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혁신… 소형화, 신소재 통한 효율화에 주목한다

전기차 보급 증가에 따라 전기차 충전소(사진)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에따라 배터리 급속충전 및 소형화 노력도 주목받고 있다. (사진=SK)

전기 자동차업체들의 부품 비중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배터리다. 당연히 이 부분의 혁신은 경쟁력과 직결된다. 현재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가 가장 신경쓰는 것도 즉 어떻게 하면 배터리를 더 작고, 더 오래가고, 더 싸고, 더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가다. 하지만 여기에 약간의 변화도 예고되고 있다. 

혁신적 전기차 배터리 스타트업들은 전기차 충전소 증가세에 따라 1회 충전 후 장거리 주행(480km 이상)보다도 기존 배터리의 효율화, 배터리 소형화, 초고속 충전에 기술 개발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외신들은 이미 5~10분에 80%이상 충전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한 업체들과 이에 투자하는 업체들이 주목된다. 물론 장거리주행에 저장용량을 늘리는 것도 가능한 소재 개발도 있다. 기즈차이나, 배터리뉴스, 휠스 등 최신 뉴스를 종합해 흐름을 살펴봤다.

“배터리 충전소 증가로 장거리 주행 필요성 감소”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초고속 충전을 할 수 있는 소형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실리콘 카본, 텅스텐, 나이오븀 등의 소재를 실험하고 있다. (사진=ACS)

현재 많은 전기차·배터리 제조업체들은 한번 충전으로 480km 이상 달릴 수 있는 장거리 주행 전기차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러나 몇몇 후발 배터리 스타트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공공 전기차 충전소 보편화에 따라 전기차 주행거리가 덜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또 다른 혁신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이 배터리 스타트업들의 혁신적 실험은 초고속 충전 가능한 소형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들의 혁신적 실험은 실리콘 카본, 텅스텐, 나이오븀 등의 소재를 이용해 이뤄지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 자동차 중에서 가장 비싼 부품이다. 따라서 공공 전기차 충전소 가용성과 결합된 진정한 급속 충전은 더 낮은 가격에 더 작은 배터리를 가진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게 해 주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회사들은 더 많은 사용자에게 전기차를 보급함으로써 성장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영국 배터리 스타트업인 나이볼트는 몇 분 안에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산화 나이오븀 음극 소재를 개발한 회사다. 사이 시바레디 나이볼트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초기 시장의 고급 사용자들은 여유가 있기 때문에 더 큰 배터리 팩과 더 긴 주행거리를 원했다”며 “가격에 좀 더 민감한 주류 사용자들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더 작은 배터리 팩이 필요하며···(우리 배터리로는)오늘날의 휘발유 주유 자동차처럼 5분 안에 가득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 주도 기업들, 배터리 효율 개선·소형화 주목

중국에서 가장 있기있는 저가 보급형 소형 전기차 홍광미니. (사진=우링)

현재 중국 기업들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CATL과 같은 회사들은 한번 충전으로 더 멀리 갈 수 있는 자동차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우링훙광미니 같은 소형 저가 전기차를 출시했다. 최근 배터리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중국 국민 전기차라 할 만큼 인기를 누리는 이 차 가격은 3만위안(약 4450달러) 이상에 불과하다.

중국 업체의 테슬라보다 더 많이 팔리는 기록까지 가진 저가 보급형 전기차 홍광 미니도 일대 사건이긴 하지만 또 다른 혁신도 주목할 만 하다.

리튬이온이나 리튬인산철 배터리 기반의 기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 등장한 영국 나이오볼트와 미국 워싱턴주의 우딘빌같은 스타트업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급속 충전 배터리를 시장에 내놓고 소형 배터리를 내놓기 위해 새로운 전극 소재를 이용하려는 대표적 기업이다.

데이터 분석업체 펄스랩스의 링컨 메리휴 부사장은 “우리는 배터리 개발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는 너무 비싸기 때문에 그 크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차를 재설계하면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배터리를 소형화하면 배터리 소재 공급망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는 데 따른 코발트, 니켈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을 적게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실제로 포드는 오는 2026년에 새로운 세대의 전기 자동차에 “가능한 한 가장 작은, 경쟁력 있는 배터리”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싶어한다. 다른 회사들은 기존 배터리의 효율을 개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벤츠의 EQXX 시제품은 주행거리가 1,000km나 된다.

혁신적 배터리 개발 분위기를 반영하듯 스타트업 플랫폼 피치북은 최근 1~2년 새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투자가 훨씬 많아졌다고 전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 투자가 2020년 15억달러(약 1조9620억원)에서 2021년 94억달러(약 12조3000억원)에 이르면서 4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다.

나노원,도시바, 폭스바겐 등 급속충전 소재 나이오븀에 주목

나노원, 도시바, 폭스바겐 등은 급속충전 소재인 나이오븀에 주목하는 대표적 회사들이다. (사진=CBMM)

현재의 급속 충전 기술은 주로 전기 자동차 배터리의 빠른 에너지 흡수에 의해 제한된다.

급속 충전은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키거나 과열시킬 수 있으므로 대부분의 전기차는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충전 속도를 제한한다.

나이오븀을 첨가한 철과 합금은 강도와 가공성이 뛰어나며 용접할 때 유리하다. 이 원소는 지각 속에 약 20ppm 정도 포함되어 있으며 지구에서 33번째로 많이 존재한다. 자연에서 순수한 형태로는 존재하지 않고 광석 속에 다른 원소들과의 혼합물 형태로 존재한다. 대부분의 경우 나이오븀과 탄탈럼은 광석 속에 함께 들어있다. 주로 브라질, 캐나다 등지에서 생산된다.

시바레디 CEO는 “나이오븀은 초고속 충전에 사용될 수 있으며 기존 상용 배터리보다 수 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그동안 영국 본사에서 약 3분 만에 배터리 4개를 완전 충전해 오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다. 이 회사는 현재 고성능 전기 레이싱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바레디는 자동차 회사들이 그들의 배터리를 대중 시장 모델에 사용할 준비가 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에치온(Echion) 같은 스타트업도 배터리 양극에 나이오븀을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나이오볼트에서 몇 km 떨어진 곳에 있는 이 회사의 나이오븀 기반 배터리 소재가 광산 채굴 트럭 같은 상용 전기차에 사용됐다. 이 차들은 연속적 운행과 빠른 충전이 필요했는데 이에 적합했던 것이다.

장 드 라 베르필리에 에치온 CEO는 2025년까지 승용차 시장에 이 배터리들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가 작아지면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더 많은 사용자들이 전기차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오븀 생산 업체 CBMM 주목

배터리 소재 혁신이 급진전됨에 따라 주요 나이오븀 생산업체 브라질 CBMM은 주목할 회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CBMM)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업체로 브라질의 CBMM(Companhia Brasileira de Metalurgia e Mineração)을 꼽을 수 있다.

CBMM은 전 세계 나이오븀 생산을 주도하고 있으며 에치온과 다른 배터리 소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배터리 소재 업체들과 함께 나이오븀 기반 배터리들을 테스트 중이다. 여기에는 나노원, 도시바, 폭스바겐의 브라질 자회사 폭스바겐 카미누스 이 오니버스같은 회사들이 있다.

이 중 캐나다 나노원은 지난해 5월 니오븀 제품 및 기술 생산 및 상용화 분야의 글로벌 리더인 CBMM과 첨단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재 코팅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두 회사는 CBMM의 나이오븀을 코팅재로 사용해 나노원의 특허받은 원팟(One-Pot) 공정을 니켈이 풍부한 양극재에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다양한 양극재 코팅을 통해 나이오븀의 성능을 성공적으로 입증했으며, 현재 여러 관련 특허를 받았거나 특허출원중이다.

로제리오 마르케스 리바스 CBMM 배터리 프로젝트 책임자는 “나이오븀은 일부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20% 낮지만 몇 분 안에 완전 충전하면 배터리 수명이 3~10배 더 길어질 수 있고 안전성도 더 높다”고 말했다. 리바스는 또 “머지않아 사람들은 당신 차엔 왜 그렇게 큰 배터리 팩이 있냐고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 저장용량 늘려주는 실리콘-탄소 음극소재에 주목

배터리업체들은 나이오븀외에 실리콘 탄소 음극소재에도 주목한다. 그룹14테크놀로지는 SK머티리얼즈와 합작사를 국내에 설립, 내년부터 실리콘 탄소 음극 소재 양산에 들어간다. (사진=그룹14 테크놀로지스)

배터리 업체들이 탐구하고 있는 소재는 나이오븀만이 아니다.

미국의 그룹14 테크놀로지스(Group14 Technologies)에서 만든 실리콘-탄소 음극 재료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저장 용량을 50% 더 늘려 준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SK머티리얼즈와 우리나라에 전기차용 배터리 핵심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합작사 설립에 합의했다. SK머티리얼즈는 약 600억원을 투자해 합작사 지분 75%를 보유하고 그룹14테크놀로지스가 나머지 지분을 갖는다. SK머티리얼즈는 합작사를 통해 2023년부터 국내에서 실리콘 음극재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미 메르세데스의 후원을 받는 배터리 제조업체 스토어닷(StoreDot)은 그룹14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배터리 음극소재로 테스트한 결과 10분 만에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릭 루베 그룹14 테크놀로지스 CEO는 자사가 제조하는 음극재가 결국 전기차를 5분 안에 빠르게 충전토록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급속충전의 장점에 대해 “5분에서 10분 안에 충전을 할 수 있을 때…그렇다면 주행거리가 240km인지 480km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듀얼 케미컬 배터리로 단,중,장거리 전기차에 다양한 옵션

BMW는 지난달 최신 듀얼케미컬 배터리를 개발한 미국 ONE와 제휴계약을 맺었다. 자사 BMW iX SUV 시제품에 이 회사 배터리를 채택하기로 했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950km이상이라고 밝혔다. (사진=ONE)

미국 미시간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아워 넥스트 에너지(Our Next Energy, ONE)도 주목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제미니(Gemini)로 불리는 ‘이중화학’(듀얼 케미컬) 배터리를 개발했다.

ONE는 지난달 20일 BMW와 파트너십을 맺고 BMW iX 시제품에 자사의 966km 주행거리를 갖는 이중 화학 배터리를 채택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자사의 제미니 배터리가 더 적은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주행 거리를 향상시키며, 이 배터리팩을 탑재한 BMW iX SUV의 주행 거리가 950km를 넘는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주류 전기차 배터리가 리튬 이온 만으로 구성돼 있는 것과 달리, ONE의 듀얼케미컬 이중 화학 제미니 팩은 두 개의 메인 셀을 가지고 있어 독특한 특성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되는 재료의 양을 줄여준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제미니 배터리는 일반 팩보다 약 20% 적은 리튬과 60% 적은 흑연으로 구성되지만 니켈과 코발트 사용량은 감소했다. BMW는 향후 ONE의 배터리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시장이 주행거리를 결정한다 “소비자들 긴 주행거리 불필요 깨달을 것” 주장도

영국 배터리 회사 브리티시볼트의 최고 전략 책임자(CSO)인 이소벨 셸든은 “전기차 사용자들이 그들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주행거리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사람들은 질문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결코 사용하지 않을 배터리를 위해 왜 수천달러(수백만원)를 써야 하는지 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차들은 (영국에서 프랑스 남동부)모나코로 운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게로 운전해 가거나, 친구를 방문하거나,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무지브 이자즈 아워넥스트에너지 CEO는 “시장이 궁극적으로 주행거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미국인들은 자동차로 하루에 약 48km미만의 거리를 주행한다. 유럽에서 평균적인 자동차는 그것의 절반 이하만 이동한다.

이같은 배터리 스타트업들의 혁신적 배터리 기술 개발 및 탑재 노력은 전세계 전기차 시장경쟁의 향배를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에겐 이익이 될 것이다 .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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