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 및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한 스타트업계 및 VC(벤처캐피탈), 민간단체 등의 제언을 담은 보고서가 ‘2023 스타트업코리아! 정책 제안 발표회를 통해 1일 공개됐다.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번 발표회는 아산나눔재단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공동으로 주관한 것으로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임상준 환경부 차관이 참석해 축사했으며, 이재정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영상을 통해 인사말을 전했다.
발표회는 크게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 및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을 담은 문상원 삼정KPMG 상무의 ‘2023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 발제와 패널 토론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패널 토론 세션은 모더레이터(사회)를 맡은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를 비롯해 김소희 (재)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 이상욱 포엔 이사 등이 패널로 참여해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 정책의 방향성에 관해 논의했다.
국내 스타트업 중 기후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4.9%... 문제는 ‘규제’
“우리는 지금 2050년 탄소 중립이라고 하는 시대적 사명 앞에 서 있습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기후테크 기술 역량을 가지고는 달성할 수 없으며 새로운 기술과 역량이 신속하게 확보가 돼야 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빠른 기후테크 생태계 구축과 혁신적인 기술을 확보하는 데는 일반 기업 보다 스타트업 훨씬 더 비즈니스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기후테크 생태계 구축에 있어 스타트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발표를 시작한 문상원 삼정KPMG 상무는 서두에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시장의 주요 현황과 이슈에 대해 공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중 기후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4.9%에 불과하며, 2022년 기준 기후테크 투자 규모를 비교 분석한 결과 상위 10개국과 우리나라가 7.5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문 상무는 “규제 측면에서도 글로벌 Top 100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한국에 진출할 경우 34%는 규제로 인해 사업화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규제 환경 변화가 시급한 상황임을 지적했다.
이어 문 상무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의 활성화와 성장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후테크 산업의 수요•공급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도입 ▲투자 불확실성 완화를 위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특화 투자유치 기반을 위한 정책 설계 ▲기후테크 관련 규제 관리•수립•개선 구조 체계 변경 등 크게 세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지급 등 지원책 절실해
먼저, 문 상무는 기후테크의 공공재적 특성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수요 또는 공급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방안이 마련되어야 함을 언급했다. 실제 미국, EU, 중국, 인도, 일본 등 일찍부터 기후테크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국가 차원에서 기후테크 관련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및 보조금 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기후테크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기후테크 주요 산업별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이 문 상무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문 상무는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에서 제시한 5대 기후테크 영역별(클린테크, 카본테크, 에코테크, 푸드테크, 지오테크) 수요•공급 현황을 분석하고 인센티브 체계 구축안을 제시했다.
이어 문 상무는 “‘클린테크’ 영역에서는 대표적인 기술인 재생에너지의 공급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재생에너지 공급자에게 보조금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재생에너지 공급 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에코테크’에 해당하는 폐기물∙재활용 분야는 대표적인 국가 허가산업으로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혁신적인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관련 신기술과 서비스를 이끄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순환경제가 국내에 구축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카본테크’의 일환인 친환경 모빌리티에 있어서는 국내 전기차 수요자의 부담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보조금 정책 개선을 추진해야 하고,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과 비교했을 때 성장이 느린 ‘푸드테크’의 대체육 시장에 대해서는 기술력의 문제보다는 국내 소비자의 인식 전환 지원을 통해 산업을 장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으로 ‘지오테크’의 위성∙AI∙데이터 기업의 경우 탄소를 적극적으로 감축하는 수요자를 대상으로 보조금 또는 인센티브와 같은 혜택을 주는 것이 수요자의 시장 참여를 확대시켜 지오테크 산업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기술 실증 지원 등 진입장벽을 낮추는 정책 필요
두번째로, 기후테크 투자 불확실성 완화를 위한 정부 지원은 선진국 대비 절대적으로 부족한 총투자 및 기업당 투자 규모 확대를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서는 전한다. 신산업 및 스타트업 투자의 부진은 벤처캐피탈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국내 시장 여건상 기후테크 산업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라고 하면서, 기후테크는 기술 실증 기회가 많지 않아 투자사가 직면하는 불확실성이 높고, 산업 형성 초기 단계인 현재로서는 충분한 실적 및 신용을 보유한 기업이 많지 않아 투자 유치가 다른 산업보다 어렵다는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보고서에서는 구체적으로 정부의 기술 실증 지원과 기후테크 관련 공공조달 규모 확대를 통해 투자 유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세번째 정책 제안은 기후테크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는 규제 합리화와 관련된다. 규제 의존도가 높은 기후테크 산업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 진입 장벽을 완화하는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문제가 되는 규제 자체를 없애거나 수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기후테크 시장에서 새롭고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혁신적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적기에 수립, 개선,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보고서에서는 규제 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의 설정, 규제 수립을 위한 관리 프레임워크 마련, 규제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얼라이언스 구축과 관련한 정부 역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