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와 날아오른 미래, 큐브위성

지난달 6월 21일, 대한민국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우주를 향해 날아오르는 데에 성공했다. 작년 10월에 진행했던 첫 번째 발사 때는 3단 엔진이 계획보다 46초 일찍 연소를 마쳐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는데에는 실패했었다. 1차 발사로 인해 의기소침했던 시간을 잘 살피고, 37만개에 달하는 누리호 부품들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제작해냈다.

그리고 드디어 2차 발사에는 성공하여 1.5톤의 위성모사체와 성능검증위성을 당초 목표로 하는 700m 궤도에 목표하는 속도인 7.5m/s로 정확하게 올려놓았다. 1차 발사의 실패 탓이었는지, 쏘아올린 뒤 모든 비행과정이 예측된 대로 진행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관제센터에서 환호성이 들렸다는 후문이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우리는 왜 이토록 환호하는가? 우리가 우주에 무언인가를 보내려면 전달해 줄 수 있는 수성체와 인공위성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첫 번째 인공위성은 30년 전 쏘아올린 우리별 1호로, 당시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 센터에서 발사되었다. 당시 미국의 3t짜리 해양관측위성인 토펙스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공간 옆에, 프랑스의 S80/T 인공위성과 함께 보조위성으로서 발사되었다. 이후에도 우리의 인공위성들은 남의 땅, 남의 발사체에서 쏘아 올려졌다.

그러나 이번 누리호의 성공은, 우리나라 땅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발사체에서 우리의 인공위성을 원할 때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주주권을 갖게 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한국은 이번 발사 성공으로 세계에서 7번째 무게 1톤 이상 실용급 인공위성 자력발사 국가가 되었다. 후속인 3호기는 이미 올해 3월부터 조립에 들어가 2023년에 발사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발사를 계기로 민간 우주산업을 더욱 키워보자는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뉴스페이스' 즉,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개발, 우주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보려는 것이다. 아직은 시장경쟁력에서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과 붙기는 어렵겠지만 경량, 소형발사체 등 틈새시장에서는 해볼만 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위성을 발사할 시장을 만들어 수요를 창출해줄 필요가 있다.

나로호 때는 산업체의 참여 자체가 어려웠다. 우주로켓은 미사일로 전용이 가능하기에 국가 간 기술이전이 불가능한 분야로, 러시아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만 중심으로 일부 기술 전수만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리호의 경우, 우주 산업 육성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했고 기업의 주도적 참여가 두드러진 프로젝트이다. 300여개의 기업들이 참여해 독자개발에 필요한 부품을 개발하고 제작했다. 12년 동안 2조원에 가까운 비용이 투입되었던 누리호는 '순수 국산 발사체'이다.

주력 참여 30개 기업에는 약 500명이 투입되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함께 개발을 수행했다.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개발을 담당하면서 누리호 고도화 사업에도 중심축을 담당할 전망이고, 현대중공업은 고흥 나로우주센터의 제2발사대의 설계-제작-조립까지 건립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국산화 했다. 누리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각종 산업의 인프라가 마련된 것이다.

누리호는 산업의 인프라 뿐만 아니라 큐브 위성을 통해 포스트 누리호 연구자들의 꿈을 키우는 산파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누리호에는 1개의 위성만 실려있는 것이 아니라, 총 5개의 위성이 탑재되어 있다. 1.3톤의 위성모사체와 180kg 성능검증위성, 그리고 이 성능검증위성이 품고 있는 4개의 큐브 위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 큐브위성들은 수박만한 크기로 간단한 디자인으로 제작된 것으로, 제작비용은 기존 위성보다 훨씬 저렴한 약 3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은 오픈소스로, 관심 있는 누구나 설계도를 구해 제작할 수 있으며 여러 가지 프로젝트와 특정 임무를 갖고 우주를 대상으로 하는 동시다발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누리호 탑승의 기회를 얻게 된 네 개의 큐브위성은 귀엽고 남다르다. 700km 상공에서 가로세로 200m미터인 지상물체를 한 점으로 인식하는 카메라가 실려있는 '미먼(연세대)'은 미세먼지를 측정할 계획이고, GPS 이용해 대기 대류와 전류현상을 관측하는 '스누그라이트(서울대)'는 날씨와 대기관측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또한 물체마다 자신의 온도에 맞는 다양한 파장의 빛을 내는 원리를 이용해 지구가 반사해내는 여러 파장대의 빛을 수집하는 초분광 카메라를 통해 '랑데브(카이스트)'는 농작물의 작황을 분석하고 바다의 플랑크톤 등을 분석해낼 예정이다. 앞선 세 개의 위성들보다 2배 큰 위성인 '스텝(조선대)'는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관측해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열변화를 관측한다. 폭발위험이 제기된 백두산 천지를 관측하고 열센서로는 산불감시, 원전감시를 할 예정이다.

이 4개의 위성들은 모두 2019년에 열렸던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최종적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들은 누리호가 발사된 후 1주일이 지나고 난 뒤부터 2일에 하나씩 우주로 사출되기 시작된다. 교신을 하면 성공여부를 판단 가능한데, 현재 스텝, 스누그라이트, 랑데브는 사출과 교신 모두 성공하였고, 미먼의 경우 사출은 성공하였으나 첫 교신에는 실패한 상황으로 다시 교신에 들어갔다.

자신이 개발한 인공위성이 원하는 궤도에 안착시켜 목표했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누리호의 첫 발사 실패를 경험하면서, 우주산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성공과 실패만을 생각하는 얕은 사고에서 개발 그 과정들에 주목하는 것으로 조금은 성숙해졌다. 대학생들과 대학원생들의 창의적이고 실현가능성이 큰 큐브위성은 발사 참여 기회를 통해 더 큰 우주산업 개발의 인재로 나아가는데 있어 성취감과 함께 꿈을 향해 한 발 내딛을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결국 우주산업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이들이 만들어나갈 미래 한국의 우주산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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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오베이션 대표

insu@weinteract.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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