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커머스 2023]③ 반성연 비모뉴먼트 대표, 달바의 성공 전략은 ‘럭셔리’ ‘비건’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화이트 트러플 등 원료… 고기능성 프리미엄 비건 화장품 브랜드 구축
스타트업이 만든 화장품 브랜드지만… 럭셔리 전략으로 국·내외 시장 공략 ‘성공적’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승승장구, 비건 뷰티 브랜드로 창업 6년만인 지난해 매출 1450억 달성
달바는 럭셔리한 고기능성 프리미엄 비건 화장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며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지=비모뉴먼트)

K뷰티의 인기는 대략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인가가 열풍으로 달아오를 무렵인 2016년 비모뉴먼트 달바(d’Alba)의 역사가 시작됐다. 놀라운 점은 창업자인 반성연 대표의 이력이다. 창업 이전 그는 글로벌 전략 컨설팅 그룹 A.T. 커니 및 A.D.리틀 코리아의 경영컨설턴트였고, 그 이전에는 NHN (現 네이버 주식회사) 검색전략기획실에서 근무했다. 한마디로 뷰티 업계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던 커리어를 쌓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뷰티 업계에서 달바가 치고 나온 것은 차별적인 기획과 포지셔닝이었다. 나름 반 대표가 자신의 전공을 십분 활용한 셈이다. 반 대표는 아이디어, 제품력, 가성비로 트렌드를 이끌고 흥미를 일으키는 뷰티 브랜드가 대개의 경우 반짝 성공 뒤 사라지는 이유에 집중했다. 문제는 브랜드 파워였다.

“기발한 제품을 만드는 K뷰티의 강점은 살리면서 브랜드 파워까지 갖춘다면 어떨까?”

반성연 비모뉴먼트 대표.

반 대표는 이 두 가지 조건을 갖춘다면 전통적인 강자가 선점한 뷰티 업계에서도 틈새 시장을 공략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설정된 달바의 콘셉트는 ‘흔하지 않은 럭셔리’ 그리고 ‘비건(Vegan, 동물 유래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트렌디하고 혁신적이면서도 명품에 버금가는 고급스러움을 지향한 달바의 전략은 통했다. 창업 후 7년에 접어든 현재 역발상으로 개발한 달바의 미스트 세럼은 2400만병을 넘어선 판매 성과를 올리며 큰 성공을 거뒀다. 국내 주요 백화점은 물론 면세점, 각 H&B 스토어에 입점한 것은 물론 일본,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20개국 수출을 달성했다. 이어 올해 매출 2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세운 달바의 운영사 비모뉴먼트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준비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간에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뷰티 업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달바의 현재 그리고 새롭게 그려나갈 앞으로의 전략은 무엇일까? 최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개최된 ‘넥스트 커머스 2023’에서 마더레이터로 나선 김소희 트렌드랩 대표와 함께한 반성연 비모뉴먼트 달바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달바가 띄운 승부수, 키워드는 ‘혁신’ ‘신뢰’ ‘역발상’

브랜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달바가 시도한 첫 전략은 진귀한 원료 선별이었다. 먹기도 힘들다는,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이탈리아 산 ‘화이트 트러플’이 달바 화장품의 원료로 들어갔다. 달바의 브랜드 명은 그 과정에서 나왔다. 화이트 트러블이 생산되는 이탈리아의 고장 명이 ‘알바’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이날 행사에서 반 대표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세운 전략의 배경을 설명했다.  

“저희가 프리미엄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사실 외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고기능성을 표방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비건을 선택했죠. 그래서 프리미엄 비건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고요. 트러플을 원료로 사용한 것은 고기능성을 구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반성연 대표는 최근 진행된 '넥스트 커머스 2023'에서 그간 달바의 차별화 전략과 성공 스토리를 털어 놨다. (사진=테크42)

달바의 차별화 전략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타트업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개발이 용이한 메이크업 제품 대신 기존 브랜드들이 확고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는 스킨케어 제품으로 시작을 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 스킨케어가 어려울 수도 있고, 메이크업이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죠. 제 경우는 메이크업으로 성공하는 분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창업을 할 당시를 보면 사실 메이크업으로 나온 신규 브랜드들은 대표님들께서 인플루언서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감각’에 기반한 소구 포인트를 공략한 것었는데, 문제는 제가 인플루언서가 아니라는 거였죠(웃음). 반면 스킨케어의 경우는 라이프 사이클이 조금 더 길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렵지만 개발에 성공하면 꾸준히 사용되고 재고 관리도 상대적으로 용이했고요. 문제는 스킨케어로 시작했을 때 기존 쟁쟁한 브랜드와 경쟁이 힘들다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었지만, 할 수만 있다면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쉽게도 우려는 적중했다. 초기 세밀한 전략과 포지셔닝에도 불구하고 달바 역시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데스벨리(본격적인 성장에 진입하기 이전까지 스타트업이 자금, 판로 등에 어려움을 겪는 시기)를 피할 수 없었다. 잘 만든 제품이었지만, 하루 10~20개 판매가 고작이었다. 시드머니는 바닥을 드러냈고, 급기야 대출을 받아 직원 월급을 줘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선택은 ‘역발상’이었다. 위기의 상황이었지만, 해법을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생각한 반 대표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제품 개발에 매진했다. 달바 브랜드 제품 중 가장 많은 소비자에게 사랑 받은 ‘미스트 세럼’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오일’이 함유된 미스트를 개발한 것이다.

달바 비건 옐로우 미스트 세럼. 2400만병의 판매고를 올린 달바의 히트작이다. (이미지=비모뉴먼트)

“저도 처음에는 잘 모르니,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웃음). 수분이 대부분인 기존 미스트는 뿌리고 나면 건조해진다는 문제가 소비자들의 불만이었어요. 그래서 보습제인 오일을 더 많이 넣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안된다고 했던 것은 다 이유가 있더군요. 하지만 어려워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러려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무조건 가야만 했습니다. 문제는 오일을 함유한 미스트는 분사가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요. 이 것만 해결하면 뚫기 어려운 스킨케어 시장에서 한 자리 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집착했죠. 살아 남기 위해 고집을 부렸고 간절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시도를 이어갔어요. 공대 출신이다 보니 분사에 영향을 미치는 성분을 찾아내면 어떨까 싶어서 성분 별로 하나씩 넣다 뺐다를 반복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 조금씩 개선이 되고 결국 원하는 완성도에 도달하게 됐죠. ”

반 대표는 초기 미스트 세럼에서 분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펌프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 놓기도 했다. 뷰티 박람회 등에서 만난 업체들이 만든 수백 종의 펌프를 테스트했다는 것이다. 이후 초기 제품에 적용한 펌프를 개선하기 위해 3년에 달하는 개발을 지속했고, 그 사이 10번 이상의 리뉴얼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였다. 결국 이렇게 약점을 개선하고 장점만을 강화한 달바의 미스트 세럼은 2400만병 이상 판매가 되는 성과를 올렸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달바는 여름을 공략하는 선크림 제품 개발에서도 성공하며 겨울과 여름을 모두 공략하는 제품 카테고리를 갖추어 갔고, 이후 운영사 비모뉴먼트 올해 달바에 이은 이너뷰티 브랜드 ‘비거너리(Veganery)’를 론칭하며 비건 뷰티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 나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도 반 대표의 역발상 전략은 어김없이 적용됐다는 사실이다.

이너뷰티 브랜드 ‘비거너리(Veganery)’를 통해 선보인 콜라겐 제품. (이미지=비모뉴먼트)

“어설프게 남들과 비슷한 브랜드를 하느니 달바라는 브랜드를 더 완벽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너뷰티 시장을 봤더니 그중 콜라겐 제품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콜라겐은 저희 미스트의 원료로도 쓰던 것이기도 했고요. 포인트는 먹는 콜라겐 대부분이 동물성인 피쉬 콜라겐이었다는 점이었어요. 마찬가지로 식물성을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지만(웃음),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제품을 개발했죠. 식물성 콜라겐은 히비스커스나 모기버섯에서도 추출이 가능한데 문제는 맛이 없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비거너리를 론칭할 때 1차 목표는 당연히 성분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두번째가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오렌지 맛이 처음 나왔는데, 당시 저는 ‘먹을만 하다’는 정도였죠. 그래도 가능성을 가지고 제품을 론칭했고, 이후 나온 샤인머스캣 맛을 통해 맛의 완성도를 높였 나갔습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공략, 글로벌 브랜드의 꿈 본격화

최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개최된 ‘넥스트 커머스 2023’에서 마더레이터로 나선 김소희 트렌드랩 대표와 함께한 반성연 비모뉴먼트 대표. (사진=테크42)

반 대표는 ‘참 운이 좋았다’는 말로 지난 시간을 돌이키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창업 3년차까지 제품 개발과 테스트를 반복하며 혹독한 데스밸리를 경험했다. 반 대표는 “몇 차례의 위기는 대출과 어렵사리 성사된 투자 유치, 또 믿고 기회를 준 아내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며 지난 시간을 털어 놨다.

“생각해보면 사실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어떻게 보면 창업자들은 안될 때 조금 더 고집을 부릴 수도 있고 그게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이유가 되기도 하죠. 저 역시 추가 투자를 유치하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생각할 때 그게 확신이었는지, 고집이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그렇게 시작했으니 갈 수 있는데 까지 가보자는 마음이 컸죠. 물론 개인적으로는 조금씩 완성도가 올라가고 있으니 한 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과정은 되풀이 됐고, 빛까지 져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당시 여자친구인 아내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존중하지만 두 번 세번 고집이 반복되면 안되니 딱 한 번 더 해보고 아니면 원래 하고 있던 일로 돌아가자’더군요. 그게 돌이켜 보면 매우 현명한 조언이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약속을 하고 나니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심함이 더 커지더군요. 감사하게도 그 이후 상승 곡선을 타게 됐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성공한 달바는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지난해 1450억원의 매출 중 국내에서만 1200억원 가량을 올린 것이니 아직 해외 매출 비중은 높은 편이 아니다. 반 대표 역시 “올해 해외 매출을 400억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공략이라는 목표를 언급하기도 했다.

“처음 달바 브랜드를 론칭할 때부터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것이 콘셉트였어요. 처음에는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지만, 코로나19 등 여러 이슈가 발생하며 해외보다 국내 시장에서 빨리 크긴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해외에서 더 많이 알려진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올해 꿈입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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