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 2031년초 폐기···그 과정에 도사린 최소 3가지 위험요인

최근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031년 초 공식 퇴역해 폐기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 우주정거장은 1998년 이후 수십 번의 모듈 발사 과정을 거친 끝에 지구 상공 400km 궤도를 돌고 있다. ISS는 원래 15년의 수명을 갖고 임무를 부여받았지만 기대 이상의 수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 우주정거장은 이미 21년 동안 운영됐고, 나사가 10년 동안 더 운영키로 하면서 궤도에서 계획된 총 가동 시간도 두배로 늘었다. 이 우주 정거장을 추락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위업이 된다. 2031년 초 이뤄질 ISS 폐기 과정은 지구 대기권 재진입 후 모든 문명에서 가장 먼 태평양의 작은 섬 니모 포인트(Point Nemo)에 떨어진다. 이 지점은 가장 가까운 뉴질랜드에서 2700km 떨어져 있으며 ‘우주선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ISS 잔해가 불타며 이곳에 추락해 수장되는 모습은 이 폐기 작업의 정점을 이룬다. ISS의 임무의 최종 목표는 니모 포인트(Point Nemo)를 찾는 것이 된다. 그러나 만약 일이 잘못되면 그 위험은 심각하다. 당장 짚어봐도 대략 3가지 정도의 기술적, 환경적, 정치적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또하나 주목해서 지켜봐야 할 포인트가 있다. ISS 폐기 과정에서 우주기업들이 여기에서 새로운 우주정거장 모듈을 만들면서 정부와 민간이 만드는 우주정거장이 공존하게 되리란 점이다. ISS 폐기를 둘러싼 이 거대한 우주구조물의 발사와 구축에서 폐기와 이후에 대해 살펴봤다.

ISS 구축과 참여자들, 그리고 그동안의 목적과 성과

ISS는 미국을 포함한 5개의 다른 우주기관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러시아의 다목적 실험실 모듈 ‘나우카’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있는 지구방향을 향하고 있는 즈베즈다 서비스 모듈에 도킹한 직후 모습. 263마일 아래 브라질 해안이 보인다. 앞쪽에는 2021년 7월 29일 라즈베트 모듈에 도킹한 소유즈 MS-18 유인우주선이 보인다. (사진=나사)

국제우주정거장(ISS)는 5개의 다른 우주 기관(미국, 러시아, 유럽, 캐나다, 일본)이 참여하는 과학과 인류 전체의 협력을 위한 하나의 거대한 도약을 가능하게 했다. ISS의 모듈들과 부분들은 많은 다른 나라들에 의해 점진적으로 만들어졌고, 이들 국가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에서 처음 접촉했다.

이 기념비적인 복합 건축물은 현재 축구장 길이로 펼쳐져 있으며, 우주에서 인간이 만든 가장 큰 물체이다. 그것은 지구 표면 400km 상공을 지나며 하루에 궤도를 16번 돈다. 그 동안 지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다.

ISS의 소위 미소 중력(microgravity) 환경에서의 (과학)연구는 지난 10년 동안 약물 발견, 백신 개발 및 의료 치료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ISS는 또한 지구의 생태계와 자연재해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것을 돕는다. 미래의 우주선 기술을 시험하고, 미래에 인류의 태양계 탐사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장기 우주 비행시 건강 효과를 연구하는 데 사용된다.

8년 더 운영될 ISS를 위협하는 요인들

거대한 우주 구조물인 ISS는 지구를 돌 때마다 한쪽은 태양 복사로 바싹 그을리고, 다른 한쪽은 얼어붙는다. 이러한 극심한 온도차가 금속재료를 닳게 하는 주기적 팽창과 수축을 야기한다. (사진=ESA)

현재 나사와 ISS 파트너 기관은 이 우주정거장 내 공동 소유 인프라 사용을 감독하고 있으며, 운영에 대한 자문을 받고 있다.

특히 ISS 구축을 주도한 나사는 이 우주정거장 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 거대한 우주 구조물 인프라와 구성 요소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는 징후가 발견된 것이다.

왜 그럴까.

지구 주위를 돌 때마다 ISS의 한쪽은 태양 복사로 바싹 그을리고, 다른 한쪽은 얼어붙는다. 이러한 극심한 온도차는 금속재료를 닳게 하는 주기적 팽창과 수축을 야기한다.

이 우주복사는 우주정거장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사용되는 태양전지의 투명 유리를 태우며, 반복적인 도킹과 도킹 해제는 점진적 구조 저하(열화)를 초래해 궁극적으로 이 구조물의 종말을 이끌게 된다.

둘째로 우주 쓰레기의 증가또한 계획에 없던 재앙적 파괴 위험을 야기한다.

물론 영화 ‘그래비티(2013)’에서 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영화속 얘기가 아니다. 실제 사고가 일어난 전례가 있다. 지난 2016년 날아가는 페인트 반점이 유리창을 깨트렸고, 바로 지난해엔 러시아가 미사일로 수명이 다한 위성을 제거하자 수천 개의 파편이 초속 5㎞로 정거장 옆을 날아가 ISS 승무원들이 대피 대기 상태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사는 “이 우주 정거장이 2030년 말까지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는 ‘높은 신뢰’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ISS 파트너들, 아직 ISS 연장후 폐기에 공식 서명하지 않았다

ISS에서 우주유영을 하는 우주비행사들. ISS에는 2000년부터 구축에 참여한 파트너들이 함께 돌아가며 거주한다. (사진=나사)
ISS에 참여한 파트너 우주기관들은 아직 ISS연장후 폐기 계획에 따른 공식 서명을 하지 않았다. ISS운영 연장을 위해서는 정치적 요인에 의존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러시아가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게다가 러시아는 2025년까지 자체 우주정거장인 ROSS(Russian 무 Orbital Space Station)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로스코스모스)

세 번째는 여기에 정치적 요인이 개재돼 있다는 점이다.

미국정부와 나사는 2030년까지 우주 정거장을 유지하기로 약속했지만, 파트너 기관들은 아직 공식적으로 서명하지 않았다.

이는 이 우주정거장의 운명이 기술적 문제 못지 않게 정치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로스코스모스가 나사 주도의 ISS 연장 유지에 어느 정도 협력하게 될지 알 수 없다.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로 세계 각국이 대 러시아 경제제재 준비에 나서며 국제 정치 경제 군사적 상황이 요동치고 있다.

러시아는 기존 ISS에서 분리된 러시아 모듈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우주정거장 ROSS(Russian Orbital Space Station) 구축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2025년까지 이 우주정거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ISS 4분의 1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고 유럽연합에 이어 세 번째 운영 부담금을 내고 있다. 에어로 타임즈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2015년부터 50억달러이던 분담금을 20억달러로 줄여 내고 있다. 게다가 루블금액 정액을 달러화로 환산해 내고 있어 달러로 환전하면 더 적어진다. 이 금액이 2023년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촉발한 전뱅이 발발한 만큼 특히 러시아의 행보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통제불능화 막기 위해 대기권에 들어서기 전 벌어지는 일

ISS는 지구 저궤도에서 지구상으로 추락하기 전에 지구에서 보낸 우주선에 의해 속도를 늦추게 된다.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는 이전에 같은 방법으로 안전하게 니모포인트에 수장됐다. 하지만 ISS는 약 4배 더 크기 때문에 이 규모의 폐기 계획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이 섬에서 가장 가까운 뉴질랜드까지도 2700km에 이른다. 하지만 ISS로부터는 400km에 불과하다. (사진escales.ponant.com)

앞서 언급한 두가지 비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ISS가 공식적 폐기 기한 이전에 열화, 또는 계획되지 않은 손상이 발생할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때 자유낙하하게 될 ISS는 바다에 떨어지지 않을 경우 지구상의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사실 ISS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첫 번째 우주 정거장은 아니다. 지난 1979년 나사가 쏘아올린 미국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은 제때 연료를 재급유하지 못하면서 통제 불능 상태로 추락해 정거장 일부가 호주 전역에 흩어졌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이것은 개혁과 ‘소멸을 위한 설계’ 지침으로 이어졌다.

위성이나 우주정거장 소멸을 위한 설계는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과 다른 우주 인프라 공학에 중요한 원리이다. 궤도에서 자유 낙하하는 물체들은 지상의 사람들에게 위험을 주지 않기 위해 작은 조각들로 분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ISS는 너무 커서 소멸 원리를 만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ISS가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특별한 작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ISS가 통제되지 않은 채 대도시에 추락할 경우 최악의 경우 ‘9·11 사태’ 규모가 될 수 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나사에 따르면 ISS에 대한 계획되고 통제된 궤도이탈 작업(탈(脫)궤도 작업)에 앞서 조치가 이뤄진다. 폐기 시점에서 만들어진 지 얼마 안된 새 ISS에 부착된 모듈은 우선적으로 주 구조물에서 분리돼 궤도에 남아 있게 된다. 이는 결국 미래 우주 정거장의 일부로 재결합하게 된다.

ISS는 구조물에 도킹한 추진선에 의해 수개월 동안에 걸쳐 궤도 고도가 점차 낮아지면서 서서히 속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남은 구조물의 하강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지만, 이 구조물이 지구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할 때 하강 속도를 늦추기 위해 지구에서 보낸 우주선들에 의해 제어된다.

ISS 구조물이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대부분의 구조물은 타 없어지겠지만 남은 잔해는 심해 휴식처(니모 포인트)로 향하는 목표 궤적 상에 남아 있어야 한다.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는 이전에 같은 방법으로 안전하게 착륙했지만, ISS는 약 4배 더 크기 때문에 이 규모의 폐기 작전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새로운 우주정거장 시대가 온다

우주항공기술기업 액시엄이 구축해 운영할 계획인 민간 우주정거장 일러스트. (사진=액시엄)

2031년 ISS가 궤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전에 ISS는 과도기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 진행 중인 중요한 과학 연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우주에서의 새로운 산업의 기초를 형성해야 하는 작업이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정부는 민간 사업자들에게 우주정거장 구축과 운영을 맡기게 된다. 미국 정부는 심우주를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하답하듯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은 최근 ISS를 이 회사가 운영하는 우주정거장으로 대체할 계획을 발표했다. 또다른 민간 우주정거장 사업의 핵심 업체인 노스럽 그루먼과 액시엄 스페이스(스페이스X와 제휴) 등이 나사와 이르면 2024년에 기존 ISS에서 새로운 우주정거장 모듈 구축을 시작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모든 것이 진행되고 마무리 되는 과정에서 지구저궤도 우주공간은 이제 정부(계획대로라면 러시아·중국)는 물론 민간 우주항공 기술회사(미국)들이 참여해 운영하는 우주정거장 시대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실제로 나사는 현재 스페이스X가 소유한 우주선의 좌석을 구입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나사는 상업적 우주정거장 운영자들의 또 다른 고객이 될 것이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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