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에게 디지털 기기는 필수품입니다. 그 안에는 업무를 위한 SW가 있죠. 일을 조금이라도 더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요.
문서나 PT 작성은 HWP나 파워포인트, 숫자를 다루신다면 엑셀을, 개발자라면 젯브레인, 기획자는 스케치(Sketch), 디자이너라면 포토샵, 그리고 이를 연동하는 제플린 등 이외에도 수많은 SW가 있습니다.
궁금합니다. 당신은 일을 해내기 위해 어떤 SW를 어떻게 쓰시나요?
저는 기자입니다.
글 쓰는 게 매일의 작업이다 보니, 언제나 글쓰기 가장 좋은 디지털 환경을 찾아 왔습니다.
장인이 망치 탓할까 싶지만, 장인에게도 좋은 망치를 찾아가는 시행착오는 있었을 테니까요.
제가 업무 툴로 선택하고 사용 중인 SW는 'Roam Research(이하 Roam)'입니다.
아이디어의 확장이 어려운 카테고리식 글쓰기
대부분의 문서 작성 SW는 카테고리에 따라 문서의 소속을 지정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구조는 벽이 되어 아이디어를 파편화시킵니다.
예를 들어, 이세돌과 AI에 관련된 글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글의 상위 폴더는 어떤 것일까요? 'AI'일까요? '이세돌'일까요? 아니면 그것도 아니라면 오늘 날짜인 '3월 11일'일까요?
물론 쉽게 적고자 어떤 기준을 설정하지만, 그 기준이 오히려 벽이 되어 생각의 확장을 방해합니다.
독립적으로 작은 파편으로 존재할 뿐, 연결된 큰 덩어리는 만들어내지 못하죠.
또 데이터의 양이 늘어날수록 연결은 어려워지고요.
저 역시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기사를 쓰고 저장해두어도 결국 뇌에서 기억해내지 못하면 없는 글이 되어버리니까요.
문서함에 1,000개의 글이 쌓여도 단지 저장됐을 뿐, 1,001번째는 새로 작성하는 꼴입니다.
그리고 이는 결국 아이디어의 고갈로 이어집니다.
네트워크화된 생각을 실제화한다
이런 그런 고민을 하다가 Roam을 알게 되었습니다.
글쓰기의 일이란 뇌 안의 글을 실제로 불러내는 작업입니다.
Roam은 여기에 '네트워크화된 생각'이라는 개념을 차용합니다.
이미 뇌 속에 생각과 생각은 모두 연결돼 있으니, 이를 그대로 잘 옮길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미 우리의 생각은 자신도 모르게 네트워크화가 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뇌 안의 생각을 잘 꺼낼 수 있느냐가 일이 잘되느냐의 관건입니다.
그래서 Roam은 우리 뇌가 여러 아이디어에서 관련성 있는 주제들을 양방향으로 연결해내듯, 글과 글이 연결되도록 설계했습니다.
무엇보다 폴더 방식의 분류나 위계가 없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가 가능합니다.
이세돌에서도 AI과 기계학습을 불러오고, 반대로도 가능해지는 것이죠. 뇌에서가 아니라 Roam 안에서도요.
그래프 오버뷰(Graph overview) 기능을 통해 이를 시각화해서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기대했던 연결과 확장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벽도 존재합니다.
우리의 뇌가 아이디어를 위해 학습했듯, Roam 역시 연결 가능한 글(아이디어)이 필요합니다.
초기 메뉴도 데일리 노트(Daily notes), 그래프 뷰(Graph overview), 모든 페이지(All pages) 뿐이라 무엇이든 적어야 합니다. 뇌가 학습하듯이요.
하지만 일정량의 데이터가 축적된 후에는 Roam은 네트워크 기능을 발휘해 뇌에서 옮기듯 글을 써 내릴 수 있습니다.
이제 잘 학습된 뇌가 일을 하는 것처럼요.
단점이라면 아직 웹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것. 네이티브 앱이 나온다면 더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