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다른 오늘’… 오픈AI를 내세운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메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국내 기업들은 ‘생성형 AI 시대’를 맞이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챗GPT가 생성형 AI의 가능성을 제시한지 불과 1년여 만에 생성형 AI는 사회 전분야에 스며들 듯 적용되며 격변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이른바 마테크 솔루션에 더해진 AI는 광고 소재, 즉 콘텐츠 생성을 가능하게 하며 디지털 마케팅 자동화를 완성시키고 있다. 그러한 변화의 순간을 AI 마테크를 표방하며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을 이어가고 있는 아드리엘이 주최한 제4회 ‘A-Day(에이데이) 컨퍼런스’에서 확인했다.
15일 서울 GS빌딩에서 진행된 ‘A-Day 컨퍼런스’는 AI를 마케팅에 바로 적용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실무적 관점에서의 전략과 활용도 높은 사례가 다양하게 제시됐다. 발표 역시 ▲AI 생태계 최신 글로벌 트렌드 ▲AI 시대의 보안 및 저작권 이슈 ▲AI 기반 그로스•CRM 마케팅 전략 ▲AI 광고 크리에이티브 및 실무 노하우 등 4개 아젠다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엄수원 아드리엘 대표의 기조 발표에 이어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콘텐츠와 마케팅’을 주제로 진행된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의 발표는 생성형 AI가 불러올 산업과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격변 과정을 예측하는 내용으로 참석자들의 관심을 집중 시켰다.
우리는 흥미롭고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호모사피엔스 등장 이후 30만년 동안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는 다른 인간들 뿐이었습니다. 없었던 것을 창작해 내고 생성할 수 있는 존재도 인간이 유일했죠. 그런데 생성형 인공지능 덕분에 인간은 인간이 아닌 존재와 대화를 하고 인간이 아닌 존재가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여러분과 저는 그런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첫 세대인 거죠. 즉 우리는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발표에 나선 김대식 교수는 위와 같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변화를 경험하는 세대’라는 말로 지금 세계 각국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정의했다. 이는 향후 인간이 만들어 온 사회, 경제, 정치 시스템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의 격변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전문가와 석학들은 AI가 바꿀 미래 세상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의 시계는 어떻게 돌아갈까? 김 교수는 ‘향후 5년에서 10년 후’를 생성형 AI가 보편화 되는 시점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그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이 모든 일(변화)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챗GPT 라는, 사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고 단순한 챗봇이라 생각했던 녀석의 등장이었습니다. 이 녀석이 열고 있는 새로운 시대를 이해하고 상상하기 위해서는 지난 1993년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때 역시 올해와 다르지 않았거든요.”
김 교수가 지목한 것은 인터넷이 대중화되던 시기였다. 사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통신 기술은 이미 1960년 무렵 완성이 됐다. 이후 30여년간 인터넷은 이를 연구하는 전문가와 국가기관 등 극소수만이 영위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 기술이 대중화되며 인류가 살아가는 세상은 큰 변화를 맞이했다. 그 변화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인터넷 브라우저가 등장하고 해를 거듭하며 소비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니즈와 욕구를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중화가 시작될 무렵 전문가들이 상상했던 인터넷 사용 범위는 이메일 정도였지만 대중들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거나 여행을 가거나 은행을 이용하고 싶어했고, 그런 의지와 상상력이 큰 변화를 이끌었죠. 강아지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다니는 동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과거 전문가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영역입니다. 그런 소비자들의 니즈를 가장 먼저 인식하고 사업을 한 회사들이 오늘날 테크기업들이죠.”
생성형 AI는 세상에 대한 지식을 학습하고 있다
김 교수의 말처럼 인터넷의 등장은 세상을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꿔 났다. 김 교수는 “기계는 10년 전부터 딥러닝을 통해 세상에 있는 물체를 바라보기 시작했지만, 지난해까지 인간의 언어만은 이해하지 못했다”며 “기존 학습법으로는 인간의 언어 학습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특이점이 나타났다. 바로 생성형 AI다. 인터넷이 만들어 낸 변화 그 이상의 변화가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고 있다.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학습하게 된 것은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트랜스포머 기능 덕분이에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죠. 이는 언어를 학습할 때 문장에 있는 단어들이 들어오는 순서가 아닌 언어에 있는 확률 관계를 사전에 학습해 버립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자연어에서 단어가 등장할 수 있는 확률은 절대 랜덤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죠. 특정 단어가 등장하면 조건적 확률로 앞뒤에 등장하는 단어의 확률이 바뀝니다. 예컨대 ‘고양이’라는 단어는 ‘귀여운’이라는 단어와 매우 자주 함께 등장하죠. 반대로 ‘교수’라는 단어에는 제 평생에 ‘귀여운’이라는 단어가 함께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웃음).”
그러한 챗GPT의 등장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그 확산 속도와 발전 속도에 있다. 지난해 11월 GPT 3.5 등장 이후로 불과 1년도 안된 사이 GPT4가 등장했고 빠르게 오류를 고쳐나가고 있다.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 역시 폭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챗GPT에 질문을 하면 완벽한 문법으로 답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문법을 가르쳐 준 적이 없다는 거죠. 챗GPT는 문법을 통계학적인 추론을 통해 스스로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챗GPT는 단어와 문장을 학습하면서 거기에 그치지 않고 세상에 대한 지식을 학습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죠. 챗GPT는 공개되고 2주만에 1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데 성공합니다. 인터넷 역사상 가장 빠르게 확산된 서비스가 됐죠.”
생성형 AI로 인해 생겨나는 현재와 미래의 변화들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의 발전은 지금도 놀라운 속도로 진행 중이다. 김 교수가 이야기하는 5년 이내 변화는 대중들이 예측하는 것 이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구글’이 처한 상황을 사례로 들며 그러한 변화를 설명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구글을 보는 시선은 1998년 야후를 보는 것과 비슷해요. 겉보기에 큰 문제는 없지만 어쩌면 되돌릴 수 없는 하락의 길을 가고 있다는 거죠. 물론 구글은 여전히 300조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어마어마한 지식을 가지고 있죠. 전 세계 소비자의 93%는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무조건 구글에게 물어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는 네이버가 예외 상황을 만들긴 했죠. 하지만 소비자들이 구글에 질문을 하면 구글은 그 질문에 답을 주는 건 아니었어요. 단지 그 비슷한 질문을 했던 사람들이 방문했던 홈페이지를 연결해주는 게 전부였죠. 이 방식을 ‘검색’이라고 부르죠.”
김 교수는 ‘검색’의 방식을 “원시시대에 배고프면 활을 매고 사냥을 나가는 것”에 비유했다. 하지만 지금은 원시시대가 아닌 21세기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기업들이 있고 소비자는 취사선택만 하면 되는 시대인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유독 정보만은 원시시대와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찾아야 하는 것은 역설”이라며 “인공지능이 이와 같은 상황을 바꾸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생성형 AI를 자사 프로덕트, 팀즈, 파워포인트, 엑셀 등에 집어 넣고 있습니다. 특히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에 생성형 AI가 들어가면 인류는 역사상 최초로 데이터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거죠. 지구에 있는 90%의 데이터는 무엇인지 정확히 모릅니다. 우리가 아는 데이터는 10%가 안되죠. ‘검색’의 상황에서는 모르기 때문에 질문할 수 없고 질문할 수 없기 때문에 분석과 검색을 할 수 없었어요. 이를 정보 이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대화’입니다. 처음에는 뭘 물어볼지 모르고 막연한 질문으로 시작하지만 데이터가 나에게 돌려주는 대답을 기반으로 질문의 깊이와 해상도를 점점 높여가는 거죠. 이를테면 ‘스무고개’와 비슷한 겁니다.”
김 교수는 과거 ‘MS DOS’로 시작해 ‘윈도우’가 등장하며 대중화된 인터넷 발달사를 언급하며 이를 주도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raphical user interface, GUI)’ 체제의 변화를 예측하기도 했다.
“GUI는 내가 기계에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 때 그 명령을 기억할 필요 없이 손이나 마우스로 선택만 하면 됐어요. 하지만 이 GUI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기능이 많지 않았을 때는 편리하지만 기능이 추가되면 될수록 복잡해 진다는 거죠. 현재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전달해주는 명령을 기억할 필요가 없다해도 그 메뉴를 찾는 길은 기억해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생성형 AI가 적용되며 MS는 이 윈도우스라는 이름을 ‘코파일럿’으로 바꾸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운영체제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고 그냥 하고 싶은 걸 말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겁니다. GUI가 대화형 유저 인터페이스가 되는 거죠. 그 변화가 이미 시작됐고 보편화되는데는 5년 정도 걸릴겁니다.”
이어 김 교수는 발표 말미, 대화형 유저 인터페이스 적용시 급변할 디지털 마케팅 환경과 생활 방식의 변화, 또 이에 대응하는 AI 기업 사례를 소개하며 ‘폼팩터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의 대중화를 PC가 이끌었고, 그 포텐셜을 100%로 끌어올린 것이 스마트폰인 것처럼 생성형 AI 시대에는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폼팩터가 등장할 것이라는 말이다.
“소프트웨어나 알고리즘의 개발 속도에 비해 디바이스 개발은 조금 늦게 진행됩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기술이도입되면 우선은 레거시 폼팩터를 사용하지만, 그 다음 스탭은 생성형 aI에 최적화된 디바이스가 등장할 겁니다. 메타가 제일 먼저 제안한 스마트 글라스는 이미 오래된 컨셉이죠. 물론 국내 기업에게는 우울한 예측인데, 디스플레이 산업은 무너질 수 있습니다. 디스플레이는 사실 GUI 시대 폼팩터니까요. 새로운 폼팩터에 대한 고민은 이미 시작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