OLED 소재를 요청했다.
익히 봐 왔듯이 애플은 혁신적인 AR/MR 디스플레이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특허청에 특허 출원도 해놓고 있다. 지난해 5월 애플은 사용자가 밝고 어두운 환경에서 작동하는 AR 디스플레이를 확인했고 이후 화면이 아닌 착용자의 망막으로 영상을 직접 전송하는 AR 레티나 디스플레이 특허를 출원했다.
마이크로LED 제조업체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스핀오프인 포로텍(Porotech)은 질화갈륨(GaN) 기반 소재와 디스플레이 업체다. 올해 초 유통 및 생산을 가속화하기 위해 약 2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이 실험적 기술은 조명이 약한 환경이나 야외에서 매우 잘 작동한다고 한다.
구글이나 애플 등의 회사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차 스마트폰과 미래형 AR/MR기기에 사용돼 온 기존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재팬디스플레이의 OLED와 LCD를 대체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삼성과 LG의 분발과 성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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