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23일 인도가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도달하자 전세계가 환호했다. 특히 각국 정부의 환호속엔 환호와 함께 부러움 섞인 묘한 감정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빌 넬슨 미항공우주국(NASA·나사) 국장은 자국과 친한 인도(찬드라얀 3호에 카메라 등 기기 제공)의 성공을 즉각 축하한 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뒤늦게 축하하는 모습을 보인 데서도 이를 읽을 수 있다. 이는 인도가 미국, 러시아, 중국을 앞질러 가장 중요한 달 식민지 구축을 위한 전초전에서 승리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2017년 이래 달에 물과 희토류, 헬륨 등이 묻혀 있다는 게 드러나면서 지구상의 우주 기술을 가진 모든 국가가 서로 먼저 달 남극에 도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그리고 인도가 그 첫 스타트를 끊었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1962년 9월 12일 라이스 대학에서 한 “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라는 연설을 한 지 7년만인 1969년 미국의 역사적 인류최초 달 정복이 있었고 1972년 이후 51년째다. 케네디의 역사적 연설이 있은 지 60년도 더 지난 지금 새로운 역사를 쓰려는 노력이 또다시 재현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추가로 더많은 국가들이 관련돼 있고 달 탐사의 동기가 바뀌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뒤늦게 불붙은 달 탐사 경쟁 배경과 의미 등을 풀어본다.
뒤늦게 불붙은 달 탐사 경쟁엔 4000조달러라는 천문학적 경제 가치가
사실 달 남극 지표면 아래에서 채굴할 수 있는 물, 헬륨 및 금속의 경제적 가치는 약 4000조 달러(약 530경 원)의 가치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만큼 제 2의 달 탐사 경쟁이 불붙은 것은 놀랄 일도 못된다.
인도, 러시아, 유럽, 미국 및 중국 정부는 물론 민간 기업들까지 수천억 달러 규모의 달 광물 의 파이를 차지하길 원한다.
중국, 러시아, 인도, 미국과 같은 나라들은 이제 국가적 자부심과 기술적 우위를 확립하는 것이 아니라 달의 귀중한 자원과 그것들을 어떻게 채굴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희토류 금속에서부터 귀중한 에너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여겨지는 헬륨에 이르기까지, 달 표면은 발굴된 수천조 달러의 부를 가진 온상으로 기대를 모은다.
물론 아무도 달을 영유할 권리를 부여받은 게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 우선 도착해 기지를 구축하고 광물을 채굴한다면 또다른 행성, 즉 화성으로 가는 전초 기지로 삼을 수 있게 된다. 달 개척 기술을 갖고 선점하는 국가가 화성 개척에도 한발 앞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달의 남극에는 사람이 마시는 용도뿐만 아니라 달기지를 건설해 로켓을 발사하게 될 때의 수소 연료, 그리고 호흡하기 위한 산소로 분해될 물 얼음이 흩어져 있다.
이것이 니사가 2025년까지 인간을 또다시 달로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위한 일련의 착륙 장소를 달 남극 주변으로 제시한 이유다.
인도는 달 남극에 가까운 만지누스 크레이터(Manzinus crater) 근처에 찬드라얀 3호 우주선을 착륙시켰고, 러시아는 이달 초 루나-25 탐사선이 추락하기 전에 보구슬라우스키 크레이터(Boguslavsky crater) 근처의 비슷한 장소를 탐사하길 희망했다.
이 국가들과 많은 민간 기업들이 달에서 채굴하고 싶어하는 물, 헬륨, 희토류은 도대체 어떻게 사용되길래 이처럼 전력투구하는 걸까.
물···마실 물로, 숨쉴 산소로, 로켓 연료로
나사의 달궤도 정찰위성(LRO)의 분석 덕분에 전문가들은 적어도 달의 남극과 북극에 6000억 kg이 넘는 물 얼음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최소한 올림픽 규격 수영장 24만개 규모다.
인류가 지구에 10억km³ 이상의 물을 두고도 달탐사를 하면서 물에 물에 집착하는 것은 이상해 보인다. 그러나 달에서 물을 반드시 찾아야 할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귀중한 자원으로 간주하는 것또한 경제성 때문이다. 지구에서 지구 저궤도에 1m³의 물을 가져가는 데만도 터무니없을 정도라 할 16억원 정도가 들기 때문이다. 달로 물을 가져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처럼 이미 달에 있는 물에 접근해 물을 추출하는 것이 우주비행사들이 마시고 씻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태양계의 먼 행성(예를 들면 화성)으로 데려가기 위해 매우 귀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 분자는 수소(H) 원자 2개와 산소(O) 원자 1개로 구성된 H₂0이기 때문에 로켓 연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액체 산소와 수소를 가지고 있다.
이 로켓 연료는 달에서 화성과 그 너머까지 유인 우주선을 쏘아 보내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달에 물이 있다는 증거는?
나사는 달의 햇빛이 비치는 지역에 물(H₂O)의 존재를 확인했는데, 이는 물이 달 표면에 널리 분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견은 미래의 달 식민지들이 지구에서 물을 가지고 오지 않고도 달에서 물을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이들을 로켓 연료가 될 수소나 인간이 달에서 숨쉬게 할 산소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2018년 2월,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우주과학연구소(Space Science Institute)에 의해 달 표면 전체에서 H₂O의 반응성이 더 높은 OH(hydroxyl Radical) 즉, 수산기(水酸基) 형태의 물이 발견됐다.
2017년 9월, 전문가들은 달의 토양의 가장 윗부분에 갇힌 물과 그것의 구성 요소들에 대한 첫 번째 지도를 만들었다. 그들은 이러한 형태의 물이 달 표면의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달 연구는 달의 표면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물을 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달 내부에 깊은 물 저장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발견은 놀랍게도 달의 맨틀에 풍부한 물이 있어서 미래의 우주 탐험을 위해 그것을 식민지화하는 것을 훨씬 더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
마션의 작가 앤디위어의 달식민기지를 주제로 한 SF소설 ‘아르테미스(2017)에는 달 식민지를 세운 인류가 알루미늄, 산소, 실리콘, 칼슘으로 이뤄진 달의 암석에서 알루미늄을 추출하고 부산물로 산소를 얻는다는 설정이 나온다.
희토류 금속광물···각종 전자기기·전기차용
과학자들은 섀클턴(Shackleton), 슈메이커(Shoemaker), 드 게를라슈(de Gerlache), 그리고 하워스(Haworth)같은 달 남극의 차갑고 어두운 분화구에 많은 희토류 금속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금속은 스마트폰, 컴퓨터,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 및 의료 장비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신기술에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이 달에 대량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희귀 금속 중에는 스칸듐과 이트륨이 있는데 이들은 자동차 엔진에 사용되고 유리나 도자기, 전자 장치와 레이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다른 자원으로는 현무암, 철, 석영 및 실리콘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지구의 창문, 석기(石器) 및 태양 전지판에 모두 사용될 수 있는 반면 전자제품 제조용 희토류 금속으로는 백금, 팔라듐, 로듐이 포함된다.
과학자들은 심지어 지구에서 발견되는 것보다 10배나 더 풍부한 티타늄 광석을 발견했다.
헬륨-3···방사능 없는 원자력 발전 연료
핵융합은 지구상 화석 연료의 잠재적 대안으로 제기돼 왔고 에너지의 ‘성배’로 여겨지고 있다.과학자들은 태양이 수소를 헬륨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에너지를 생성하는 방법을 모방하기를 희망한다.
핵융합을 위한 한가지 방법은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희귀한 종류의 수소(중수소)를 헬륨-3로 알려진 더 희귀한 종류의 헬륨과 함께 취하는 것이다.
헬륨-3는 지구에서는 매우 드물지만, 1969년 아폴로 11호가 착륙한 고요의 바다를 포함한 달의 일부 지역에는 표면 물질에 20ppb(1ppb=10억분의 1) 농도를 가진 헬륨-3가 있다.
달은 지구와 달리 대기가 없기 때문에 헬륨-3는 태양풍에 의해 그곳에 퇴적된다.
그 동위원소는 방사능이 없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를 위한 우라늄의 대안으로 유용하다.
누가 먼저 도착할까?
2022~2032년 중 계획된 공공 및 민간 달 탐사 임무는 무려 400개 이상으로 예상된다. 놀랍게도 1년 전만 해도 같은 기간중 달 탐사임무는 250개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예측에는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최소 6개국과 민간 기업이 포함돼 있다. 우리 정부는 2032년 달에 착륙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은 오는 2032년 자체 기술로 제작한 무인(無人) 탐사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1단계 사업으로 2030년에 달 주변을 도는 달 궤도선을 보내고, 이듬해 시험용 달 탐사선을 제작해 달 착륙 가능 여부를 테스트한다. 2032년에는 로봇 등 탐사 장비가 들어간 실제 달 탐사선을 한국형 발사체에 실어 달에 보내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2032년까지 달 착륙선 개발 사업에만 6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이 중 많은 것들은 영구적인 달 기지 계획을 포함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달 자원을 평가하고 활용하려는 야망에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누가 먼저 도착할 것인지, 무엇을 확인할 것인지, 추출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미국 나사의 첫 번째 아르테미스 착륙 임무는 2025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반면, 중국은 10년 안에 달 표면에 우주 비행사들을 착륙시키기를 희망하고 있다.
러시아, 인도, 일본이 대기하고 있는 동안 민간 기업들은 크게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더많이 달 착륙할수록 더많은 분쟁 가능성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달의 엄청난 부를 나누고 관심 지역에 대한 권리 주장과 관련해서는 상황이 훨씬 더 험악해지고 훨씬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작가 팀 마셜은 우주 정치에 관한 그의 책인 ‘지리의 미래(Future of Geography)’에서 “지배적인 힘은 영토를 점령하고 그것을 단속하려고 시도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야망을 방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그는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자가 가장 먼저 달의 잠재적인 부를 얻는 자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한편 중국은 2030년까지 달 표면에 자국의 우주비행사들을 보낼 계획이며, 미국 나사와 유사한 달 착륙 지점들을 다수 확인함으로써 양국의 달에서의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이 표명한 우려 중 하나는 중국이 과학 연구를 가장해 달의 영토에 대한 주장을 하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무시했지만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달의 자원이 어떻게 감시될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
1979년의 달 협정을 포함한 이전의 달 관리 시도는 미국, 러시아, 중국 어느 나라도 서명하지 않은 채 국제적 합의를 얻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