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디즈니+·애플tv, 글로벌 OTT의 한국 침공…토종 OTT "지원책 절실"

세계 미디어 시장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콘텐츠가 소비자를 사로잡는 힘이 되면서 기존 방송(공중파, 케이블 등 유료방송) 영역의 영향력은 쇠퇴하고 있으며, 온라인 중심의 미디어 환경 구축으로 OTT는 광범위한 확장성을 띄며 플랫폼 비즈니스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콘텐츠 강국인 우리나라 시장은 더욱 역동적이다. 오징어게임이라는 유례 없는 흥행작을 만들어 한국 콘텐츠의 스토리텔링 및 제작 역량을 전세계에 알렸다. 강력한 넷플릭스 플랫폼을 타고 전세계에 뿌려졌고, 넷플릭스는 소위 '돈방석'에 앉았다. '대장금' 비롯한 한국 드라마의 흡인력을 일찌감치 알아본 넷플릭스의 선제적 투자가 빛을 발휘한 것이다. 우수 콘텐츠와 자본의 힘이 만났을 때의 시너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넷플릭스가 올해에만 우리나라에 5500억원을 투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앞다퉈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나라별 인구수와 시장 규모로 봤을 때, 한국은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이다. 그러나 전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독특한 콘텐츠 파워를 갖고 있기에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미디어 사업은 더 이상 내수에서 그치지 않는다. 랜선을 타고 전세계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간다.

국내 OTT 업계는 '글로벌 OTT공룡의 난입'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은 자본력을 앞세운 데다가 글로벌 플랫폼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우수한 미디어 콘텐츠의 블랙홀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글로벌 OTT를 통한 콘텐츠 소비의 급격한 증가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 소비가 활발해 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그 영향으로 최근 초록뱀미디어, 위지윅스튜디오 등 국내 미디어회사들의 주가도 폭등하고 있다. 우수 콘텐츠의 글로벌 OTT 쏠림현상은 더욱 거세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국내 OTT 시장을 이대로 글로벌 OTT에게 내어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검색 주권'처럼 '미디어 주권'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디어에 담겨 있는 문화 콘텐츠는 곧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네이버가 구글에 대항해 검색 주권을 지켰기에, 국내 IT 서비스 시장이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었던 점을 보면 된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토종OTT의 호소 "지원책 속도내고, 규제 꺼내들지 말아야"

토종 OTT 기업인 웨이브, 티빙, 왓챠가 나섰다. 이들이 속한 한국OTT협의회는 11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정책적인 지원과 시대착오적인 규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하며 'OTT 진흥법' 통과를 촉구했다.

협의회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고있는 한국 미디어 산업에 디즈니플러스가 가세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해외 글로벌OTT들이 몰려온다"며, "OTT는 단순히 온라인 서비스 영역이 아닌 방송, 영화, 콘텐츠 제작시장 등 미디어 산업 전반에 역동적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 OTT 플랫폼의 유의미한 성장이 없다면 미디어 산업의 균형 발전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OTT의 경우 글로벌 기업에 비해 규모적인 열세를 가지고 있지만, 최근 대규모 콘텐츠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중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고 해외진출에서 성과를 낼 수 있기에, 이들의 성장은 곧 국내 미디어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정책이 절실한 형편이다.

이 때문에 국회 및 정부도 지난해 국내 미디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디지털미디어생태계발전방안(이하 디미생)'을 마련한 바 있다. OTT 분야에 대한 최소규제 원칙과 제도적 걸림돌 제거, 산업 진흥을 약속했고 한국 OTT 사업자들도 이같은 정부계획에 공감과 기대의 입장을 표한바 있다.

문제는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해당 정책이 정체돼 있다는 점이다. 디미생 마련 후 1년 6개월여가 지났지만 지원정책은 요원하기만 하다. 오히려 '유료방송 수준 규제' 및 '각종 기금 징수논의' 등의 규제가 토종 OTT 사업자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한국OTT협의회는 OTT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소규제 및 육성진흥 정책의 조속한 이행을 추진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협의회는 ▲OTT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 ▲OTT자율등급제 도입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를 강조했다.

첫번째로, 현재 국회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법률안은 OTT에 ‘특수 유형 부가통신사업자’ 지위를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 법안의 통과로 OTT 콘텐츠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등 '디미생'의 OTT진흥정책을 위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협의회 측은 "이를 차일피일 미루다 글로벌 OTT에 국내 미디어산업을 모두 내준 후 처리한다면 말 그대로 '사후약방문' 꼴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두번째로, 디미생 주요 정책 중 하나는 OTT 콘텐츠 투자 활성화를 위해 영상물 사전심의 제도를 '자율등급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OTT가 콘텐츠 투자를 해도 영상물 등급 심의 기간이너무 길어 제 때에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고충을 해소하는 정책안이다.

그런데 현재 문체부가 입법예고한 ‘영화 및 비디오에 대한 개정법률안’은 OTT서비스를 ‘온라인비디오물제공업’으로 지정하는 것을 전제로 자율등급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관련 부처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등, 논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한 사업자 정의 방안이 있음에도 별도 지위를 신설하려는 것은 '부처간 OTT 관할권 다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협의회는 주장했다.

세번째로, 망이용료를 둘러싼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은 기본 사업모델은 물론, 콘텐츠 투자 재원 확보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 경쟁환경을 초래한다. 또한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도 이를 해외 매출로 돌려 제대로 납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글로벌 미디어에 대한 강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협의회는 강조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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