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규제' 움직임, 구글 인앱결제 강제 정책 영향 받을까?

'GAFA'로 일컬어지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독점적 시장 권력'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으로 인해 불거진 글로벌 빅테크기업들의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 행사’를 두고 세계 각국에서는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앱 개발사 및 콘텐츠 공급자, 창작자 등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앱마켓 수수료를 최대 30%씩 책정하던 빅테크 기업들도 수수료 비율을 조정하며 몸을 사리는 상황이다.

앱마켓 인앱결제 수수료 줄줄이 인하, 고객 달래기 나선 빅테크 기업들
미국의 빅테크 기업 규제 움직임에 전자상거래 기업 쇼피파이는 오는 8월부터 앱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수수료를 없애거나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한 규제는 공교롭게도 그들의 안방 격인 미국에서 가장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규제 움직임에 반응을 보이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아마존에 버금가는 전자상거래 업체 쇼피파이(Shopify)는 현지시각 29일 연례 개발자 대회인 ‘쇼피파이 유나이트’에서 오는 8월 1일부터 연간 매출 100만달러(11억3000만원) 이하 앱 개발자를 대상으로 앱마켓 수수료 20%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연간 매출 100만 달러 이상인 개발자의 앱마켓 수수료 역시 20%에서 15%로 인하한다. 

게임회사 에픽게임즈와 앱스토어 인앱 결제 강제를 두고 소송을 벌이고 있는 애플 역시 지난해부터 앱스토어 수입 연간 100만 달러 미만 개발자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으로 낮췄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지난 24일 자체 결제 시스템을 갖춘 앱에 대해서는 앱스토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단 MS의 인앱 결제를 사용할 경우 게임앱은 12%, 일반앱은 15%의 수수료를 받는다. 아마존도 올해 4분기부터 연간 매출 100만 달러 이하인 앱 개발자들에게 앱마켓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20%로 인하하겠다고 밝히며 동참하는 모양새다.

이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수수료 인하로 인해 향후 업계 전반에 앱마켓 수수료 인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규제하려는 정부, 막으려는 기업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규제 대상에 놓인 빅테크 기업은 이른바 ‘GAFA’로 불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다. 지난 23일 미 하원 법사위는 ‘반독점 규제 법안 패키지’ 심사에 들어갔다. 이날 총 6개 법안 중 3개가 통과됐는데, 이는 빅테크에 크게 타격을 주지 않는 법안이라고 알려졌다.

아직 통과되지 않은, 빅테크 기업들이 우려하는 법안은 자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다른 참여 기업들의 이해와 충돌하는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과 테크 대기업의 제품이나 검색 결과에 자사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노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예컨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아마존은 아마존 닷컴에서 자체 개발상품을 더 이상 팔지 못하게 된다. 구글 역시 검색 결과에 구글맵이나 유튜브 검색 결과를 먼저 노출시키지 못한다. 애플 또한 폐쇄적으로 운영 됐던 앱스토어 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최근 부임한 파키스탄 이미자 출신 리나칸 컬럼비아 법대 교수는 '아마존 저승사자'로 불리고 있다.

또한 그동안은 미 법무부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독점 행위를 조사했지만 향후에는 애플은 법무부, 페이스북과 아마존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맡으며 각개전투를 벌이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FTC 위원장에 임명된 파키스탄 이민자 출신의 리나칸 컬럼비아 법대 교수는 ‘아마존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인데, 그 이유는 그녀가 예일대 로스쿨 학생 시절 발표한 논문 주제가 ‘반독점법이 아마존의 권력을 감시하는데 실패한 이유’를 분석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소비자 달래는 한편, 막후 로비로 법안 제정 저지

미국 내에서 본격적인 빅테크 규제 법안 심의가 시작되자 GATA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여론전을 펼치는 한편 법안에 영향을 미치는 개별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막후 로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의 빅테크 규제 법안 추진 움직임에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부당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졌다.

실제 지난 22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팀 쿡 애플 CEO는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과 여러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또한 애플은 16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자사 웹페이지에 게시, 이번 법안이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구글의 마크 이사코위츠 대관담당 부사장 역시 “규제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법안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서비스가 사라질 수도 있다”며 “이런 상황이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해치고, 심각한 보안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아마존 측에서도 “법안으로 인해 아마존닷컴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중소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법안이 불러올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알려진다. 페이스북은 “이 법안에는 독이 들었다”고까지 표현하며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빅테크 기업들의 주장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조사 대상의 53%만이 빅테크를 규제하는 법안에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이 법 통과 시 구글의 주요 검색 결과에 구글맵 등을 보지 못할 수도 있고, 애플이 자사 특정 앱을 스마트폰에 선탑재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는 법안 지지율이 39%로 줄었다. 게다가 법안으로 인해 아마존이 프라임 맴버십 가입자에게 무료 배송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지지율은 15%로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제기되고 있는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 규제에 비해 미국에서 거론되고 있는 빅테크 규제 법안은 그 범위도 넓고 종류도 다양하다. 미국 연방 정부의 법안 외에도 최근 몇 개월 사이 버지니아, 플로리다를 비롯한 38개 주에서 발의된 빅테크 기업 관련 법안은 100건이 넘어가고 있다.

자국 내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무역 당국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회의 구글 ‘인앱 결제 강제 정책’ 규제 법안 추진에 대해 ‘부당한 차별적 규제’라는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에 이러한 빅테크 규제 법안 추진이 지속되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경우 우리나라에만 ‘인앱 결제 강제 정책’ 규제가 부당하다고 하기에는 ‘내로남불’의 상황이 된다.

뉴욕타임스의 논평에 따르면 이렇듯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빅테크 기업의 규제 움직임은 ‘거대해진 권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자유로운 시장 경제 하에 기업 경영 활동은 보장되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시장의 시스템을 장악할 수준의 우월적 지위를 가지도록 방관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규제 움직임은 그러한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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