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 플랫폼 중 하나인 넷플릭스를  봐야 할까요?

연초 한국에 55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혀 국내 이용자들 흐믓하게 만든 넷플릭스. 그러나 넷플릭스 역시 한국 시장에서는 막대한 매출을 거둬들임에도 '축적한 부를 해외로 빼돌려 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 여타 외국계 기업의 절세 전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 시장의 투자금 역시 한류 열풍을 고려한 글로벌 투자인 만큼, 한류 콘텐츠로 글로벌 수익을 올릴 넷플릭스가 손해 볼 것은 없습니다. 

최근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먹튀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으며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41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세금은 겨우 21억8000만원 정도를 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매출(80%)은 넷플릭스 네덜란드법인으로 넘기는 꼼수를 썼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구글/유튜브와 하는 짓이 똑같죠)

누구나 알고 있듯이,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입니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어나면 통신 트래픽도 비례해서 증가하죠. 넷플릭스는 국내 서비스 개시 이후 3년간 데이터 트래픽이 무려 30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온라인 트래픽 중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4.81%가 된다고 밝혔습니다. 구글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네이버가 1.82%, 카카오가 1.42% 수준이니 사실 엄청난 트래픽 비중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트래픽이 증가했는데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ISP만의 손해가 아닙니다.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인 국민들 역시 인터넷 설비 증가에 따른 비용 증가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서비스의 뒷단을 보면, 미꾸라지 같은 넷플릭스 때문에 다른 인터넷 서비스/콘텐츠를 이용해야 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국내 인터넷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 원칙을 들며 '공짜' 통신망 통행료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엄청난 트래픽이 발생하고 있어 관리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망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통신망 제공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은 존중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거대 IT 기업(콘텐츠 제공사업자, CP)의 등장으로 변화를 겪어야 했습니다. 즉 통신사 등 ISP는 넷플릭스와 같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사업자에게 사용량과 속도 등에 따라 요금을 차별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2017년 단행한 정책적 결정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었는데, 별도로 다시 다루겠습니다)  

그런데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CP는 마치 망 중립성이 CP가 인터넷 망을 공짜로 이용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습니다. ISP는 망 사용료를 받고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없이 다루면 되는 것이 망 중립성의 근간입니다. 수익을 내기 위해 인터넷 설비에 투자한 기업이 공짜로 망을 내 줄 이유도 명분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해외에서 망 사용료를 내고 있을까? 이를 파악하는 것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판결의 핵심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전세계 어떤 ISP에게도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 않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4년 FCC 제출한 확인서에서 컴캐스트, AT&T, 버라이즌, TWC 등에 착신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진술한 내용을 찾아냈습니다. 넷플릭스의 모순이 드러난 셈이죠.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망 사용료를 한 푼도 낼 수 없다는 근거로 ISP에게 '접속료'를 지불하고 있으니 '전송료'는 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망 사용료를 접속료와 전송료로 구분한 것인데, 한국의 ISP에게 전송료 자체를 지불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게 인터넷접속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넷플릭스가 자체 네트워크인 OCA를 통해 연결 의무를 다했고,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최종 소비자에게 전송하는 것은 ISP의 역할이므로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해가 됩니까??)

이러한 주장은 법적으로 따져보면, 고민해 볼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의 반박 대로 넷플릭스는 인터넷이 연결돼야 서비스가 되는 상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시청자들이 인터넷망에 접속해서 콘텐츠를 전송 받고 있는데, 이것이 접속 서비스를 제공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ISP 전용회선과 설비 등 인터넷 인프라를 이용하려면 그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합니다.

 그리고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CP가 아무리 자체 캐시서버를 구축해 콘텐츠를 올려 놓았더라도, 최종 소비자가 여기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ISP 설비에 접속해야 합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회선용량에 따라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넷플릭스가 말하는 접속료와 전송료의 구분도 그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 넷플릭스의 자체 네트워크 OCA에 SK브로드밴드와 연결시 발생하는 접속료 조차 내지 않았다는 점 등을 볼 때 넷플릭스의 주장은 빈 틈이 많아 보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CP는 ISP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를 거부하고 있고요.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지만 세금도 해외 법인으로 스마트하게 빼돌리고 있는 기업입니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역차별에 항의하고 있지만, 외교문제로의 비화와 법적인 문제로 역차별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법적공방의 결론은 내달 25일 나올 예정이라고 하네요. 이에 대한 재판부 결정은 국내 ISP가 글로벌CP에게 요구하는 망 사용료 정당성의 선례될 것이므로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국내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망 사용료 분쟁의 결과는 단순히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CP와 국내 통신-인터넷 기업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중대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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