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택 오픈놀 대표 “초기 창업가가 성공하는 길은 이 시대에 딱 맞는 ‘오답’을 찾아 내는 것”

상을 받는 것과 성공적인 사업을 일궈 나가는 건 전혀 다른 얘기, 중요한 것은 수익 파이프라인 구축
스타트업 대표와 직원들은 과업 갈등과 관계 갈등을 잘 구분해야… ‘체념의 사슬’을 푸는 연습 필요
노예해방운동, 여성 투표권 요구, 독립운동…모두 그 시대에만 적용됐던 ‘오답’들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호기롭게 도전한 많은 스타트업들은 이제 확실한 PMF(시장적합도)를 찾고 매출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이미지=픽사베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투자 혹한기 상황에서 막 세상을 향한 도전에 나선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호기롭게 도전한 많은 스타트업들은 이제 확실한 PMF(시장적합도)를 찾고 매출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초기 아이템의 가능성을 인정 받아 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이른바 ‘데스밸리’를 극복하고 뚜렷한 수익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J커브’를 그리기 전까지는 지속적인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각 단계의 투자 라운드를 거쳐 적정한 밸류에이션을 받고 IPO까지 도달할 확률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PO를 넘어 유니콘, 더 나아가 데카콘에 이르는 성공 신화는 모든 스타트업의 꿈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꿈을 꾸는 초기 스타트업 혹은 열심히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창업자에게 적어도 먼저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성공의 초석을 마련한 선배 창업가의 스토리와 조언은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최근 강남 취•창업허브센터 기업가정신 특강에선 권인택 오픈놀 대표의 스토리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스타트업이 겪을 수 있는 ‘데스밸리’와 커뮤니케이션 문제,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올곧은 가치와 방향성으로 지난해 IPO까지 달성한 오픈놀의 이야기를 권인택 대표에게 직접 들어 봤다.  

창업 11년차에 IPO 성공, 역대 최대 매출 기록하며 BEP 달성까지

권인택 오픈놀 대표. (사진=오픈놀)

권인택 대표가 2012년 창업한 오픈놀은 인재매칭 서비스 ‘미니인턴’ 플랫폼을 주력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업과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표방하는 오픈놀은 설립 이후 연평균 8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대표적인 스타트업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IPO에 성공한 지난해 6월 기준 미니인턴의 누적 가입자 수는 51만4000명, 기업 고객은 약 6300명을 넘어섰다.

누적 투자금 규모는 206억원, 당시 IPO를 앞두고 진행한 기관 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5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 1만원을 확정, 기준 시가총액 980억원을 기록했다. 성공적인 IPO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오픈놀은 그로부터 8개월 후인 올해 초 2023년 매출 251억원을 공시하며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BEP(손익분기점) 달성을 통한 흑자전환의 성과도 뒤를 이었다.

이제까지 성과만을 보면 오픈놀이 마치 꽃길만을 걸어 온 것과 같이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오픈놀이 2012년 창업 이후 매출 10억원 달성을 기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년이었다.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벗어난 것은 그로부터 1년이 더 지난 시점이었다. 권인택 대표는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버티며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당시를 돌이켰다.

권인택 대표는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버티며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당시를 돌이켰다. (사진=테크42)

“오픈놀의 첫해 매출은 300만원이었습니다. 이후에도 1억, 3억… 막 커진 것이 아니라 7년간 계속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2019년 갑자기 매출 30억을 넘더니 이듬해 70억, 150억이 되더군요. 적어도 7년간 오픈놀은 아무도 모르는 스타트업이었습니다. 끝없는 터널을 계속 가야하는 상황이었죠. 물론 지금도 제가 성공한 게 아니라 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향성을 갖고 가는 것인가죠.”

권 대표는 지난 성장의 과정을 ‘스스로를 연마하고 완성시키는 과정’이라고도 털어놨다. 성공을 가늠하기 힘들었던 2019년까지 그는 함께하는 직원들로부터 무수한 도전을 받기도 했다. 가족처럼 믿었던 적지 않은 직원들에게 ‘안되는 비즈니스 모델’ ‘이제 접어야 한다’ ‘이 서비스는 절대 커질 수 없다’는 절망적인 공격을 받기도 했다. 어느 때는 10명도 안됐던 구성원이 30명으로 확 늘기도 했고, 한꺼번에 15명이 퇴사하는 위기도 겪어야 했다.

권 대표는 씁쓸한 지난 기억을 곱씹으며 “안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쓰레기가 된 기분이었다”면서도 “결국은 창업자 혼자 이겨내야 하는 상황에서 성패를 가르는 것은 대표의 내공”이라고 털어 놨다.

“그때마다 저는 크리스찬으로서 ‘이 회사는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며 버텼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말 하나 하나가 언론에 남겨지거나 제 마음 속에 각인 되는 것을 경험하며 우주에 알알이 새겨진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통제했습니다.”

개인의 가치를 찾아주는 회사라는 비전, 사업화로 연결시켜

권인택 대표는 오픈놀 이전 자신이 거쳐왔던 남다른 과정들을 털어놓기도 했다. (사진=테크42)

연세대학교 교육 HRD 석사를 마치고 포스코 인사팀에 근무했던 창업 이전 이력을 소개한 권 대표는 삼수 끝에 대학에 입학했다는 것과 장교로 군대를 갔다가 다시 해병대로 자원 입대한 이야기, 영문학과에서 철학과로 전과한 후 2년 간 집 없이 도서관에서 숙식을 해결했던 이야기 등 남다른 스토리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대기업인 포스코를 퇴사하고 스타트업을 택한 것은 어쩌면 엉뚱하기 보다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오픈놀의 성공 스토리는 그가 안정적인 길을 뒤로 하고 험난한 길을 택한 순간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후 그는 오픈놀의 비전을 ‘개인의 가치를 찾아주는 회사’로 설정하고 청소년 진로 교육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당시를 언급했다. 청소년의 진로 교육은 그들의 생애주기에 맞춰 대학생이 된 청소년들의 취업 교육으로 이어졌고, 다시 창업 교육으로 확장됐다고. 그들 각각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간을 마련했고 결국 미니인턴 플랫폼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후 오픈놀은 미니인턴 플랫폼을 기반으로 축적된 기업 과제와 매칭 이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와 머신러닝을 통한(권 대표는 당시 표현으로 ‘데이터 마이닝’이라는 단어를 썼다) 구직자의 역량을 평가하고 점수화하는 서비스를 통해 기업의 수요에 맞는 인재 매칭 정확도를 높여왔다.   

그러한 사업 확장 과정에서 권 대표가 집중한 것은 직원들의 목소리였다. 개인의 가치를 찾아주는 회사’라는 비전은 서비스를 넘어 직원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비전을 직원들에게도 물었더니 ‘부동산’을 하고 싶다고 해서 ‘공유 공간’이 시작됐죠. ‘청소년 대신 대학생, 또래와 진로를 찾아보고 싶다’고 해서 취업 교육, 창업 교육을 시작했고요. 이후에는 이 친구들이 ‘투자 좀 해주세요’라고 해서 창투사를 만들었어요. 지금은 약 600억의 펀드를 기반으로 투자를 하고 있고 17개의 공유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는 여전히 똑같습니다. 개개인의 가치를 찾아주는 것은 결국 직원들의 가치가 뭔지를 찾고 그들에게 사업화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찾아주다 보니 서비스가 확산된 거죠. 그 확산 과정을 좀 더 영리하게 우리 내부와 연결시키는 고민을 해 온 것이 지금의 결과입니다.”

상을 받는 것과 사업에 성공하는 것은 다른 얘기

그렇듯 독특한 방식으로 오픈놀은 사실 창업 초기부터 매출과 별개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드물었던 데이터 마이닝을 적용했다는 것, 창업 생태계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인해 정부 기관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이때 첫 번째 착각이 시작된다”며 말을 이어갔다.

“상을 받는 것과 사업은 완전히 다른 얘깁니다. 언론에 노출되고 상을 받으면서 뭔가 해낸 것 같은 착각이 들죠. 이 착각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사업의 파이프라인이 만들어 졌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돈이 계속 들어오는 파이프라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그 성취감은 가짜죠. 제 진짜 사업은 가짜에 속지 말자고 한 뒤부터 시작됐습니다.”

이어 권 대표는 투자계약서 작성 시 독소 조항을 조심할 것과 변호사 비용을 아끼지 말라는 것을 비롯해 수평적인 스타트업 문화의 장단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한 수평적인 관계는 정답을 찾는 과정에서 치열한 의견 대립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이때 “과업 갈등과 관계 갈등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특유의 수평적인 조직 문화는 정답을 찾는 과정에서 치열한 의견 대립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권 대표는 이때 “과업 갈등과 관계 갈등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테크42)

“논리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행위 속에 감정이 들어가면 안되지만, 익숙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 대표는 과업 갈등과 관계 갈등을 잘 구분 못하곤 합니다. 분명 과업 갈등으로 싸운 거라면 편하게 풀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다음 날부터 서로 꼴도 보기 싫은 상황이 되죠. 그래서 본질을 직면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이 생기는 것은 목표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거든요. 목표에 대한 경험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뾰족하게 한 번에 쭉 가야 하지만, 그 과정에 수많은 논리 싸움이 이어지게 되죠.”

다음으로 권 대표가 언급한 것은 ‘체념의 사슬’이다. 서커스단의 집채 만한 코끼리가 도망가지 못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채워진 족쇄가 심리적인 ‘체념의 사슬’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 권 대표는 “자기 제약, 마음 속 수갑을 푸는 연습을 하는 것이 특히 예비 창업자들에게 정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권 대표는 이날 오픈놀의 서비스 고도화 과정을 비롯해 스팩보다 과정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축의 중요성, 스타트업에게 돈보다 중요한 가치, 조직이 분화되며 각 팀 특성에 맞춰 지혜가 필요한 관리의 중요성 등을 언급하며 인사 제도와 갈등을 풀어 내는 방식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 권 대표가 이날 발표 말미 참석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이 시대의 오답을 찾아라’였다.  

권 대표가 이날 발표 말미 참석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이 시대의 오답을 찾아라’였다. (사진=테크42)

“200년 전에 마틴 루터 킹의 연설에 의해 노예 해방이 시작됐죠. 100년 전에는 여성에게 투표권을 달라는, 지금으로써는 당연한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또 우리나라가 식민지 시절 독립운동가들에게 그들의 부모님들은 후레자식이라고 욕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자식과 부모를 버려두고 독립운동을 한다는 이유였죠. 당시 시대에서는 다 틀렸고 오답이라고 했던 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것들은 모두 그 시대에만 딱 맞는 오답이었던 거죠. 여러분들도 창업을 한다면 이 시대에 딱 맞는 오답이 무엇인지를 꼭 찾아서 그걸 바탕으로 사업을 하면 좋겠어요. 오답을 찾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거기에서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그 돈은 다시 그 다음으로 계속 나가게 만드는 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돈이 의미가 된다면 결국 거기서 끝나게 되죠. 이 사실을 꼭 명심하고 사업을 시작했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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