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서 자라는 생체 전극 실험 성공

스웨덴 과학자들이 살아있는 동물의 뇌 안에 동물 분자 혼합물을 주입해 전극을 만들어냈다. 유기체 겔로 생체 전극을 키워내는 험에 성공한 것이다. 이로써 생물학과 기술의 경계는 점점더 모호해지게 됐다.

스웨덴의 린셰핑, 룬드, 그리고 예테보리 대학의 연구원들은 신체의 분자를 방아쇠로 삼아 살아있는 제브라피쉬의 뇌, 심장, 그리고 꼬리 지느러미와 약용 거머리의 신경 조직 주변에서 성공적으로 전극을 형성했다. 동물들은 주입된 젤에 의해 해를 입지 않았고, 그 외에는 전극 형성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사이언스지 2월24일자에 발표된 이 성과는 생물체 내에서 기존 물리적 칩과는 완전히 다른 통합된 전자 회로 형성을 위한 길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즉, 생명공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전에는 체내 생체 전자 공학을 위해서는 이식된 물리적 물체(반도체 등)를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점성이 있는 젤을 주입하는 것으로 충분하게 될 것이다.

생체 전극을 길러냈다

스웨덴 연구원들이 생체 분자 젤을 사용해 살아있는 생체 조직 안에서 전극을 키워낼 수 있었다. 여기에 보이는 것은 이 생체전극이 미세가공회로 상에서 테스트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전자회로상의 투명 유기 겔. (사진=린셰핑대학교)

일론머스크의 뉴럴 링크사가 연구하는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 칩에서 보듯이 전자 공학은 뉴런이 전기 신호를 사용해 작동하는 방식을 이용, 뇌와 신경과 상호 작용해 그들의 활동을 분석하거나 부상과 장애를 치료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신체 조직은 대부분 부드럽고 유연한 반면, 생체 전자 전극은 일반적으로 굳고 단단하다. 이러한 불일치는 신체를 손상시켜 환자를 해치고 기기를 손상시킬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스웨덴 연구원들은 최신 연구에서 생물학적 조직 내에서 직접 부드럽고 유연한 생체 전자 공학 제작법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진은 생체전극 성장 기술 성공으로 살아있는 조직을 전자 물질로 바꾸는 능력을 확보하게 되면서 장기적으로 살아있는 유기체에서 마이크로칩 제조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원들은 생물학과 기술 사이의 이러한 격차를 메우기 위해 살아있는 조직에서 부드럽고, 기판이 없는 전자 전도성 물질 제조법을 개발했다. 이들은 이 효소가 포함된 젤을 ‘조립된 분자’로 주입함으로써 제브라피쉬와 약용 거머리의 조직에서 전극을 기를 수 있었다. 이러한 젤 전극은 기존 전자 제품에서 볼 수 있는 견고한 지지대가 없어 잠재적으로 인체와 더 잘 호환될 수 있다.

린셰핑대 유기전자연구실 사무실의 마그누스 베르그렌 교수(왼쪽)과 다니엘 시몬 교수. (사진=린셰핑대)

신체의 내부 분자는 전극 형성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기존 실험에서 필요했던 빛이나 전기에너지 등 유전자 변형이나 외부 신호가 필요 없다. 스웨덴 연구원들은 세계 최초로 이의 실현에 성공했다.

스웨덴 과학자들이 개발한 분자들의 혼합물은 생물학적 조직에 주입될 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포도당과 락타아제와 같은 화합물과 화학적으로 반응해 전기 전도성 겔을 형성한 것이다.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 중 한 명인 룬드 대학의 연구원인 제노폰 스트라코사스는 “신체의 물질과 접촉하면 젤의 구조가 변하고 전기 전도성을 띠게 되는데, 이것이 주입되기 전에는 그렇지 않다. 조직에 따라 우리는 전기적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 젤의 구성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연구원들은 그 방법이 전자 전도 물질을 특정한 생물학적 하부 구조로 표적화할 수 있고, 따라서 신경 자극에 적합한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추가로 보여주었다. 물론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생물체에서 완전한 집적 회로(IC) 제조가 가능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룬드 대학에서 수행된 실험에서 제브라피쉬의 뇌, 심장, 그리고 꼬리 지느러미와 약용 거머리의 신경 조직 주변에서 성공적으로 조직 손상의 흔적이 없는 젤 전극을 형성했다. 게다가 그들은 전기 전도성 젤이 의료용 거머리의 신경과 작고 유연한 프로브의 전극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그들은 소, 돼지, 닭 근육에서 이러한 전극을 기를 수 있었다.

로저 올슨 룬드대학 의학부 교수는 “화학에 현명한 변화를 줌으로써, 우리는 뇌 조직과 면역 체계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전극을 개발할 수 있었다. 제브라피쉬는 뇌의 유기 전극 연구에 훌륭한 모델이다”라고 말했다.

이 실험에서 많은 도전들 중 하나는 동물들의 면역 체계를 고려하는 것이었다.

다년간의 개발

베르그렌 교수는 린셰핑대 연구팀이 이미 살아있는 식물에서 트랜지스터와 콘덴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진=린셰핑대)

2015년 린셰핑대 연구진이 ‘전자장미’를 개발한 성과를 보고 동물 생체 내 전극 기르기 연구에 앞장선 사람은 로저 올슨 교수였다.

한 가지 연구상의 문제는 식물과 동물 사이의 중요한 세포구조상의 차이점이었다. 식물은 전극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단단한 세포벽을 가지고 있는 반면 동물 세포는 부드러운 덩어리에 더 가깝다. 이러한 환경에서 전극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구조와 물질의 적절한 조합을 갖는 겔을 만드는 문제 해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셰핑대 박사 과정 학생이자 주요 저자 중 한 명인 한네 비에스만스는 “우리의 연구 결과는 생물학과 전자공학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사고 방식을 가능하게 해 준다. 우리는 아직 해결해야 할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이 연구는 미래 연구를 위한 좋은 출발점이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의 수석 저자이자 재료과학자인 마그누스 베르그렌 스웨덴 린셰핑 대학 교수는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생물학을 모방한 전자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제 우리는 생물학이 우리를 위해 전자공학을 만들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와 전극이 생물학적 시스템 안에서 형성되면, 연한 생체 조직에 딱딱하고 단단한 표준 전자제품을 도입하는 것에 비해 침습성(조직이나 세포에 침입하는 성질)이 상대적으로 훨씬 낮고 심지어는 ‘0’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까운 장래에 살아있는 조직에서 이러한 젤 전극을 제조하는 것은 전자공학과 생물학 사이의 전기적 신호 전달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베르그렌은 “장기적으로 새로운 신경 자극과 기록 프로토콜과 같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생체 전자 공학 수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차 스웨덴 연구원들은 이 새로운 기술이 살아있는 유기체에서 완전히 통합된 전자 회로를 만드는 것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성과에 대해 마그누스 베르그렌 교수는 “장기적으로 새로운 신경 자극 및 기록 프로토콜과 같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생체 전자 공학 수단이 가능하다”며 “나는 우리가 포유류 모델에서도 이와 비슷한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이 과학자들이 분자 구성 요소와 심지어 회로를 만들기 위해 분자 구성 요소를 신경계의 특정 부분으로 안내할 수 있는 화학 물질을 탐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에게 사용되기까지는 과제 산적

그러나 이 가능성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많은 단계가 있다. 베르그렌은 예를 들어 “우리는 전선을 절연하고 p-n 접합 또는 절연체-반도체 접합과 같은 디바이스 구조를 만드는 수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르그렌 교수는 “예를 들어 연구원들은 이러한 새로운 생물 전자 공학이 살아있는 동물들에게 장기적인 안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연구원들은 또한 이 소프트 전자 제품들을 다른 기기들과 연결하는 방법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럴링크사의 BCI 칩. (사진=뉴럴링크)

현재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사는 인간의 머릿속 생각만으로 각종 전자기기를 다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뇌이식용 칩을 개발중이다. 뉴럴링크가 개발중인 기술은 완전 이식형 무선, 고채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칩 기술이다. 이를 이용해 신체에 마비가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신경 활동을 직접 사용해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를 빠르고 쉽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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