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현대차 사내벤처서 AI 헬스케어 스타트업 설립...남정우 피트릭스 CEO

정밀하게 수치화 된 신체측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운동법 제안
피지컬 트레이너 출신의 CEO, 오랜 현장 경험과 노하우 담아
단 한 번의 측정으로 모바일 앱을 통한 개인화 된 운동법과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가능
지난 6월 넥스트라이즈2021에 선보인 'AI바디미터', 피트릭스의 'AI 바디미터'는 남정우 CEO의 모든 노하우가 담긴 정밀 신체측정 기기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하는 최초의 접점이 된다. (사진=피트릭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제는 피트니스센터 조차 마음 놓고 가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그래도 건강을 위한 운동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수한 홈트(홈트레이닝)족들이 의지하는 것은 유튜브 인플루언서 트레이너 혹은 스마트폰 헬스케어 앱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어떤 트레이너는 하체 근력 강화가 필수라고 하고, 어떤 앱에서는 코어근육 강화가 먼저라고 한다. 안되는 몸으로 따라해 보긴 하는데 이게 맞는지는 의문이 생긴다. 컴퓨터로 장시간 업무를 보고 나면 여전히 어깨가 결리고 만성적인 허리 통증은 가시지 않는다.

‘아, 유튜브 트레이너의 말처럼 하체 운동이 맞는 거였구나’ 다시 하체 운동을 열심히 하니, 좀 나아지긴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거울 앞에서 서니, 하체는 튼튼해 진 듯한데 건강 외에도 포기할 수 없는 균형 잡힌 몸매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이다.

영상인식 및 생체정보 기반의 커텍티트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피트릭스’의 비즈니스는 이렇듯 많은 이들이 경험하는 ‘일방적 운동 정보의 오류’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현대자동차 사내 벤처로 시작한 이 스타트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서비스 대상자의 초기 신체 체형 측정이다. 이는 피트릭스에서 인공지능(AI) 기술로 자체 개발한 ‘AI 바디미터’라는 하드웨어 제품을 통해 이뤄진다. 방법은 간단하다 바디미터 앞에서 AI가 지시하는 대로 세 가지 동작을 취하면 된다. 그 사이 모든 신체 사이즈가 측정되며 이 기록은 다시 각자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오프라인 신체측정을 통해 신체특징과 취약점을 찾아내고, 운동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을 온라인으로 코칭 받을 수 있다. 모두에게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닌 서비스 대상자의 신체 정보에 기반한 양방향 소통 서비스인 것이다. 

피지컬 트레이너 CEO의 노하우가 담긴 서비스

피지컬 트레이너 출신의 남정우 피트릭스 CEO는 오랜 숙제였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개인 맞춤형 운동정보 제공'이란 꿈을 'AI 바디미터'를 통해 현실로 이뤄냈다. (사진=피트릭스)

대개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자는 기술 전문가이거나 비즈니스 기획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한 기업들이 겪는 대표적인 시행착오는 우선 가능한 기술을 가지고 비로소 될 만한 비즈니스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서비스 타깃의 니즈보다는 기술이 우선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트릭스의 경우는 다르다. 남정우 CEO는 실제 서비스 주제인 헬스케어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피지컬 트레이너 출신이다.

“트레이너로서 운동생리학과 스포츠의학을 공부하면서 전문성을 키워왔죠. 그러면서 헬스케어 전문가로서 자신감도 생겼고요.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고민이 생겼어요. 최선을 다 한다고 해도 만날 수 있는 고객은 한정적이었거든요. 결국 트레이너는 자신의 시간을 파는 직업이었죠. 그러다가 모 유명 호텔의 프라이빗웰니스 운동과학센터를 총괄하며 측정 분석을 통한 운동 제안 서비스를 기획하게 됐죠. 여러 측정 기기들을 통해 1시간 30분 정도 고객의 신체 구석구석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그에 최적화된 운동을 제안해 드리는 과정이었는데, 고객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것을 경험했어요. 하지만 기존의 방식으로는 고객층이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 경험을 계기로 ‘어떻게 하면 이 서비스를 더 많은 분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제 노하우에 기술의 힘을 더해 확산시키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기회는 2012년부터 몸담았던 현대자동차에서 찾아 냈다. 현대자동차그룹 임직원 건강관리 시스템 기획·운영 총괄을 맡아오던 그가 2018년 현대자동차 사내 벤처로서 피트릭스를 창업하게 된 것이다. 그간 구상했던 아이디어는 현대자동차의 기술지원을 받으며 현실화됐다. 하지만 기업을 창업하고 기술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것은 남 대표가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었다. 남 대표는 “어려움이 없을 수 없었다”며 지난 과정을 털어 놨다.

“개발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죠. 단지 제 전문 분야를 바탕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막연함 뿐이었어요. 그렇다 보니 시행착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았죠. 결국 방법은 제가 개발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 뿐이었어요. 학원도 다니고 공부를 하면서 최소한 개발을 하시는 분들과 같은 언어로 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죠. 그렇게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면서 점차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리드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었고요. 매번 새로운 도전 같아요. 사내 벤처에서 분사를 하고 나서도 그렇고요. 예전에는 제가 잘하는 분야에서 혼자 힘으로 일궈 왔다면 막상 경영자로서 홀로서기를 해보니 저 혼자 할 수 없는 것이 90% 이상이더군요.”

그렇게 시작한 사업은 초기 개발 과정을 거쳐 ‘AI 바디미터’라는 프로토타입 시제품으로 이어졌다. 피트릭스 앱도 개발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프로세스도 구축했다. 이달에는 시범사업을 거쳐 수집된 고객 반응과 개선점을 반영해 바디미터의 UI를 개선하고 더욱 많은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양산형 모델로 만들어 냈다.

다른 분야와의 콜라보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모빌리티 스타트업 옐로나이프와 ‘외적 생체정보를 활용한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사람의 신체 정보에 대한 정밀한 측정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AI 바디미터'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는 남정우 CEO, 기기 하단의 정밀 측정 카메라를 통해 서비스 대상자의 신체 각 부위의 정보가 측정된다. (사진=피트릭스)

“저희가 바디미터를 통해 추출하는 주된 정보는 사람의 신체 외형 정보예요. 세 가지 동작을 통해서 전신 사이즈와 함께 근육과 관절의 상태를 측정하죠. 이를 동작 분석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정밀 측정을 통해 습득된 정보는 완전한 수치화 데이터로 분석되죠. 이러한 데이터화는 개별적이고 개인마다 다르다는 특징이 있어요. 또 적용할 수 있는 산업 분야가 굉장히 많아지게 되죠. 예를 들어 의류 분야에 적용하면 그 사람의 신체적인 단점은 커버하면서도 핏이 돋보이는 커스터마이징 의류 제작이 가능할 수 있어요. 생활에 사용되는 모든 가구에도 사용자의 신체에 최적화된 데이터를 연동시킬 수 있고요. 자동차도 마찬가지죠. 차량 안에서 특정 사람의 신체 데이터와 연동된 시트는 가장 안전하고 최적화된 편의를 제공할 수 있게 되죠. 그 외에도 사이드 미러, 백 미러의 조정, 에어컨의 방향 등도 최적화할 수 있고요.”

 ‘약이 되는 운동 서비스’ 제공할 것

피트릭스의 ‘AI 바디미터’는 앞서 남정우 CEO가 최초로 시도했던 프라이빗웰니스 운동과학센터에서 진행했던 1시간 30분 여의 정밀 측정을 단 몇 분만에 신체측정을 통해 완료할 수 있는 제품이다. 피트릭스는 우선 이 기기를 피트니스센터를 비롯한 전기차 충전소, 직원 복지를 위한 기업의 건강 시설, 아파트 커뮤니티 공간 등을 대상으로 B2B 영업을 통해 보급할 계획이다. 하드웨어를 확산하고 이를 통해 최초 측정을 한 사용자가 앱을 통해 개별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B2B2C 방식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 목표다. 더 장기적으로는 모빌리티를 비롯해 각 분야의 서비스와 연계한 데이터 비즈니스도 염두하고 있다.

“보통 피트니스센터에는 체성분 분석을 위한 인바디 같은 기기를 활용하는 곳도 있었죠. 체성분 분석은 측정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인 별 근육이나 골격의 문제, 각 체형 별 운동 진단까지는 불가능해요. 그런 부분까지 고려했을 때는 사람 마다 해야 하는 운동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바디미터로는 신체 외형에 대한 측정과 완전한 수치화가 가능하고, 이 데이터는 또 향후 각 산업군 별로 활용도가 높아요. 아웃바디를 측정하는 셈이죠. 요즘 추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잖아요. 아쉬운 부분은 여전히 고객 신체와 관련된 서비스 분야에서 완벽한 정보 분석에 근거한 서비스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보통은 고객의 몸상태를 당사자에게 묻는 설문을 통해 운동법을 제안하고 있죠. 굉장히 전문적인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몸을 스스로 진단해서 처방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말이예요. 디지털화도 중요하지만 저희는 그 전에 반드시 오프라인에서 거쳐야 할 단 한번의 접점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오프라인에서 바디미터를 통해 정확한 측정이 이뤄진다면 그 다음 나머지 서비스는 충분히 온라인을 통해 제공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남정우 CEO의 설명 만으로 충분치 않았다. 결국 기자가 직접 민폐인 줄 알면서도 몹쓸(?) 몸을 선보이며 테스트를 해 보았다. 양 팔을 들어 올리고 몸을 옆으로 돌려 AI가 지시하는 동작을 수행했다. 단 몇 분 만에 신체 각 부위의 길이를 비롯해 잘못된 체형 분석과 문제가 되는 근육 부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는 앱마켓에서 다운 받은 피트릭스 앱을 통해 확인했다. 거북 목과 어깨 유연성 부족, 몸통 근력과 종아리 유연성이 떨어지며 허벅지 유연성은 위험할 정도로 떨어져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즉 피트릭스의 사업모델은 1차로 하드웨어 제품인 ‘AI 바디미터’의 판매와 렌트, 2차로 온라인 코칭으로 나눠진다. 바디미터는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측정 정밀도를 고도화하고 있다. 정밀하게 측정된 데이터는 결국 고객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최적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개별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온라인 코칭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기준으로 진행된다. 향후에는 모바일을 통한 간이 신체 측정까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운동은 사실 약과 같아요. 운동에 대한 대략적인 종류나 틀을 유형화 할 수는 있지만 특정 서비스 사용자의 상태, 예를 들어 팔이 보통 사람보다 길고 어깨가 넓으며 허벅지 뒤쪽 근육이 짧은 사람이라면 일반적인 운동법을 적용하면 안돼요. 그 체형에 꼭 맞는 그리고 현재 문제점을 개선시켜줄 수 있는 운동 방향을 제안해야죠. 신체 특징에 기반한 운동법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은 커버하는 바디 라인을 만들 수 있는 미용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요. 두 번째는 기능적 접근으로 부위 별 만성 통증을 겪는 분들을 위한 자세 개선 운동도 제안할 수 있죠. 이제까지는 수치적으로 설명이 안되고 전문가의 감이나 노하우로 진행돼 왔던 것들이에요.”

지난해 8월 현대자동차 사내 벤처에서 분사를 하며 홀로서기에 나선 피트릭스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피지컬 트레이너 출신으로 운동생리학 박사이기도 한 남정우 CEO를 중심으로 스포츠 심리학 전문가인 신연지 CCO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전략기술본부 책임연구원 출신의 김성운 CTO, 삼성전자 최고 마케팅 경영자(부사장)을 지낸 김석필 CMO 등이다. 지난해 9월에는 기업부설연구소까지 설립했다. 피트릭스는 이렇듯 헬스케어 분야의 전문성과 신체 측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까지 모색하고 있다.

신체 정밀측정 후 피트릭스 앱을 통해 제안되는 개인 최적화 운동법. 영상과 자세한 설명으로 혼자서도 충분히 운동을 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부위에 즉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비즈니스 모델의 방향성이 뚜렷해 지고 새롭게 실력있는 개발자들이 합류하면서 공감대를 바탕으로 즐겁게 일을 추진하고 있어요. 좋은 팀원 분들과 함께하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통해 국내 시장과 더불어 1차적으로 일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요. 측정 기기 자체에 대한 수요와 니즈가 굉장히 높거든요.”

여러 가지 계획이 있지만 남정우 CEO는 우선 ‘AI 바디미터’ 확산과 이를 통한 서비스 인지도 확보에 주력할 생각이다. 바로 ‘시장의 공감’을 얻는 데서부터 피트릭스의 미래가 시작되는 셈이다.

“꿈을 갖고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현재는 첫 번째 고객, 첫 번째 비즈니스에 우선 집중하고 싶어요. 성공은 몇 분의 고객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살아온 과정도 항상 그랬거든요. 첫 번째 고객이 있고 처음 만난 업체가 있었고, 그 첫 고객에게 만족감을 드린다면 그 다음에 저희가 계획한 것들은 순차적으로 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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