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탐사 경쟁...유럽우주국, 달에도 항법 위성 띄운다

중국이 지난해 말 인류 최초로 달 뒤편에서 달의 토양을 가지고 지구로 귀환했다. 향후 10년내 달에 가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인류 최초로 달에 인류를 보낸 미국은 오는 2024년 다시 달을 방문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9일 미국이 보란 듯 달궤도나 달표면에 과학 실험기지를 세우는 데 힘을 바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아폴로 우주계획이 종료된 지 약 50년 만에 달기지와 우주정거장을 둘러싼 개발 경쟁 움직임이 가속되고 있다.

▲ESA의 루나 패스파인더는 달 항법 및 통신 인프라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의 일부다. (사진=ESA/SSTL)
▲ESA의 루나 패스파인더는 달 항법 및 통신 인프라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의 일부다. (사진=ESA/SSTL)

이런 가운데 유럽우주국(ESA)이 달궤도에서 ‘루나 패스파인더(Lunar Pathfinder)’ 미션을 통해 달을 대상으로 한 위성항법 탐지 범위 테스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방식은 이렇다.

달 궤도에 루나 패스파인더 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궤도상에 있는 유럽의 지구위치측정용 갈릴레오 위성들과 미국 GPS 위성에서 나오는 무선 신호를 수신하고 조정한다. 더 정확하고 정확히 수정된 이 위치신호 정보를 달 궤도 우주선이나 달 기지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구에서의 위성 항법은 즉각적 위치 수정을 당연스럽게 생각할 정도로 인류 생활에 혁신을 가져왔다. 그 중심에 GPS 위성, 갈릴레오 위성, 글로나스 위성, 베이두 위성 같은 항법위성이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 38만km 떨어진 달과 달 궤도에서는 당연히 이런 항법은 없었기에 주목을 끈다.

▲지구에서의 위성 항법은 GPS, 갈릴레오, 글로나스, 베이두 위성을 사용하면서 즉각적 위치 수정을 당연스럽게 생각할 정도로 인류 생활에 혁신을 가져왔다. 그러나 달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사진= ESA)
▲지구에서의 위성 항법은 GPS, 갈릴레오, 글로나스, 베이두 위성을 사용하면서 즉각적 위치 수정을 당연스럽게 생각할 정도로 인류 생활에 혁신을 가져왔다. 그러나 달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사진= ESA)

배경으로는 최근 점점 많은 국가들이 달 탐사를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달 주변의 위성항법시스템이 매우 유용해졌고 그 필요성도 증가했다는 점이 꼽힌다.

그러나 이를 배치하는 비용이 엄청나게 비쌀 것이란 점은 부담이다. 그럼에도 갈릴레오나 GPS와 같은 위성이 언젠가 달 궤도에 배치돼 작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발을 디디려 하는 ESA가 달 탐사를 위해 지구의 기존 항법위성장치를 사용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달 임무를 지구의 위치추적시스템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

▲향후 달 통신/항법 달 시스템의 일러스트.(사진=ESA)
▲향후 달 통신/항법 달 시스템의 일러스트.(사진=ESA)

현재 달과 그 주변의 우주 임무 수행시에는 이들과의 거리와 각도 측정을 통해 우주에서의 위치를 알아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지구의 위치 추적 기지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도 매우 정확하지 않고 제한된 능력만 가지고 있다.

이는 불행스럽게도 달 표면 아래에 있는 매스콘(mascons)이라 불리는 밀도가 높은 물질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달의 중력장이 매우 불규칙적으로 된다. 이들이 궤도를 바꾸는 우주선을 끌어당겨 궤적으로 바꾼다. 따라서 정확한 항법이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갈릴레오가 이같은 달에서의 작업에 특별히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갈릴레오 위성 군은 지구 상공 약 2만3222km 궤도에 위치해 있으면서 무선 신호를 지구로 전송하고 있는 지구항법 위성이다.

▲2011년 10월 소유즈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갈릴레오 위성. (사진=위키피디아)
▲2011년 10월 소유즈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갈릴레오 위성. (사진=위키피디아)

다행히 지난 2019년 처음으로 미국이 쏘아올린 GPS 위성들의 활용범위가 단순히 지구에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이는 갈릴레오와 GPS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당시 미항공우주국(NASA)의 지구 자기권 대규모 미션(Magnetospheric Multiscale Mission·MMS) 위성이 지구-달 거리(38만4000km)의 거의 절반인 1만8166km 떨어져 있음에도 GPS 위성의 신호를 이용해 궤도를 결정할 수 있었다. (MMS는 4개의 동일한 4면체 우주선을 이용해 지구를 둘러싼 자기권을 연구하기 위한 2015년 발사한 나사의 로봇 우주 임무다. 2040년까지 작동된다.)

이를 통해 GPS 항법 위성 안테나가 방출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이 지구를 향해 있지만, 충분히 강력한 안테나를 사용하면 측면에서 복사(방출)되는 신호가 우주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2023년 발사되는 루나 패스파인더 통신위성은 민관 협력을 통해 개발되고 있다.

이 실험 시스템은 갈릴레오와 GPS 위성에서 방출되는 무선 빔 ‘측면 돌출부(로브)’에 있는 하이게인 안테나를 사용하게 된다. 이는 고감도 수신기가 지구에서 수신되는 신호의 수백만분의 1에 불과한 희박한 항법위성 신호를 포착할 수 있게 해 준다.

▲갈릴레오 위성 측면 돌출부에 있는 하이게인 안테나는 희박한 항법 위성 신호를 포착할 수 있게 해 준다. (사진=ESA)
▲갈릴레오 위성 측면 돌출부에 있는 하이게인 안테나는 희박한 항법 위성 신호를 포착할 수 있게 해 준다. (사진=ESA)

ESA에 따르면 루나 패스 파인더는 달 남극 정찰 임무를 수행하면서 매우 안정적인 궤도로 달 주위를 도는 동안 100m 이내로 정확한 위치를 잡게 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하늘의 작은 지역 한 곳에서 신호가 오는 데도 위성항법장치를 사용하는 일이 될 것이라 한다.

▲NASA의 달지도.(사진=NASA)
▲NASA의 달지도.(사진=NASA)

ESA는 앞으로 10년 안에 이 달 위성항법 적용 범위를 달 주변, 심지어 달까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루나 패스파인더 시험에 성공한다면 이 새로운 기술을 우주에서의 항법은 물론 달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대기를 연구하거나 물리학 실험을 위한 지구-달의 기준선을 제공하는 등 과학적인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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