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우주로 날아올랐다" 한국, 세계 7번째 우주강국 우뚝

대한민국 우주개발 30년 도전사… A부터 Z까지

우리나라 독자기술로 만든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 우주센터 발사대에서 거대한 연기를 일으키며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이날 이륙 14분 47초 만에 성능검증위성을 궤도에 올리며 성공을 과시했다. (사진=과기정통부)

우리나라가 온전히 독자 기술로 설계·개발한 우주 발사체를 드디어 우주로 쏘아 올리는데 성공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누리호에 실린 성능검증위성과 위성 모사체는 발사 15분 46초 만에 지상 700km 궤도에 안착했다. 누리호 위성 모사체와 성능검증 위성은 남극 세종기지 안테나를 통하여 성능검증위성의 초기 지상국 교신에 성공하면서 위성 위치가 확인됐다. 현재 지상 약 700㎞ 고도에서 초속 약 7.5km의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러시아, 미국, 중국, 인도, 유럽, 일본의 뒤를 이어, 1톤 이상의 실용 인공위성을 우주 발사체에 실어 자체 기술로 쏘아올린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1993년 10월 오존층 관측용 1단 로켓 발사 성공을 시작으로 자력 우주 발사체 개발에 힘 쏟은 지 꼭 30년 만에 독자 우주 발사체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지난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가 있지만 러시아의 힘을 빌어(러시아 1단 로켓 사용) 발사에 성공했기에 100% 국산 발사체 성공이라 할 수 없다. 반면, 누리호는 완전한 100% 국내에서 설계되고 개발됐다.

또한 나로호 발사체 탑재능력(100kg)의 15배인 1.5톤의 탑재체(위성)를 인공위성 궤도에 안착시킨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제 진정한 우주강국이 되려면 점점 더 강력한 로켓을 개발해야 하는 일이 남았다. 미국, 중국, 러시아처럼 더 큰 탑재능력을 가진 더 강력한 로켓이어야만 인공위성은 물론 유인 우주선까지 만들어 달과 그너머 화성 같은 심우주까지 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리호 2차발사 성공

누리호 제원. (사진=항우연)

화창한 날씨 속에서 누리호 발사체 2차 발사 비행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누리호는 총길이 47m, 중량 200톤, 최대직경 3.5m, 탑재중량 1500kg인 발사체다.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정확히 2022년 6월 21일 오후 4시 정각에 누리호가 발사됐고 123초만에 1단 로켓이 분리(고도 62km)됐다. 분리되면서 밝은 빛을 낸 1단로켓이 발사체 폭발처럼 보여 잠시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그러나 이는 정상이었다. 다시 227초만에 발사체 맨위 3단 로켓 내부 위성을 감싸고 있는 페어링(위성 보호덮개)이 분리(고도 202km)됐다. 이어 269초 만에 2단 로켓이 분리(273km)됐다. 발사된 지 15분 46초 만에 검증위성과 위성 모사체가 모두 분리돼 지상 700km 궤도에 안착했다.

46초의 악몽을 극복했다

총 3단으로 로켓으로 구성된 누리호. 왼쪽부터 3단 로켓, 2단 로켓, 1단 로켓을 보여준다. 발사체 맨 윗부분인 3단부 로켓에 있는 페어링의 안쪽에 총 중량 1.5톤짜리 위성들이 들어간다. 8개월전 1차 발사 때와 달리 이번에는 1.3톤짜리 위성모사체에 더해 성능검증위성이 함께 쏘아 올려졌다. 이 위성은 실제로 작동하는 꼬마 과학위성인 큐브위성 4개를 품고 있으며 오는 29일부터 차례로 2일마다 궤도에 큐브위성을 사출한다. (사진=항우연)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21일 누리호 1차발사 때의 악몽을 털어내고 멋지게 자체 우주발사체 발사를 성공시켰다.

8개월 전 1차 발사 당시엔 최종적으로 마지막 7톤급 3단 엔진이 고장을 일으켰다. 지상 700km 고도에 오르기 위해 521초동안 계속 연소돼야 했지만 궤도 도달 46초 전에 꺼져 버렸다. 헬륨 탱크 이탈로 연료인 산화제 탱크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연료가 새 버린 것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해 10월 21일 실패한 누리호 1차 발사 과정에서 수신한 2600개 데이터를 분석해 실패 요인을 없앴다.

이번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향후 대형·소형 발사체 개발에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75톤급 엔진의 성능 입증에 성공하면서 마침내 우주탐사 위성 개발능력은 물론 발사체 기술까지 갖춘 우주클럽 반열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우주 탐사의 길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발사체로 우주에 띄운 한국산 인공위성 4기

21일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에 실린 성능검증위성. 국내 발사체로 쏘아 올리는 첫 위성이 된다. 여기서 4대의 꼬마 과학위성인 큐브위성이 6월29일부터 차례로 사출돼 향후 2년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사진=과기정통부)
성능 검증위성과 큐브위성 제원. (자료=과기정통부)

이번 2차 발사에선 관심을 끄는 것은 1.3톤의 위성모사체와 함께 안정적으로 궤도에 오른 약 180kg의 성능검증위성(큐브위성 4기 포함)이다.

3단 로켓에서 분리돼 약 700km 궤도에 오른 성능검증위성은 우주환경에서 탑재체가 설계에 따라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 위성에는 국내에서 개발된 ▲발열전지 ▲제어모멘트 자이로 ▲에스밴드(S-Band) 안테나가 사용됐다. 이 위성으로부터 오는 29일부터 2일마다 차례로 4기의 소형 큐브위성(과학용 위성이며, 크기는 10⨯10⨯10cm)이 궤도로 쏘아보내진다.

성능검증위성에 탑재된 이 4개의 큐브 위성들은 국내 4개 대학(조선대, 연세대,서울대,KAIST)에서 개발됐다. 이들은 향후 2년간 ▲백두산 천지 등 한반도 관측(6월 29일 사출, 조선대 제작)▲지구대기관측 GPS RO(Radio Occultation) 데이터 수집(7월 1일, 서울대) ▲서해상공 미세먼지 모니터링(7월 3일, 연세대) ▲전자광학·중적외선·장적외선 다중밴드 초분광 지구 관측(7월5일, 카이스트)의 임무를 수행한다.

30년만의 결실...우주강국의 꿈 펼친다

항우연이 개발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 KSR-1. 오존층 관측과 로켓 성능 시험에 사용됐다. 전장 6.7m, 직경 0.42m, 중량 1200kg, 추력 8.8톤인 1단 고체로켓이다. 2번 발사해 모두 성공했다. (사진=위키피디아)

누리호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 우주도전사 30년 만의 결실이기도 하다.
국내 최초의 발사체로 꼽히는 것은 1993년 개발된 항우연 유장수 박사 팀의 1단 고체연료 추진 과학로켓 KSR 1호다. 여기서 시작해 2003년 첫 액체추진 과학로켓 KSR-3호 발사에 성공했다.

이어 2013년 러시아와 공동으로 100kg급 소형 위성 발사체인 나로호(KSLV-I)가 3차례 시도 만에 발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이었다. 가장 중요한 1단 로켓이 러시아제였기에 온전한 성공이라 할 수 없었다.

나로호 성공 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자체 발사체 개발에 들어갔다. 2018년 75톤급 액체 엔진 성능 시험용 1단 로켓인 누리호 시험발사체(TLV) 발사에 성공했다. 이번에 2차 발사에서 성공한 누리호 1단에는 이 75톤급 액체 엔진 4기가, 2단에는 1기가 들어갔다. 3단에는 7톤급 액체엔진 1기가 들어갔다.

항우연은 이번 성공에 이어 오는 2027년까지 누리호 발사체를 향후 4차례 더 발사한다. 기간 중 총 6874억원이 들어가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의 일환이다.

이번에 성공했음에도 계속 쏘아 올리는 이유는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기술 신뢰성을 객관적으로 확고히 증명해 내기 위해서다. 항우연은 이 사업을 통해 우주 발사체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체를 육성·지원하게 된다. 최종목표는 미국의 스페이스X와 같은 우주산업체들을 만드는 것이다.

누리호 3차 발사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있다.

우주발사체 비용들일 만한 가치가 있나?

국제우주강국 협력의 산물인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진=위키피디아)

우주발사체 누리호 개발은 시점인 지난 2010년 3월부터 시작해 이날까지 총 1조 9572억원이 들었다. 이런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서 우주개발을 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누리호 발사체 발사 성공으로 우리는 첩보위성, 기상위성, 위치측량 위성, 과학위성, 통신위성, 원격탐사 위성 등을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쏘아올릴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첫단추를 꿰게 됐다. 위성을 한번 발사할 때마다 들어가는 수천억원의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게 됐다. 독자적 우주 수송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다른 우주기술 후진국의 위성을 쏘아주는 위성발사 서비스 사업도 할 수 있게 된다. 우주발사 서비스 시장규모는 올해 약 18조원 규모이며 2029년까지 4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군사적으로 말하자면 북한이 펑펑 쏘아대는 ICBM 개발력도 갖추게 됐다. 세계최초의 구 소련 ICBM은 스푸트키크를 쏘아올린 R-7 발사체에서 시작됐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제 우주클럽 국가가 참여하는 우주 개발 및 우주조약 논의 등 우주외교에 명함을 내밀 자격도 갖추게 됐다. 우주강국인 미국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누리호를 개량해 오는 2030년 무인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2차발사 성공으로 달 착륙 목표 달성도 훨씬 수월하게 됐다.

누리호 개발의 주역은 항우연(KARI)뿐만이 아니다. 300여 국내기업의 엔지니어 500명도 함께 했다. 누리호 부품 조립은 항국항공우주산업(KAI)가, 로켓액체엔진 개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대는 현대중공업이 주축이 돼 참여했다. 총사업비의 80%가 국내기업에 투입됐다. 누리호 발사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우주산업 분야에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의미도 갖는다.

누리호는 또한 우리나라의 국격을 크게 높이며 국민들에게 국가적 자부심을 갖게 해 주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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