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넥슨이 결국 무릎을 꿇었다. 여론의 악화와 국회의원의 질책, 특히 게임 유저들의 날선 공격에 주요 수익원인 '확률형 아이템'의 등장 확률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게임 업계에서는 넥슨이 5일 내놓은 세번째 대책에 대해 사실상 조작을 인정한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게임사의 주요 수익원이자 여러 사회문제를 야기했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등장 확률 공개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 그러나 조작 논란이 거세지고, 특히 '공정성'을 중요시 여기는 최근 MZ세대 트렌드를 감안했을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앞서 넥슨은 자사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업데이트에서 게임 내 아이템 확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두 차례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라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내놓은 것이 확률형 아이템의 완전 공개 선언이다.
최근 메이플스토리 업데이트하면서 아이템에 부여되던 추가 옵션을 '동일한 확률'로 수정한다고 공지했다. 그동안 동일한 확률이 아니었다는 스스로의 인정이다.
메이플스토리 '환생의 불꽃' 아이템은 장비에 붙는 추가 능력치를 재설정할 수 있다. 이 아이템 설명에는 '추가 옵션을 무작위로 부여한다'고 돼 있다. 무작위라는 표현 무엇이든 동등한 확률로 발생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동일한 확률로 수정한다는 공지는 지금까지 확률이 동일하지 않았던 것임을 인정한 것이고, 유저들은 불공정성에 분노했다. 이에 유저들은 넥슨 게임에 돈을 쓰지 않는 '한도 0원 챌린지'를 벌였고, 로스트아크 등 타사 게임으로 갈아타기도 했다.
넥슨 입장에서는 당장 발등의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회사 위상 추락이라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넥슨 대표의 사과
아쉽게도 이러한 상황 파악이 조금 늦었다. 두 차례의 책임 회피성 대책을 내놓고 더 큰 역풍을 맞자 결국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
이정헌 넥슨 대표가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관해 사과하면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오전 넥슨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사내 시스템 공지로 띄웠다.
"직원 여러분 모두 우리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에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모든 것이 온전히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몫이다. 이용자분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진심으로 송구스럽습니다."
"넥슨과 넥슨 게임, 그리고 게임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눈높이가 달라지고 있는데 저부터가 이런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반성합니다"
"변화를 시작할 것이며, 넥슨을 성장시켜준 우리 사회 눈높이에 맞추겠습니다. 더는 이용자 목소리에 둔감하지 않을 것입니다."
넥슨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게임 업계 움직임 주목
넥슨은 자사가 서비스하는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게임에 이용자를 위한 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대원칙을 세운다는 것이다.
이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를 현재 수준의 업계 자율규제 이상으로 공개하겠다는 것으로, 투명성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넥슨의 발표에 따라 경쟁사 및 국내 게임업계 역시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번 사태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라는 하나의 게임에서 불거진 것이지만, 결국 국내 게임 업계 전체의 문제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은 일정 확률로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메이플스토리는 국내 확률형 아이템의 원조다. 지난 2005년 알 모양의 캡슐형 아이템을 국내 첫 도입했고, 이후 국내 거의 모든 게임의 주요 수익 모델로 거듭났다.
이는 큰 사회 문제를 야기했다.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게임 유저들은 게임을 잘하기 위해 좋은 아이템이 나올때까지 계속해서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프라인에서 아이템 현금거래까지 이뤄지면서 각종 범죄도 일어났다. 그럼에도 게임사들은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에 집착했다. 게임사는 배를 불리고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규정하고 제재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문제가 됐지만 게임업계의 강력한 로비로 업계 스스로의 자율규제로 우회했다. 그러나 결국 게임사 스스로 수익 구조를 놓치 않았다. 하지만, 이번 메이플스토리 사태로 인해 업계는 '반강제적인' 자정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한편, 국회는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을 조장하고 불필요한 결제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