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아이폰에 지갑이 어디 있다는거지?'라며 투덜거렸다. (3월) 20일 자 기사였을 것이다. '애플페이 등록은 현대카드만 있으면 아이폰에 있는 지갑 앱을 열어 손쉽게 등록 가능하다'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공식적으로는 3월 21일 오픈인지라 20일에 지갑을 열어도 가능하진 않았다. 마침내 21일이 되었고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했다. 아이폰을 열고 (온라인/휴대폰 속) 지갑이라는 앱을 찾아 (오프라인/진짜 실물 지갑 속) 현대카드와 연동해서 마무리했다. 대체 이게 뭐라고. 그래봤자 물건 살 때 결제하는 카드가 모바일에 탑재되었을 뿐 아닌가. 하지만 하나같이 "애플페이의 대한민국 상륙"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수도 없이 쏟아냈다. 참고로 애플페이는 2014년 미국에서 처음 서비스 되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무려 70여 개국에서 사용 가능해졌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마침내!
애플페이 역시 NFC 기반의 결제 서비스다. 여기서 말하는 NFC는 근거리 무선통신으로 'Near Field Communication'의 줄임말이다. 10cm 이내 거리에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IoT 개념의) 통신 테크놀로지다. 애플페이를 사용하려면 아이폰과 현대카드가 있어야 한다. 물론 결제가 필요한 매장 내에도 호환 가능한 단말기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면 카드가 없어도 휴대폰으로 간편 결제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사실 애플페이가 들어오기 훨씬 이전부터 삼성페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이용하여 NFC 형태의 간편 결제를 이용해 왔는데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까지 연동하여 서비스를 확장하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하여 네이버페이 가맹점에서도 삼성페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시기를 앞당기기도 했다.
사실 삼성전자 갤럭시의 국내 점유율은 상당한 수준이다. 여기에 아이폰도 적지 않은 수준인데 애플페이 출시까지 이어진 덕분에 점유율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애플페이 하나가 추가됐을 뿐인데 점유율이 바뀐다니? "애플페이로 인해 스마트폰 점유율에 변화를 줄 수 있다"라는 어느 기사의 서두와 다르게 또 다른 기사에서는 "애플페이 서비스가 기존 간편 결제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상반된 이야기를 했다. 애플페이가 기존 간편 결제 서비스에 제한적 영향을 미친다면 스마트폰 점유율 변화를 언급하기에도 당연히 무리가 있을 것 같다.
※ 전 세계적으로 보면 애플페이 이용자수는 글로벌 리서치 사이트인 'statista.com' 기준으로 거의 6억 명 가까운 수준이고 이는 아이폰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다. 사실 애플페이라는 서비스 하나만 해도 무려 70여 개 주요 국가에 도달했으니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수치다.
어쨌든 애플페이는 안착했고 서비스도 시작되었다. 지인들 역시 애플페이 상륙 이전부터 관심이 남달랐다. 그리고 21일이 되자마자 애플페이 탑재 후 인증샷을 날리기도 했다. 애플페이를 그렇게 손꼽아 기다렸을 줄이야. 사실 애플페이는 국내 상륙에 있어 EMV 결제 시스템과 단말기 보급 이슈라는 장애물이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EMV'란 글로벌 신용카드사인 유로와 마스터 그리고 비자의 공동 연합체이고 EMV를 이용한 비접촉 결제(Contactless) 방식은 결제 기술 국제 표준(이 또한 EMV가 정한 방식)에 의한 비접촉식 금융 IC카드 표준을 말한다. 더불어 애플페이에 관한 약관심사는 마무리되었으나 현대카드의 NFC 단말기 보급지원 계획에 부당 보조금 논란이 나오면서 서비스 론칭 자체가 늦어지기도 했다. 현대카드가 단말기 교체 보조금을 가맹점에 지급한다고도 했지만 신용카드 업자가 자신과 거래하도록 가맹점-관계인에 부당하게 보상금 등을 제공하면 안 된다는 조항 때문이었다(단말기 교체에 대한 이야기는 후술)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의 배타적 사용권도 포기했다. 따라서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필요한 절차를 거치게 되면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현대카드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더구나 현대카드가 전면에 서서 애플페이를 도입했다는 이야기 때문에 현대카드 발급자 수도 늘어났다는 재미있는 후문도 있었다. 어찌 됐든 애플페이 국내 상륙에 현대카드의 힘은 상당했고 또 진짜 현실로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애플페이는 NFC형이라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와 NFC를 모두 이용하는 삼성페이와 차이가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 가맹점들의 단말기 교체도 필요해졌다. 듣자 하니 새로운 단말기를 설치하게 되면 대당 20만 원 정도는 추가로 들어간다고도 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게 20만 원쯤이야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을 테지만 영세 사업자가 이를 도입한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얼마나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단말기 교체라니. '지금도 잘 쓰고 있는걸요!' 그렇다면 신용카드가 처음 생겼을 때에도 그랬을까? "우린 카드 안 받아요. 현금으로 주셔야 해요!" 물론 지금 이 시대에 카드가 되지 않는 곳은 정말이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심지어 포장마차도 신용카드 결제는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 결제는 무엇보다 편의성에 있다. 더불어 꽤 효율적이다. 다양한 결제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모바일 간편 결제가 주는 편의성 때문에 기존 간편 결제 시스템이 위기를 느낄 수도 있다. 모바일 시대에 이르러 결제 시스템의 사용자 경험이 완벽하게 바뀌고 있다. MZ세대에서 매우 큰 호응을 받았던 BNPL(Buy Now Pay Later)과 같은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때 우리를 괴롭혔던(?) 공인인증서에 Active X 같은 것까지 작은 것 하나 구매를 하려고 해도 수차례 반복해야 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이젠 명품 지갑도 크게 의미가 없어질 것 같다. 심지어 지폐를 넣고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애플페이에 대한 이야기를 챗GPT에도 물어봤다. 여기서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편의성'을 언급했다. 교통카드에 대한 결제에 관한 이슈가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어찌 됐든 아이폰 유저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결제는 더 빨라졌고 효율적으로 변화한 것은 분명하다. 모든 것을 담게 된 스마트폰은 정말 '스마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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