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럴링크 뇌컴퓨터통신 토대가 된 사이보그 동물들

놀랜드 아르보(오른쪽)는 뉴럴링크의 첫 번째 인간 실험 참가자이다. 뉴럴링크 엔지니어 블리스 채프먼이 칩을 이식한 후 함께 있는 모습. (사진=트위터(X))

최근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지난 1월 다이빙 사고로 어깨 아래가 마비된 후 뇌에 칩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29세 청년이 생각만으로 컴퓨터로 체스를 둘 수 있게 됐다고 트위터(X)를 통해 알렸다. 이 장치는 약 1센트짜리 동전 크기로 두개골에 삽입되는데, 미세한 선이 있어 뉴런의 활동을 읽고 무선 신호를 수신 장치로 다시 보낼 수 있다.

뉴럴링크의 이 혁신적 성과는 찬탄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동시에 그 배경에는 지난 수년 간 실험 과정에서 동물을 학대해 1500마리나 되는 양, 돼지, 원숭이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비난이 함께 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뉴럴링크의 성과는 지난 수십년 간 과학자들이 해 온 다양한 실험들을 감안하면 전혀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단지 더 진전됐을 뿐이다.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 과학의 제단에서 동물들을 희생시킨 것도 이 회사가 처음은 아니다.

생명체를 사이보그로 만드는 과학·기술적 시도는 이미 냉전시대인 1960년대부터 시도되고 있었다. 비록 당시엔 인간이 아닌 동물이었지만 그러한 시도들이 축적되면서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해 인간을 더 자유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됐다.

데일리메일은 뉴럴링크의 혁신적 성과를 계기로 이의 토대가 됐다고 할 만한 과거 미중앙정보국(CIA), 미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이 주도했던 각종 동물들 대상 전자장치 이식 실험 사례들을 되짚었다. 첨단 칩 이식 실험용 동물로는 고양이, 그리고 심지어 딱정벌레들이 사용됐다. 많은 경우 이런 실험은 감시와 첩보용 사이보그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이 매체는 CIA, 등이 전쟁 수행을 위한 동물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뉴럴링크의 1500마리보다도 훨씬더 많은 동물을 사망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냉전시대의 소련(러시아)도 다르지는 않았을 터다.

최악의 사례에서는 어떤 고양이는 산 채 자신을 비밀 청취 장치로 바꾸기 위한 수술을 반복적으로 수술을 받았고, 어떤 상어는 살아있는 동안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뇌 전극 이식을 위한 개두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미 1960년대에 고양이 도청용 전자장치 이식

1962년부터 1967년까지 진행된 CIA의 도청 고양이(Acoustic Kitty) 프로젝트에 사용된 고양이의 모습. 이 그림은 미정부 기관이 고양이를 도청용 사이보그로 만들고자 했음을 보여준다. 귀(맨위)에는 마이크로폰을, 앞가슴 쪽을 째서 트랜스미터와 파워서플라이를 심었고, 꼬리에는 안테나가 들어갔다. (사진=CIA)

뉴럴링크가 어깨 아래가 마비된 29세 청년에게 칩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해 컴퓨터 체스를 할 수 있게 한 것은 엄청난 혁신적 성과다. 하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새로운 과학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무려 50년 이상이나 장애인들이 기기를 작동시키는 것을 돕고, 인지 기능을 회복시키며, 심지어 신체 움직임을 통제하는 등 모든 종류의 이유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기 위해 일해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IA의 한 프로젝트는 고양이들을 살아있는 청취 장치로 만들어 냉전에 참여시키려 했다.

전 CIA 국장 특별 보좌관이었던 고(故) 빅터 마르체티는 “이 프로젝트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정확히는 1,300만 달러, 현재 가치로는 약 1억3000만 달러·약 1800억원다.) 그는 “그들은 고양이의 피부를 가늘게 째고 건전지를 집어넣고 배선을 했다. 고양이 꼬리는 안테나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공상과학소설(SF) 내용처럼 들리겠지만, 이 이야기는 존 라넬라가 1987년에 출판한 책 ‘기관: CIA의 흥망성쇠’에 등장한 사실이다.

수백만 달러와 수년간의 작업 끝에 고양이는 대화를 들을 준비가 됐다.

마르체티는 “CIA는 엄청나게 극악무도한 비극을 만들었다. 그들은 고양이를 시험했고 또 시험했다. 그들은 고양이가 배고프면 일을 그만 두는 것을 발견했고, 그래서 그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전선을 넣었다. 마침내 그들은 준비가 됐다. 그들은 이 고양이를 공원으로 데려가 공원 벤치를 가리키며 ‘저 두 사람의 말을 들어라! 새도, 고양이도, 개의 말도 듣지마라. 저 두 사람 말만 들어라’고 명령을 내렸다. 정보원들은 고양이를 밴에서 내렸고, 택시가 와서 그를 덮쳤다. 그들은 모든 다이얼이 있는 도청용 밴에 앉아 있었고, 고양이는 죽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프로젝트는 종료됐다”고 회고했다.

1967년 이 프로젝트 종료 메모에 따르면 CIA는 고양이에게 청취 장치를 설치하고 심지어 짧은 거리를 걷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CAI 관계자들은 “실제 외국 상황에서 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환경과 안보적 요인으로 인해 (정보) 목적 달성에는 실용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 프로젝트는 정확히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아니었지만, 결국 (실험과정에서 이식 동물을)죽게 만드는 전자 장비를 침습적으로 이식하는 것이었다.

1990년대 고양이 시각핵에 전극 심다

사진에 보이는 패널들은 실험으로부터 나온 세 세트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각 세트의 윗줄에 있는 네 개의 프레임은 고양이가 본 것이고, 각 세트의 아래 줄에 있는 네 개의 프레임은 과학자들이 고양이의 뇌에서 해독한 이미지다. (사진=JNeurosci)

1990년대 후반의 한 연구팀은 이 청취하는 고양이와 몇 가지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한 실험에서 고양이 뇌를 읽고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UC버클리)의 한 연구팀은 고양이가 실제로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그 고양이의 뇌에 전극을 연결하는 일에 착수했다.

그들은 시각계의 핵심 부분인 동물의 외측 슬상(膝狀·무릎모양) 핵(lateral geniculate nucleus)에 전극을 심었다. 이는 뇌의 좌우 반구에 각각 한 개씩 있는 시상의 바깥쪽 신경핵으로서 시각 처리의 중계소로 알려져 있다.

이식된 뇌전극은 고양이가 영화의 클립를 보는 동안 고양이의 시각 뉴런 177개의 활동을 기록했다. 뉴런 전기 스파이크는 영화의 각 프레임과 쌍을 이루는 초당 32개의 묶음으로 수집됐다.

연구팀은 이 신호들을 이용해 이 뉴런들의 활동을 해독했고, 고양이가 본 것을 컴퓨터 화면에 재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연구진의 결과는 거칠고 해상도가 낮았으며 원본 이미지에 비해 특별히 충실도가 높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어두운 것과 밝은 것의 혼합은 옳았고, 그들은 이 결과를 뉴로사이언스 저널에 발표했다.

상어의 뇌에 전극을 이식하다

다르파(DARPA)의 상어뇌 칩 이식 프로젝트는 상어의 생물학적 수중 센서 시스템을 군사용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위 사진들은 얕은 물탱크에서 뇌수술을 받는 상어의 모습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아래 사진들은 과학자들은 상어가 무슨 냄새를 맡고 있는지 기록하기 위해 그것의 뇌와 코에 전극을 심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DARPA)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2000년대 초반 미 국방부 산하 미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다르파)의 과학자들은 감시를 위해 상어에 전자장치를 심으려 했다.

다르파의 관련 프로젝트 보고서 첫머리에는 “넓은 바다에서 헤엄치는 상어는 생물학적 수중 센서 시스템의 인상적인 사례를 보여준다···그들의 화학적, 전기적, 음향적 감각은 복잡하고 역동적이며 위험한 환경에서의 생존에 정교하게 맞춰져 있다”고 적혀 있다.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어의 행동을 통제하고 상어가 본 것뿐만 아니라 물에서 나는 냄새까지도 상어처럼 감지하려는 것이었다.

상어는 인간의 인식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데 다르파 프로젝트는 이러한 것들까지 읽어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해군해저전센터(Naval Undersea Warfare Center·NUWC)의 과학자들은 지난 2006년 해양과학회의에서 자신들의 계획에 대해 “NUWC는 신경 임플랜트를 통해 숙주 동물의 행동 통제를 목표로 하는 물고기 꼬리표(fish tag)를 개발하고 있다···이 강연에서는 상어 꼬리표에 대해 논의한다. 이는 동물 행동 통제의 실행 가능성과 연계된 감지 및 데이터 획득에 대한 유용성을 조사하는 장기적인 해양 현장 노력을 위한 것이다···이 태그는 다채널 신경 앙상블 판독기, 실시간으로 판독값을 해석하는 프로세서, 그리고 미세 자극과 거시 자극 모두를 위한 다채널 자극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경 앙상블 판독기는 상어의 뇌가 환경에서 감지하는 것을 읽을 수 있는 일련의 센서이며, 자극기는 상어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간단히 말해서 이 프로젝트는 다른 많은 프로젝트들처럼 작동했을 것이다. 상어들을 냄새, 소리, 그리고 전기장에 노출시키면서 뇌의 활동을 기록하는 것은 과학자들에게 특정한 입력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줄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 그들이 미래에 상어를 물 속으로 풀어주었을 때, 그들은 상어가 한 세트의 뇌 신호로 적 잠수함을 탐지했다는 것을 알게 되며 한편으로 다른 세트의 신호는 상어가 다른 관심 대상을 탐지했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 게 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여전히 개발 중인지는 확실치 않다.

곤충 사이보그 연구

딱정벌레 사이보그. (사진=뉴로 사이언스)

다르파 과학자들은 상어 실험 직후 곤충 사이보그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같은 아이디어지만 더 작은 생물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곤충의 매력은 유충(애벌레)일 때 전자장비를 심을 수 있기 때문에 자라면서 장비가 몸과 통합되기에 굳이 성충에 힘들게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하이멤스(HI-MEMS·Hybrid Spot Micro-Electro-Mechanical System)로 불렸으며, 전기 자극이 곤충의 움직임을 직접 제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곤충 사이보그가 감시(도청)용 소형 마이크를 운반하거나 화학 센서를 장착해 폭탄 냄새를 맡도록 한다는 아이디어였다.

비디오 카메라는 사람들을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지 않고 적의 수를 셀 수 있다.

상어가 개발되고 있던 곳과 같은 곳인 미시간 대학교의 한 팀은 지난 2008년에 몇 가지 초기 결과를 발표했다.

한 학회에서 그들은 배터리, 수신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네 개의 전극을 심은 사이보그 유니콘 딱정벌레를 선보였다.

전극 하나는 뇌의 제어 영역에, 각각의 날개를 움직이는 근육에 하나씩 배치하고, 하나는 카운터용 전극으로서 등에 배치됐다.

그들은 원격 조작자가 사이보그 딱정벌레를 이착륙시키고, 어느 방향으로든 회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풍뎅이 사이보그는 어느 한쪽의 날개 근육을 통해 전기를 보내면 회전하기 시작했고, 일시 정지하면 고도가 감소했다.

이 연구팀은 2009년 이 연구 결과를 통합신경과학 분야의‘ 프론티어스 인 인터그레이티브 뉴로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했다.

이제 영장류에 이은 인간실험으로 BCI의 새로운 이정표

뉴럴링크 시설에 있는 돼지 한 마리가 핸들러와 함께 있는 모습. 이 사진은 뉴럴링크 실험실에서 동물들이 가혹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동물복지센터의 주장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사진=뉴럴링크)
뉴럴링크 칩을 머리에 심은 원숭이. 퐁 게임을 잘할 경우 과일 스무디를 보상으로 받으면서 머릿속(생각)으로 ‘(마인드)퐁’ 게임을 한다. (사진=뉴럴링크)

2020년대로 들어오면서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를 처음 개발했다.

처음에는 돼지와 양이 회사 임플란트의 시험 대상으로, 원숭이가 그 뒤를 이어 실험 대상이 됐다. 2022년에는 실험에 사용된 원숭이들이 서툰 이식 수술을 받은 후 고통을 겪으면서 살아 있다는 동물 학대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원숭이들이 뇌출혈을 일으켜 며칠간 살아있다가 눈에 띄게 괴로워하고, 발작을 일으키다가 구토를 하면서 결국 사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리고 이제 많은 BCI 기술 회사들이 더나은 장치를 이식해 인간에 도움을 주려 애쓰고 있다.

여기에는 장애인들이 기기를 작동시키는 것을 돕고, 인지 기능을 회복시키며, 심지어 신체 움직임을 통제하는 등 모든 종류의 BCI 단순화 노력이 포함된다.

현자들의 예언같은 전망을 빌자면 장애인들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점차 사이보그화한다고 한다. BCI가 어떤 진전을 이룰지에 대해 계속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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