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요약] ‘수리남’을 본 뒤 계속 잔상처럼 떠오르는 장면 하나, 바로 전요환(황정민 배우)의 마약 소굴에 잠입한 강인구(하정우 배우)와 최창호(박해수 배우)가 극 초반 의심을 사 감금 됐을 때, 휴대폰을 꺼내 특정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방 이곳 저곳에 갖다 대며 도청 여부를 살피는 부분이다.
이달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은 ‘제2의 오징어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마약 카르텔을 소재로 한국 배우들이 등장한 최초의 드라마이자 실제 마약왕으로 일컬어지던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수리남’을 보다 보면 문득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진지해지지 말자’는 말이 백번 지당하지만, 기자의 직업병이라고 해 두자.
드라마를 본 뒤 계속 잔상처럼 떠오르는 장면 하나, 바로 전요환(황정민 배우)의 마약 소굴에 잠입한 강인구(하정우 배우)와 최창호(박해수 배우)가 극 초반 의심을 사 감금 됐을 때, 휴대폰을 꺼내 특정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방 이곳 저곳에 갖다 대며 도청 여부를 살피는 부분이다.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을 알아보니 2009년 무렵, 옛 기록들을 찾아보니 도청 감지 기술은 이미 그 이전부터 상당한 수준으로 개발돼 있었다. 다만 아무리 찾아봐도 ‘수리남’과 같이 당시 2G 휴대폰을 가지고 도청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는 기술은 눈에 띄지 않았다. 역시 드라마적 상상력이 가미된 것일까?
어쨌든 사실 여부는 차지하고, 이왕 말 꺼낸 김에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도청 감지 기술, 그리고 수년간 더 문제가 된 몰카(몰래카메라)를 탐지 기술에 대해 조금 더 알아봤다.
청와대에서 도청감지기 구입 사실이 논란이 된 적도
언론 지면에 ‘도청 방지’ ‘도청감지기’ 등이 본격적으로 오르내린 것은 대략 2000년대 무렵부터 였다. 물론 그 이전부터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국정원의 전신) 등이 수시로 도·감청을 해 왔다는 소문은 파다했고, 이 역시 최근 화제작인 영화 ‘헌트’에서 묘사된 바 있다.
2002년 당시 기사를 보면 “선거철을 앞두고 불법도청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며 도청방지시장이 대목을 맞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눈에 띈다. 당시에는 컴섹(Commsec)라는 업체가 전화·팩시밀리 신호를 128비트 암호로 전환해 외부도청을 방지하는 디지털 비화기를 개발해 출시 6개월만에 2000대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이 제품이 국내 주요 대기업 CEO와 임원실에 보급되고 정치권, 검찰 등에도 확산됐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혹 ‘수리남’에 등장하는 도청감지기 기술이 실제 할 지도 모른다는 단서를 찾았다. 그 무렵 컴섹 대표 인터뷰에서 ‘2003년까지 CDMA 휴대폰에 장착하는 휴대형 비화기를 선보이겠다’는 언급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2001년 한국통신보안이라는 회사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유무선 레이저 도청감지 신호 전송장치’를 개발했다는 기사도 찾을 수 있었다. 이 장치는 호주 한 보안업체에 수출까지 예정 됐지만, 당시 호주에 잠입한 ‘알 카에다’ 조직원의 손에 들어 갈 경우 감청을 할 수 없어 테러 수사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호주 정부가 수입을 금지했다고 한다.
한동안 잠잠했던 도청감지기가 다시 논란이 된 것은 지난 2015년 무렵이다. 청와대 외교안보실이 전문가형 도청감지기가 구입한 것을 두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조달청 자료를 근거로 추궁한 것이다. 도청 점검 및 방지 업무를 담당한 경호실이 아닌 외교안보실에서 도청 감지기를 구입한 것이 문제화 된 것이다. 이와 관련 당시 청와대 외교 수석실은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으며 논란이 된 바 있다.
도청도 문제지만, 몰카는 더 문제… 국내 토종 기술로 막는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1 범죄분석’ 통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기승을 부리는 것은 몰카 범죄다. 이는 2011년 총 1565건에서 2020년 총 5162건으로 폭증하는 상황이다. 펜, 화재감지기 등으로 교묘하게 위장돼 몰카 범죄에 사용될 수 있는 변형 카메라의 수입 통관 건수도 2020년 기준 9만9094건에 달한다고 한다.
도청은 물론 몰카에 대응하는 기술이 부각되며 최근 주목받는 기업이 바로 지슨(GITSN)이다. 무선 도청과 무선 해킹 보안 분야에 자체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지슨은 2000년에 설립됐다. 지슨이 본격적으로 기술력을 쌓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무렵 국가보안기술연구소의 무선도청 탐지시스템 개발과제를 수행하면서부터 였다. 이후 지슨은 상시형 무선도청 탐지 시스템 1세대인 ‘REMON-10’을 선보이는 등 승승장구했다.
지슨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광대역 불법 무선 신호 탐지 기술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이스라엘, 러시아 만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지슨은 상시형 몰카 탐지 시스템을 출시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는 전파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설치 후 회수하는 메모리칩 방식의 몰카를 탐지하는 시스템으로 알려졌다. 미세 열원을 감지해 모든 종류의 설치형 몰카를 실시간으로 색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슨의 이 시스템은 지난 7월 조달청 혁신시제품 관련 1차 혁신성 심사 결과 ‘적합’ 판정을 받고 이달 현장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슨의 기술력이 또 한 번 관심을 모은 것은 지난달 LG전자가 자사 업무용 디지털 사이니지에 지슨의 도청 감지 솔루션을 적용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슨의 도청 감지 솔루션이 들어가는 LG전자의 제품은 울트라HD(UHD) 사이니지, 비디오월, LG 발광다이오드(LED) 올인원 사이니지 등이다.
한편 지슨 외에도 지난해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공중화장실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몰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시범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EIT의 기술은 불법 카메라로 취득한 데이터가 무선으로 전송될 때 발생하는 데이터 신호를 실시간 감지하는 것이다. 어쨌든 결론은 ‘수리남’에서 묘사된 것처럼 2G폰으로 프로그램을 돌려 활용하는 도청 감지 기술은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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