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에어택시(비행택시, 플라잉카)에는 빠르게 회전하는 프로펠러, 또는 (동체 바깥 어딘가에) 덕트식 팬이 장착돼 있다. 팬 안에서 회전하는 날(blades)은 팬이 추진 방향으로 공기를 빠르게 이동시키게 만들며 추력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런 상식을 깬 날(blades) 없는 팬으로 비행하는 수직이착륙(VTOL) 항공기가 등장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제트옵테라(Jet Optera)라는 업체가 만든 ‘J-2000’이다. 이 2인승 플라잉카의 ‘유체 추진장치(Fluidic Propulsion Systems FPS)’에는 회전날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영국의 가전품 회사 다이슨이 대중화한 날개 없는 선풍기와 비슷하다.
두 장치의 공통점은 모두 유체 역학에 의존해 비교적 적은 양의 압축 공기의 흐름을 취하고, 이를 사용해 훨씬 많은 양의 외기를 흡입한다는 점이다.
다이슨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자신이 만든 날개없는 선풍기의 맥락에서 이것을 설명하는데 꽤 능숙하다. 그의 선풍기는 작고 조용한 추진기(impeller)를 사용해 공기가 링 주위 틈새를 통해 빠르게 빠져나갈 때까지 공기역학적 모양의 루프(loop) 주위에 압력을 발생시킨다. 공기는 링 주위의 표면 위로 다시 밀려 올라가며, 여기서 항공기를 이륙시키는 것과 같은 종류의 음압을 발생시킨다.
‘J-21000’의 경우 모든 양력(뜨게 하는 힘)은 링 주위의 동일한 음압 영역에 의해 차단되며, 링 중앙에 있는 저압 소용돌이로 주변 공기를 엄청난 속도로 끌어당긴다. 여기에 링에서 빠져나온 가속된 공기 실린더에서 생긴 소용돌이가 정지된 주변 공기와 상호작용한다.
이러한 설계를 통해 J-2000에 사용되는 컴프레서는 당초 링을 통해 공급된 공기의 15배에 달하는 양을 빨아들이게 된다.
제트 옵테라가 J-2000에 전기 컴프레서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기술이 1500Wh/kg(현재의 최첨단 배터리는 약 260Wh/kg) 정도의 에너지 밀도 수치를 달성해야 한다.
한편 제트옵테라는 더 큰 추진 시스템 테스트를 위해 아큐트로닉 SP75 기반의 75kW 터보샤프트 시스템을 포함하는 가솔린 발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날없는 J2000은 가볍고 저소음에 높은 연료 효율
제트옵테라의 이 날없는 팬을 사용하는 비행체 설계는 어떤 이점을 가져다 줄까?
이 회사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소형 터보제트에 비해 연료 소비량을 50% 이상 낮추면서 추진 효율을 10% 이상 향상시킨다고 한다. 또한 이 추진 시스템은 터보팬이나 터보프롭에 비해 무게를 약 30% 줄일 수 있으며 부품 설계 복잡성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동체가 매우 가볍고 기울이기 쉬워서 빠른 앞 방향 크루즈 비행은 물론 수직이착륙 및 공중 선회도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이 추진시스템을 다른 항공기의 추진시스템처럼 둥글게 만들 필요도 없다.
이 회사의 유체추진시스템(FPS)은 모든 종류의 모양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항공기의 날개 모양을 따라 길고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시스템은 비행체 날개 전체에 걸쳐 공기를 곧바로 뒤로 가속시켜 엄청난 추가 양력(이륙하는 힘)을 만들어낸다. 제트옵테라는 이를 이용해 대부분의 수직수평비행 전환형 eVTOL이나 기존 헬리콥터보다 수직 패드 상에서 훨씬 적은 공간을 차지하는 박스형 날개 에어프레임을 설계할 수 있게 된다.
이 FPS들은 비행중 비교적 쉽게 접어들일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저소음이다. 제트옵테라는 이 FPS가 “하늘에서 가장 조용한 추진 방식”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는 패러그린 시스템즈(Paragrine Systems)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미국 국방성 자금 지원 연구 협업의 일환으로 소음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FPS를 사용하는 이 플라잉카의 비행중 소음은 동일한 추력을 내는 내연 엔진 프로펠러보다 15데시벨A(dBA)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떤 음향처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였다.)
제트옵테라는 음향처리 작업을 마치면 J-2000의 소음이 동급 프로펠러 엔진 비행체보다 25dBA나 더 조용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는 300m 거리에서 소음 수준을 50dBA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일반 가정, 조용한 사무실 또는 냉장고가 내는 소음 수준이다.
제트 옵테라 J-2000, 기존 eVTOL보다 항속거리 짧다
J-2000은 최대 이륙 중량이 2000파운드(907kg)이기에 이를 따라 명명됐다. 제트옵테라는 이 설계 기반의 다양한 항공기 제품군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는 항속거리와 시속이 644km인 고속비행 버전은 물론 최대 비행 시속 322km로 1930km나 되는 장거리를 비행하는 단거리이착륙(STOL)기 버전도 포함된다.
J-2000은 항속거리와 최고 시속이 320km인 도시간 및 시내를 운항하는 2인승 플라잉카로 설계됐으며 같은 범위내에 있는 4인승 J-4000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항속거리와 속도는 기존 eVTOL이 수행하는 작업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낮아진 것이다. 화석 연료 비행체는 아주 높은 에너지 밀도로 배터리 비행체보다 훨씬더 큰 항속거리를 약속해야 하지만 이 2인승 J-2000는 항속거리가 320km로 기존 방식에 비해 짧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를 들어 조비(Joby Aviation)의 6개 로터를 사용하는 수직수평 비행 전환식 5인승 비행택시는 J-2000만큼 빠르게 비행하며 J-2000의 75%에 이르는 거리를 비행한다. 이미 수많은 시험 비행을 했고 상용화된 배터리를 사용한다.
게다가 소음문제도 크게 문제될 것 같지 않다. 조비는 올해초 자사 eVTOL 테스트 동영상을 공개했는데 조비의 오픈 로터 디자인이 상당히 조용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조비의 eVTOL은 J-2000처럼 소형은 아니지만, 이미 제작돼 비행 중이며 인증을 받는 중이다.
반면, 제트옵테라는 여전히 시제품 제작 단계에 있다. 이 모델은 몇 개의 작은 크기의 모델들을 비행시켰지만, 현재까지 제작된 대부분의 수평수직비행 전환형 VTOL 시제품들은 덕트 팬으로 제작됐다. 이 FPS 시스템으로 비행하는 유일한 시제품은 작은 고정익 비행기와 테더형 VTOL 테스트 플랫폼인 것으로 보인다. (아래 첫 번째 동영상에서 볼 수 있다.)
제트옵테라는 지난해 하니웰과 손잡고 이 비행체를 육군에 납품하기 위한 협력을 발표하면서 어쨌든 미 육군이 이 비행기를 먼저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니웰은 보도자료에서 “FPS는 기존의 추진 시스템을 대체할 것”이며 “항공기가 더 빠르고, 안전하고, 적에게 잘 탐지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트옵테라는 또한 최근 미 공군과 시스템 소음 및 시스템 분출시 상부날개 위 표면에 제공되는 양력의 잠재력 연구 등 2건의 중소기업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J-2000 플라잉카 등장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제트옵테라는 일단 이 비행기가 시범용 플랫폼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회사는 항공기 개발 인증 악몽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으며, 단지 다른 항공기 제작사들을 위한 추진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