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은 가상세계(메타버스)용 로봇손을 공개했고,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춤까지 추는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와 로봇개 스팟으로 너무나도 유명하다. 전기차 선두주자 테슬라는 인간 작업을 대신할 휴머노이드인 테슬라봇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칼테크의 2족 보행 로봇은 두발로 걷는 것은 물론 날 수 있고 심지어 스케이트보드도 탈 수도 있다. 아마존은 제품 배송을 위한 로봇을 만들고 있고 애플의 분해 로봇인 데이지는 지난 2018년부터 중고 휴대폰속 희토류 재활용을 위해 아이폰을 분해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로봇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잠잠하던 알파벳 산하 비밀연구회사 ‘X디벨롭먼트(이전 구글X)’의 로봇이 마침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에브리데이 로봇(Everyday Robot)’이다.
알파벳의 X디벨롭먼트 팀은 한동안 로봇에 손을 대 왔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나 최근의 테슬라처럼 로봇에 대해 눈길을 끌 만한 야망을 드러내거나 주목을 끌 만한 이상한 주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거에 전세계 로봇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는 일상생활 속 로봇을 만들어 대규모 자체 실험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막 드러났다.
이름 그대로 ‘일상생활’ 속에서 인간을 돕는 이 ‘에브리데이로봇(Evertday Robots)’은 회의실 내 테이블 닦기, 쓰레기 정리, 문 열기, 의자 정리 등을 수행한다.
스크린랜트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알파벳은 조만간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캠퍼스에서 잡일을 처리해 줄 로봇을 대거 도입, 본격적인 실생활 적용 시험에 들어간다. 이 시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사무실이나 가정내 로봇 활용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스 피터 브뢴모 X디벨롭먼트 최고 로봇책임자는 100대 이상의 에브리데이 로봇이 구글의 마운틴뷰 캠퍼스에 배치돼 쓰레기를 분류하고 청소용 고무긁개로 테이블을 닦는 것과 같은 기본적 작업을 수행할 것이며 곧 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내놓은 장애물을 피해 달리기까지 하는 아틀라스 로봇만큼 화려함은 없지만 이 ‘일상 로봇’ 뒤에 숨겨진 목적은 그것보다 조금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언뜻 사소해 보이지만 전세계적 노령화에 따른 가사 도우미 로봇으로 각광받을 수도 있고, 평범한 허드렛일을 할 알바 일자리를 대체할 로봇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브리데이 로봇은 바퀴로 움직이며, 타워형 몸체에 유연하게 작동하는 다관절 팔과 그 끝에 있는 다목적 그리퍼가 보인다. 몸체 상단 머리 부분에는 머신 비전용 카메라와 센서가 있고 측면에 탐색용으로 보이는 회전형 라이다가 따라 붙는다.
한스 피터 브뢴모 로봇 최고 로봇 책임자는 “현재 사무실 주변에서 다양한 유용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100대 이상의 로봇 시제품을 운영하고 있다”며 “쓰레기를 분류하는 이 로봇은 테이블을 닦고, 컵을 잡는 기능의 그리퍼로는 문 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로봇들이 사무실 환경에서 허드렛일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X디벨롭먼트 팀은 4개월 간의 초기 훈련 기간을 통해 로봇의 업무 성능 정확도를 90%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중요한 것은 이 로봇들이 기본 기능외에 더많은 것을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학습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팀의 목표는 로봇들이 과제를 배우도록 훈련시키고, 그 학습내용을 적용해 많은 기술적 업그레이드나 방대한 코딩을 하지않고도 다른 수많은 허드렛일을 수행토록 하는 것이다. 이들의 계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알파벳 X디벨롭먼트 팀은 테슬라봇(Tesla Bot)과 달리 ‘에브리데이로봇’으로 인간-로봇의 ‘공존’을 염두에 둔 자연스런 로봇 능력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이렇게 하려면 휴머노이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하지만 소프트웨어(SW)가 손상되더라도 사람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에브리데이 로봇 개발팀은 이 로봇이 수행할 모든 작업에 대한 코드를 작성해 넣어 주지 않는다. 대신 사람과 로봇이 함께 있는 사무실이나 가정의 거실처럼 예측할 수 없는 비정형(비구조화) 공간에서 작동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기 위해 기계 학습에 의존하고 있다.
개발 팀은 강화학습, 협업학습, 시연학습 등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반 방식을 적용해 로봇이 주변 세상을 더 자세히 이해함으로써 일상적 작업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브뢴모 책임자는 “기존의 능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도록 하는 기계학습 접근 방식이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고 말한다. 그는 “예를 들어, 문을 열도록 하는 알고리즘과 학습이 이제 에브리데이로봇이 (테이블 밖으로 빼내진)의자를 가지런하게 정리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고 소개했다.
이 로봇들은 이제 구글 사무실에서 자동으로 문을 열고 청소가 필요한지 의자가 몇 개 부족한지도 확인하게 된다.
로봇 팀의 최종 목표는 이 로봇이 다른 사람을 방해하거나 돕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고급 사회성을 배우는 대신 지속가능하게 살 수 있는 자가학습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로봇이 간단한 인간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인간과 공존할 수도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에브리데이 로봇은 구글 캠퍼스라는 실제 환경에서 변화에 대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구글은 지난 2019년 53큐빗의 양자컴퓨터 ‘시커모어’를 개발해 최고성능 슈퍼컴퓨터로 1만년에 걸쳐 계산할 내용을 단 200초 만에 계산해 냈다. 그리고 지난 2009년에는 구글 X랩을 통해 미 국방부의 자율주행차 경연대회인 ‘다르파 챌린지’ 우승 멤버들을 영입하면서 세계최초의 민간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로 오늘날 전세계적인 자율주행차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연을 이용한 지속 가능한 풍력 에너지프로젝트,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 성층권에 인터넷 중계국 역할을 하는 풍선 룬(Loon)을 띄워 전세계 오지까지 연결하는 글로벌 무선인터넷 기지국 구축 프로젝트 같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놓아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로봇 분야에서는 잠잠했고, 최근 테슬라가 인간형 로봇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발표를 할 정도로 화려한 조명을 받아온 것과는 달리 이 분야에서 너무나도 조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자율주행차도 로봇이고 구글X 랩이 첫 출발을 했지만 10여년후인 현재 상용화에서는 오히려 경쟁사에 밀리는 모습이긴 하다.)
에브리데이 로봇 실험은 이제 알파벳이 로봇분야에 본격 참여하겠다는 신호탄처럼 보인다.
단순히 보자면 구글 캠퍼스에서 배치되는 에브리데이 로봇의 쓰레기 분류와 카페테리아 테이블을 닦고 의자를 가지런히 하는 일은 일상생활 속 도우미 로봇 고용 실험일 수도 있다.
전세계 로봇 업계, 아니 IT업계와 가전업계 모두가 정말로 사소해 보이지만 엄청난 잠재적 파급력을 가진 구글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에브리데이로봇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사람들이 산업현장용 로봇하면 화낙, 물류로봇하면 아마존 키바 등을 떠올리듯, 사무실이나 거실용 도우미 로봇 하면 구글의 에브리데이 로봇을 머리에 떠올리게 될지 지켜보자.
구글의 에브리데이 로봇은 최근 로봇을 선보이며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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