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회 째를 맞은 넥스트라이즈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를 예고하며 시작 전부터 기대감을 불러모았다. 13일부터 양일간 국내외 스타트업 1500개사와 글로벌 대기업, 스타트업 지원기관 등 250개사가 참여한 이번 행사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과 글로벌화라는 취지에 걸맞는 위상을 과시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기자로서 이제까지 꽤 많은 스타트업을 취재해 왔지만, 역시나 만나본 스타트업 보다 아직 만나지 못한 스타트업이 더 많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 이틀 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넥스트라이즈 2024’는 저마다 혁신 기술 및 제품을 홍보하는 스타트업들의 열기에 더해 1:1 비즈니스 밋업, 국내외 스타트업의 IR 피칭, 채용설명회, 네트워킹 행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행사 기간 내내 이어졌다.
LG, 아산나눔재단, KT&G… 스타트업 육성 팔 걷은 대기업·지원 기관 대거 출동
올해 넥스트라이즈 2024에서도 관심을 끈 것은 초기 창업팀들을 지원하는 대기업, 기관 등의 독립 부스였다. LG의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인 ‘슈퍼스타트’는 현재 육성 중인 제조업을 위한 생성형 AI 기반 제품 설계 솔루션 기업 ‘나니아랩스’, 국내 최초·유일의 달 탐사 로봇 개발 전문기업 ‘무인탐사연구소’, 원판없는 모터 기반 스마트 운동 머신 개발 기업 ‘모티’ 등 10개 기업의 전시를 지원하며 주목을 집중시켰다.
이 밖에 LG는 이번 행사에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등 6개 계열사도 참가해 200개사 이상의 스타트업과 1:1 밋업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에 나섰다.
기업가정신 플랫폼 마루(MARU)를 전면에 내세운 아산나눔재단의 부스 역시 많은 참관객으로 북적였다. 이번 행사에서 재단은 기업가정신을 실천하고 확산하는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 ‘마루’와 함께 재단 프로그램에 참여한 알럼나이 스타트업 4개팀의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소개했다.
재활의학과 의사들이 제작한 리커버리 슬리퍼 브랜드 바크, 성인 여성들을 위한 월경 앱 및 성지식 플랫폼 '자기만의 방'의 운영사 아루, 자동화 로봇 시스템을 통해 공간을 재해석하는 헬퍼로보틱스, 명품 수선사 매칭 플랫폼 '패피스'를 운영하는 LRHR 등이다. 이중 헬퍼로보틱스와 아루 팀은 앞서 인터뷰를 통해 만났던 팀이라 반가움이 더 컸다.
상상플래닛의 경우는 윤회, 위대한쇼맨, 미드바르, 보이스프린트, 클리, 5초광고, 푸디픽 등 총 7팀이 참여한 독립 부스로 관심을 모았다. 이번 행사에서 상상플래닛은 청년 창업가를 지원하는 공간의 취지를 표현하기 위해 ‘상상 사과나무’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이날 행사에는 GS에너지, 아마존웹서비스(AWS) 메가존클라우드, 한화생명 드림플러스 등이 참여해 저마다 육성 중인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그동안의 성과를 공유했다.
그린컨티뉴, 선인장으로 만든 친환경 가죽 신발 처음 보셨어요?
이날 LG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슈퍼스타트’ 부스에 소개된 그린컨티뉴는 동물이 아닌 식물과 과일에서 추출한 성분을 활용해 ‘비건가죽’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이른바 ‘비건 레더’로 불리는 이 친환경 가죽은 선인장을 비롯해 사과, 녹차, 귤, 고구마의 껍질과 줄기 등 부산물에서 셀루로스를 추출해 바이오 피유와 합성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날 그린컨티뉴는 코오롱스포츠와 제휴해 제품화된 아웃도어 신발 ‘무브 어스(MOVE EARTH)’를 선보이기도 했다. 바로 선인장 가죽을 이용해 제작된 제품이다. 이 외에도 그린컨티뉴는 오설록 제주 농장으로부터 녹차 부산물을 공급받아 원단화 하는데 성공하는가 하면 최근엔 롯데웰푸드와 협업해 가나 초콜릿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카카오빈 부산물을 활용해 비건 가죽 원단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현재는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을 개선하고 향후 국내를 넘어 미국, 유럽 등의 브랜드와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날 그린컨티뉴 부스에서 만난 박유주 브랜드 매니저는 “선인장 가죽 제작은 국내 최초”라고 강조하며 “셀룰로스만 추출할 수 있으면 어떤 원료로든 다 제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리사이클링 부직포 등 천연 소재에 식물과 과일에서 추출한 원료를 코팅하는 방식으로 가죽을 만들어요. 그 과정에서 가죽과 같은 무늬와 질감이 만들어지죠. 특히 선인장은 저희 자체 농장을 통해 원료를 수급하고 있습니다. 소가죽에 비해 가격은 절반, 일반적으로 ‘레자’라 불리는 인조가죽에 비해서는 1.5배로 가격을 맞추고 있어요. 대신 내구성은 소가죽과 동일하고 수명은 5년 정도 더 길죠. 특히 동물 가죽에 비해 내수성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구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1만 6000개 이상의 인공위성과 잔해물 파악하는 지도가 있다고?
이날 ‘미래기술(Future Tech)’ 공간에서 부스를 마련한 ‘스페이스맵’은 한양대학교 기계공학부의 김덕수 교수가 지난 2021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 스타트업이 선보인 것이 다름 아닌 ‘실시간 인공위성 충돌을 예측하는기술’이라는 점이었다.
창업자인 김 대표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시절부터 ‘보로노이 다이어그램((Voronoi Diagram)’을 연구해 왔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이란 평면 위에 찍은 두 개의 점 사이에 수직이등분선을 그어 여러 개의 점 사이 수직이등분선을 연결한 그림이다. 수직이등분선을 모두 연결하면 각 점들의 영역이 생기게 되는데 각 점의 바로 옆 영역의 이웃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면 주변을 탐색하기 쉽다. 즉 스페이스맵이 선보인 기술은 수학적 계산을 통해 위성의 충돌위험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우주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지구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인공위성의 수만 7178개에 달하며 위성이나 로켓에서 떨어져 나온 잔해물을 더하면 1만6000개가 넘는다. 실제 지난 2009년 시베리아 789km 상공에서는 미국의 상업용 인공위성과 러시아의 퇴역 군사위성이 정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충돌 사고의 가능성은 향후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스페이스맵 부스에서 만난 박성우 글로벌사업팀장은 실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을 이미지화 한 화면을 설명하며 “요즘 우주산업 스타트업들이 대부분 하드웨어를 선보이는 반면, 스페이스맵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라고 말을 이어갔다.
“최근까지 위성 충돌 문제는 이슈가 크지 않았지만, 스타링크를 비롯해 향후에도 위성발사가 엄청 늘어나는 상황에서 그 가능성은 두배 세배로 늘어난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해외에서도 이를 대비한 서비스를 개발 중인데, 저희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실시간에 준하는 정도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죠. 각 위성 데이터나 잔해물 위치 정보를 생성하는 기관과 기업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위치상 근접하는 시점을 추적하는 방식입니다.”
스페이스맵이 주목되는 것은 서비스 특성상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들의 기술력은 우주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정부 역시 주목하는 상황이다. 박 팀장은 자사의 기술을 기반으로 스페이스맵의 비즈니스 모델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했다.
“위성 충돌 위험을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저희의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구독형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핵심 기술의 라이브러리를 라이센싱하는 방식으로 위성의 위치와 관련된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반이 되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각 국가의 기관이나 군 조직이 필요로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커스터마이징해 납품하는 형태의 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AAM 시대를 준비하는 AI 예지 정비 솔루션을 개발한다
GS에너지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The GS Challenge : Future Energy' 이름으로 운영하는 독립부스에서 만난 위플로 역시 미래에 더 크게 열릴 시장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이다. GS에너지는 위플로의 투자사인 GS벤처스의 출자사이기도 하다.
위플로가 개발한 것은 AAM(Advanced Air Mobility, 미래 도심 항공 UAM으로도 불린다) 시대를 대비한 AI 예지 정비 솔루션이다. 그 외에도 내연기관이 아닌 연료전지와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eVTOL(전기동력수직이착륙기) 등 친환경 모빌리티를 위한 점검·진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유한 국내외 특허만 23건에 달한다. 이러한 기술성 및 혁신성을 인정받은 위플로는 지난 4월 신용보증기금의 스케일업 프로그램 ‘프리아이콘(Pre-ICON)’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위플로는 △전기차의 구동부를 점검하는 ‘EV-Pit’ △드론의 구동부, 구조 안정성, 및 기계적 결함을 점검하는 ‘Verti-Pit’ △기체의 외관 결함을 점검하는 ‘Smart Hangar’까지 차세대 모빌리티를 위한 솔루션을 실물 공개하며 참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부스에서 만난 김세희 위플로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통칭 버티포트라 불리는 도심항공모빌리티의 핵심 인프라에 들어가는 솔루션, 그리고 eVTOL에 들어갈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라며 AAM이 본격 상용화될 2030년을 대비한 솔루션 개발 상황을 설명했다.
“eVTOL 등의 AAM이 상용화되면 도심 곳곳에 이착륙을 할 수 있는 통칭 버티포트가 많이 생길 겁니다. 보통은 5500㎡ 면적의 대규모 버티포트를 떠올리시지만, 현재 주유소나 공원, 건물의 옥상 등 작은 공간에도 이착륙이 가능한 지금 버스 정거장 수준의 소규모 ‘버티 스탑’도 곳곳에 생길 거예요. 이것이 공항 사이즈가 되면 버티 허브라고도 하더군요. 이걸 통칭 버티포트라고 하는데, 저희는 여기에 들어가는 솔루션, 또 eVTOL에 들어가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어요.”
소규모 버티 스탑 등이 많아지면 AAM을 점검하고 정비하는 수요도 당연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항공기와 같이 격납고에 넣고 오랜 시간과 인력을 들여 정비하기에는 그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위플로의 솔루션은 바로 이 순간 빛을 발한다. 김 팀장은 “위플로 솔루션의 핵심은 무인화, 자동화”라며 말을 이어갔다.
“위플로의 핵심 기술은 비접촉으로 10초 이내에 eVTOL의 구동부를 점검하는 거예요. 드론과 전기차 역시 동일하게 같은 방식으로 점검할 수 있죠. 기존 유관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까지 점검이 가능하고 정확도는 98% 이상입니다. 여기에 단순 점검을 넘어 대시보드를 통해 자동 기록된 시계열 데이터베이스를 AI가 학습하고 분석해 기체 상태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을 하죠. 이를 통해 기체 노후화를 파악하고 부품 별 평균 수명 및 교체 일정까지 파악하는 ‘예지 정비’가 가능합니다.”
설명을 들으니 앞서 언급한 ‘EV-Pit’ ‘Verti-Pit’ ‘Smart Hangar’의 개념이 점차 확실해 졌다. 특히 현장에 소개된 실물 ‘버티 핏(Verti-Pit)’을 보니 단번에 이해가 됐다. 즉 위플로의 솔루션은 모빌리티의 크기나 형태에 따라 단순히 드론, eVTOL, 전기차를 ‘EV-Pit’ ‘Verti-Pit’에 올려 놓는 것 만으로 센서를 통한 비접촉 방식으로 점검이 가능한 기술이다. 특히 드론의 경우 블레이드가 돌아가는 ‘호버링’ 상태에서도 점검이 가능하다.
김 팀장은 “향후 드론이 사람이나 대형 화물을 운송하는 시대가 되면 큰 블레이드가 호버링하는 상황에서 점검이 이뤄질 것이고, 이때는 사람이 접근해 점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 무인화 솔루션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플로는 이 솔루션 기술력을 바탕으로 손해보험사와 연계한 서비스를 비롯, 정비 플랫폼 등 사업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