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약]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료’ 관련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인 넷플릭스가 최근 수세적인 태도를 바꿔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하며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가필드 부사장은 넷플릭스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오픈 커넥트를 설치할 시 문제가 되고 있는 트래픽의 95% 이상을 감소시킬 수 있음에도 SK브로드밴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중과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수위를 넘은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이지만 국내 OTT 업계 및 정부의 대응은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에 이어 미드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HBO맥스도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에 이어 애플TV와 HBO맥스 등이 연이어 한국 진출에 나서며 우리나라 시장은 글로벌 OTT의 전방위 공세에 직면해 있다.
국내 OTT 업계의 경쟁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망 이용료’ 논쟁에 공격적 입장을 드러낸 넷플릭스를 필두로 다른 글로벌 OTT까지 가세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높아, 관련 업체들은 숨죽이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근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 부문 부사장이 자사 뉴스룸을 통해 올린 글이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그는 글을 통해 “한국 인터넷사업자(ISP) 중 한 곳을 제외하고는 넷플릭스와 한국 창작 생태계의 깊은 파트너십과 우정은 ‘깐부’ 같다”며 “한국 소비자들에게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ISP는 시장 지배력을 동원,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부터 자의적으로 정한 금액을 받아내려 하고 있다”고 작심한 듯 입장을 밝혔다.
가필드 부사장이 지목한 ISP는 넷플릭스와 1000억원 대 망 이용료를 둘러싼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SK브로드밴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월 망 중립성 원칙을 근거로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하는 망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확인 소송을 진행했다. 1년을 끌었던 소송은 올해 6월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이 ‘망 사용에 대한 계약은 당사자간 계약에 의해 진행할 문제며, 협상의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사실상 넷플릭스의 패소로 끝났다.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 지난 7월 즉각 항소하며 “1심 판결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간 협력의 전제가 되는 역할 분담을 부정하고, 인터넷 생태계와 망 중립성 원칙을 위협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법원의 판결이 국내 ISP의 이권만 보호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9월 30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민법의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 망 이용 대가 청구를 위한 반소를 제기했다.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를 둘러싼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의 2차 법적공방과는 별도로 ‘부당이득반환 반소’를 제기하며 압박을 강화한 것이다.
넷플릭스 부사장의 작심 발언은 그간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해 온 넷플릭스 측이 이를 계기로 대응 방식을 달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가필드 부사장은 넷플릭스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오픈 커넥트를 설치할 시 문제가 되고 있는 트래픽의 95% 이상을 감소시킬 수 있음에도 SK브로드밴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중과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전 세계 1000여곳이 넘는 ISP가 오픈 커넥트의 혜택을 인식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가장 큰 ISP 중 한 곳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비용 절감액이 2020년에만 12억 달러(약 1조 4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오픈 커넥트를 받아들이지 않는 거은 콘텐츠 제공자(넷플릭스)와 인터넷 사용자 양쪽 모두에게 비용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 제기되는 이통사의 과도한 요금 문제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이는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부겸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합리적인 망 사용료(이용료) 부과 문제와 함께 플랫폼과 제작업체 간 공정 계약 등도 챙겨 달라” 당부한 발언에 직접적인 반박을 한 모양새가 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이러한 입장 발표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선 넷플릭스를 제외한 국내 CP(콘텐츠 사업자)들은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며,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흥행을 거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불공정한 계약으로 인해 수익의 대부분이 넷플릭스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는 SK브로드밴드 측은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넷플릭스의 말 자체가 글로벌한 시장 지배력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넷플릭스 역시 불공정하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수위를 넘은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이지만 국내 OTT 업계 및 정부의 대응은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통신업계 발 ‘망 이용료 논쟁’으로 글로벌 OTT 업체들에게도 망 이용료를 징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난 국정감사 기간 내내 언급됐음에도, 정작 빅테크 규제 및 사회적 책임 강화 이슈가 더 힘을 얻으며 ‘통신복지기금’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국내 OTT 업체들은 이미 망 이용료를 납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복지기금 법제화를 추진하는 국회를 보며 적극적으로 싫은 내색도 하지 못한 채 애만 태우고 있다.
한편 정치권의 통신복지기금 입법 움직임과 별개로 정부에서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업체의 기세가 등등한 상황에서 힘을 못쓰고 있는 토종 OTT 활성화를 위해 기업 간 연합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는 전략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토종 OTT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본격화한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합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즉 지원은 필요하지만, 정부 주도의 연합 논의에는 난색을 표하는 셈이다.
문제는 정부와 업체들 간 각자 생각이 다른 상황에서 그나마도 정부 측은 방통위, 과기정통부, 문체부 등 유관 기관들 사이에 관할권 눈치싸움으로 OTT의 법적 지위를 비롯한 지원 방안 협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12일 한국 진출을 공식화한 디즈니플러스에 이어 애플이 그 보다 앞선 오는 4일 자사의 오리지널 콘텐츠 구독 서비스인 애플TV플러스와 스트리밍 기기인 ‘애플TV 4K’로 한국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에디 큐 애플 서비스 담당 수석 부사장은 “애플은 한국 창작자 커뮤니티와 협력을 확대해 더 많은 한국 프로그램과 영화를 전 세계 관객들에게 선보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애플이 우리나라 창작자들과 첫 협업을 통해 공개한 작품은 김지운 감독, 이선균 주연의 ‘Dr.브레인’이다.
공교로운 점은 애플이 낙점한 IPTV협력사가 다름 아닌 SK브로드밴드라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애플과 협업해 애플TV 4K를 ‘Btv’ 고객에게 제공한다.
최진환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치열한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애플은 SK브로드밴드의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에 이어 미드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HBO맥스도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지난달 29일 링크드인에 대대적인 ‘HBO맥스 코리아’ 구인 공고를 통해 확실시되고 있다.
HBO맥스 코리아는 콘텐츠 마케팅 매니저, 고객 서비스 디렉터, 소셜미디어 디렉터 등 20개가 넘는 분야의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나섰다. 구체적인 한국 진출 시기는 미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가 진출하는 상황에서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즈음을 전망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글로벌 OTT들의 한국 시장 공략 움직임은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성공에 고무된 면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 2의 오징어 게임 대박을 꿈꾸는 이들 글로벌 OTT들이 모두 국내 진출을 하고 나면 각 협력 사례들은 봤을 때 국내외 CP와 ISP가 얽히고 설키며 해외 업체와 토종 업체를 구분하는 것 조차 의미 없는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비록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법적공방까지 가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향후 벌어질 OTT 춘추전국시대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들의 경쟁 속에 국내 창작자들은 자칫 콘텐츠 하청업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성공은 거뒀지만 수익은 남의 몫이 되는 제 2의 오징어 게임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관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운동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부와 정치권의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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