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하늘을 나는 차’, 즉 ‘플라잉카’ 기반의 도심항공교통(UAM) 열풍에 빠져있다. 10년 전부터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한 이 산업 경쟁의 꽃은 전기 수직이착륙(eVTOL) 항공기다. 전세계 약 250여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오는 2025년 전후로 상용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새로운 교통수단은 과연 그때부터 2020년대 말까지 단계적으로 상용화될 것인가, 아니면 2000년 인터넷 버블처럼 거품이 꺼지면서 사라질까.
IEEE스펙트럼은 최근 미국의 전문기관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 산업에 여러 장애물이 있겠지만 결국은 미래 도시 교통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또 이것이 실현되기 위한 최소한 4가지 선결 과제를 함께 짚었다. 정부 규제기관의 장벽과 경제성 장벽 해소, 자율성 확보, 도시공역 내 효율적 인프라 운영 및 통합 등이다. 우리나라의 현대차, SKT, 카카오모빌리티, 한화, 롯데 등도 이 산업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터다. 미래 산업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열쇠가 무엇인지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상)미래전쟁과 규제·경제성 장벽 해소
거대한 미래산업 전쟁···2024년 상용 운항 비전과 실현 가능성
기업가인 조 벤 비버트가 12년 전 출범 시킨 조비 에이비에이션은 그가 캘리포니아 산타 크루즈 산에 있는 자신의 스프라우트워스(Sproutwerx) 목장에서 진행했던 수많은 기술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현재 조비는 1,0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도요타 자동차의 4억 달러(약 4800억 원)와 우버 및 제트블루의 대규모 투자금을 포함, 거의 20억 달러(약 2조4000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받고 있다. 조비는 지금까지 eVTOL기에 투자된 돈의 30%를 긁어모으고 있다. 조비는 이러한 배터리로 움직이는 상업용 비행기를 만드는 신흥 스타트업의 거물로 꼽힌다. 지난 7일에는 우리나라 최대 이동통신업체 SKT가 이 회사와 제휴해 도시 항공 교통(UAM)에 참여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전세계에는 모두 합쳐 최소한 250개 회사들이 UAM으로 불리는 새로운 범주의 항공으로 도시와 주변 교통수단을 혁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비가 투자의 정점을 찍으면서 이 범주에 있는 상위 7개 회사만 해도 50억 달러(약 6조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이는 아직 재무 상태가 공개되지 않은 민간 기업을 제외한 수치다.
이 기업들 중 일부가 오는 2024년에 상업 운영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근본적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없다.
과연 우리는 놀라운 도시교통 혁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걸까, 아니면 항공 분석가 리처드 아불라피아의 말처럼 ‘모든 항공우주(산업) 거품의 어머니’를 목격하고 있는 것인가?
전세계 수백개 기업이 전기로 가는 자율방식 eVTOL 방식 플라잉카 개발과 상업화에 뛰어든 가운데 미래산업의 주도권을 쥐려는 전쟁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비전은 현기증 날 정도로 대담하다.
이들의 계획대로라면 출퇴근 시간 동안 두바이, 마드리드,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 상공에 수백 대, 결국 수천 대의 eVTOL 에어택시가 넘쳐날 것이다.
1~6명의 승객이 좌석에 앉게 되며, 결국 자율적으로 탑승해 목적지를 향하게 된다. 승차 공유 앱으로 플라잉카 택시를 부르게 돼 생각보다 복잡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이 업계의 모든 관계자들은 eVTOL기가 어느 정도의 성공이라도 달성하려면 최소 4가지 과제, 또는 장애물을 해결하거나 넘어서야 한다고 본다. 즉, ▲규제(기관 인증) ▲운임 현실화(소비자) ▲자율성논란(기술) ▲다양한 항공기의 안전한 비행(운영 통합 및 효율화) 문제 해결이 그것이다.
가장 까다로운 FAA 규제 장벽···항공기·운영·제조 3개 인증
eVTOL업계가 넘어야 최대 장애물을 꼽는다면 무엇보다도 이 새로운 항공기 운항을 인증해 주는 각국 정부기관의 법 제도상 규제를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어떤 참가자에게는 인증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주요 eVTOL 업체중 하나로 꼽히는 키티호크의 앤더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해결되지 않은 기술적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면서 “주요 제한 사항은 법과 규정이다”라고 말한다.
전 세계에는 수십 개의 항공 인증 기관이 있다. 그러나 이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세 곳만 꼽자면 미국의 연방항공청(FAA), 유럽연합 항공안전청(EASA), 그리고 중국 민용항공국(CAAC)이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FAA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가장 비행 인증을 받기 어려운 곳으로 여겨진다.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 기관이 eVTOL기 인증을 다루는 데 있어 기존 인증 규칙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FAA는 배터리 시스템과 전기 모터로 비행하는 항공기 인증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부 관찰자들을 잠시 머뭇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FAA는 뭘 요구할까. 이 기관은 상업용 항공기 비행 허가를 위해 항공기 자체, 운영, 그리고 제조 관련 인증 등 세가지를 요구한다.
FAA는 항공기와 관련, 다양한 종류의 비행기에 대해 다른 범주 또는 ‘부분(parts)’를 지정한다. eVTOL(멀티콥터 제외)의 경우, 적용 가능한 범주는 ‘일반, 설비, 곡예 및 통근 범주 비행기’를 다루고 있는 ‘제14편 연방 규정집, 타이틀 14 코드, 파트 23(Title 14 Code of Federal Regulations, Part 23)’으로 보인다.
인증 과정 자체는 성능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FAA가 항공기가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성능 기준을 설정한다는 의미이지만, 이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명시하지는 않는다.
eVTOL기는 매우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FAA는 업계에서 개발된 준수 수단(Means of Compliance·MOC)으로 불리는 표준에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안된 MOC는 FAA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신청자는 ‘서류 발행 과정(issue paper process)’으로 알려진 인증 체계를 통해 ‘G1 제안서’부터 제출해야 한다. 이 제안서에 인증을 얻기 위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해당 인증 표준과 특별 조건을 명시해야 한다.
FAA는 제안을 검토한 후 승인하거나 거부한다. 부결될 경우 신청인은 FAA의 우려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제안서를 수정하고 다시 시도하게 된다.
업계는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FAA 인증 제안서를 낸 업체는 12~24개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EASA는 보다 유연해 보인다.
독일 eVTOL 업체 릴리움의 규제 담당 선임보좌관인 에린 리베라는 “eVTOL 항공기와 관련 기술에 맞춘 완전히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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