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한 돼지를 공개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사람에도 두뇌 활동을 돕는 칩을 이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일론 머스크의 계획이다.
머스크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28일(현지시간) 정수리 부분에 가로 22.5㎜, 두께 8㎜의 정사각형 모양 칩을 이식하고 2달 동안 생활한 돼지를 온라인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이 돼지가 걷거나 음식을 먹을 때 등의 활동을 할 때 뇌에서 나타나는 전기 신호가 무선 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뉴럴링크의 컴퓨터에 기록되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방영됐다.
머스크는 2016년 1억달러(약 1200억원)을 출자해 UC버클리 박사 출신 서동진씨 등 과학자 8명과 뉴럴링크를 창업했다. 뉴럴링크는 알츠하이머, 척추손상 등을 치료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 두뇌 능력을 대폭 향상킨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더 작아진 뉴럴링크 칩 공개
이번 시연회에서 머스크는 작년보다 훨씬 작아진 2세대 뉴럴링크 기기를 선보였다. 지름 23mm, 두께 8mm 동전 모양의 새로운 칩은 돼지의 뇌파를 수집해 초당 10메가비트 속도로 그 내용을 무선 전송한다. 지난 해 공개했던 칩은 귀 뒤에 작은 모듈이 별도로 있었으나 이번엔 칩 속에 모두 합쳤다. 뉴럴링크 기기는 충전식 배터리로 작동하며 피부를 통해 무선으로 충전해 전력을 공급받는다.
칩은 수집한 뇌파 신호를 최대 10미터까지 무선 전송할 수 있다. 한 번 충전하면 하루 종일 쓸 수 있으며, 무선 충전이 가능하다. 머스크는 뉴럴링크가 개발한 뇌 이식 칩을 `두개골의 핏빗(Fitbit)'에 비유했다.
이날 함께 공개한 칩 이식 로봇은 캐나다 밴쿠버의 산업디자인업체 워크(Woke Studio)가 설계한 것으로, 1시간 안에 뇌 속에 미세 전극 1024개를 심는 걸 목표로 한다고 머스크는 밝혔다. 전극은 지름 5마이크론에 길이는 43mm다. 현재는 뇌 피질을 건드리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궁극적으론 신경세포가 밀집돼 있는 뇌 깊은 곳의 회색질에 칩을 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뉴럴링크 칩 의료 기술로 전환 가능할까?
뉴럴링크는 해당 기술을 뇌나 척수 손상 또는 선천적 결함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척수 손상으로 인해 움직임이나 감지 능력을 상실한 하반신 마비 환자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사람들이 자신의 팔다리로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칩이 감지할 수 있다면 척추 부상이 발생한 부위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신경 회로를 만들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누군가의 전체 몸 동작을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비전은 훨씬 더 급진적이다. 글을 쓰거나 말하지 않고도 서로의 생각을 전자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개념적 텔레파시’와 같은 아이디어도 있다. 뉴럴링크의 장기적인 목표는 인간보다 훨씬 더 똑똑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멸종시키는 미래를 차단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더 나아가 컴퓨터에 자신의 기억을 저장하고 재생하고 로봇에 자신의 의식을 심는 기술까지도 예상하고 있다. 뉴럴링크 칩으로 인공지능과의 공생을 열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또 머스크는 "미래에 당신은 기억을 저장하고 재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몸체나 로봇에 기억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기술이 직접적인 뇌-컴퓨터 통신 외에도 핏빗,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처럼 사람의 체온, 혈압, 움직임,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대해 경고 할 수 있는 건강 데이터를 측정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뇌에 구멍을 직접 뚫는 뉴럴링크의 침습형 BMI 기술이 위험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브레인코(BrainCo)의 최고경영자 맥스 뉴런은 "침습성 BMI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비침습형 BMI 기술이 오늘날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미래의 다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