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인슐린주사 굿바이!"… 압전소자 이식 후 버튼만 누르면 끝!

새로 개발된 당뇨병 환자용 인슐린 발생 장치는 피부아래에 임플란트를 이식하고 필요시 압전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당뇨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 임플란트내에 조작세포를 넣은 공학적 세포 기반 치료법이다. (사진=사이언스어드밴스)

조만간 당뇨병 환자들은 피부 아래 단추 형태의 압전버튼 임플란트를 심고 필요 시 누르는 것 만으로 혈당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인슐린을 주사나 펌프로 해결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들의 번거로움이 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연구진이 별도의 외부 전원 공급 장치 없이 유전공학적으로 조작된 인간 세포가 들어간 피하 이식용 압전소자 임플란트를 눌러 전기를 발생시킴으로써 세포가 인슐린을 방출하게 하는 방식의 기기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광유전학, 자기유전학 또는 전기유전학 장치에 정교한 전자장치, 복잡한 인공지능 지원 소프트웨어, 전원 및 제어를 위한 장치들이 필요했다.

새로운 기술은 무엇보다 외부 전원장치 등에 의존하지 않아 간편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연구진은 개념 증명 차원에서 이 방식으로 제1형 당뇨병 생쥐 실험을 한 결과 이들이 정상 혈당치로 회복됐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압전버튼 임플란트 장치는 환자들이 언제든 필요할 때 간편하게 자신들의 세포 기반 치료법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인슐린 주사나 펌프 대신 피부 임플란트에 주목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당뇨병은 전 세계 4억5000만명 이상이 앓고 있는 병이다. 대개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은 치료를 위해 인슐린을 필요로 한다. 인슐린은 주사나 인슐린 펌프를 통해 인체로 흡수된다. (1형 당뇨병은 랑게르한스섬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 분비가 급격하게 불가역적으로 감소되기 때문에 고혈당이 되는 질환이다. 유전성 외에 바이러스, 감염 등의 환경인자로 인해 자가면역에 이상이 발생해 발병한다. 당뇨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형 당뇨병역시 랑게르한스섬에서 포도당에 대한 인슐린 분비반응의 저하, 또는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해 만성 고혈당 상태가 되는 질환이다. 복수의 유전인자에 과식,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의 환경인자(불량한 생활습관)나 연령증가가 요인이 돼 발병한다. 대표적 생활습관병이랄 수 있다. 1형과 달리 발병이 상당히 느리고 완만하다는 차이점을 보인다.)

하지만 스위스 과학자들의 새로운 당뇨병 치료 개념은 환자들이 그들의 치료법을 제어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편의성을 열어줄 수 있다. 즉, 세포에 기반을 둔 치료법이다.

사이언스 어드밴스지에 발표된 최신 연구 발표 내용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취리히) 생물시스템과학공학부 과학자들은 조작된 인간 세포를 포함하는 피부 바로 밑에 이식할 수 있는 자급자족형 푸시버튼 장치(임플란트)를 고안했다.

이들은 피부에 임플란트를 시술하고 환자가 필요할 때 이 장치의 버튼을 눌러 혈당조절용 인슐린이 세포에서 나오게 하는 치료법의 물꼬를 텄다.

마틴 푸제네거 생명기술·공학 교수는 인터뷰에서 “전자공학을 유전학과 결합시키는 것은 양자 도약이고 실제 치료적 응용을 위한 시작”이라고 말했다. 푸제네거 박사는 “푸시버튼은 전기에 의한 세포의 유전적인 활동을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프로그램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압전 의료 기술 주목한 과학자들

과학자들은 당뇨병 환자들이 자신의 세포에서 인슐린을 발생시키도록 자극하는 압전 의료기술을 주목했다. (사진=사이언스 어드밴스)

암이나 제1형 당뇨병과 같은 질병은 엄격한 관리하에 ‘정확한 분량의 치료 단백질’을 투여해야 한다.

합성 유전자 스위치에 의존하는 조작된 세포(engineered cell) 기반의 치료는 필요한 약물 조절을 가능케 하는 데 유익해 생명 위협 질병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으로 꼽힌다.

스위스 과학자들은 이 세포와 생명을 구하는 많은 제품의 주요 요소인 압전부품의 결합에 착안했다. 압전 물질은 특정 물질이 인가된 기계적 응력에 반응해 전하를 생성하는 능력(압전효과)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특성은 이미 건강 모니터링과 조직 공학 같은 생물의학 응용 분야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압전 재료와 전기 유전학(electrogenetics)을 결합하면 전기 유도 설계자 셀(electro-inductive designer cells)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해 주는 자가 전원보급·제어 방식의 전압 기반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단점이 있었다. 인체 장기에서 발생하는 낮은 진폭과 주파수를 가진 기계적 힘은 압전 물질에 전압을 발생시키지만 너무 낮아 세포들을 촉발시키는 데 필요한 전압에 못 미친다는 점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PVDF(폴리불화비닐리덴) 필름을 이용한 압전 모듈을 부드럽게 누를 때 발생하는 약한 전압을 이용해 캡슐화한 세포장치 내의 전기에 민감한 인간설계자 세포를 작동시키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치료용 인슐린을 나오게 하는 장치를 개발했고 테스트에 성공했다.

PVDF는 우수한기계적 강도와 인성, 내마모성, 내변형성(creep resistence)강성, 고유전율, 고순도, 저흡습성, 저연소성, 화학적 불활성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전기, 전자, 화학, 운송, 가스,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소재다.

자체 전원 공급형 세포 캡슐화 장치

ETH취리히 과학자들이 만든 당뇨병 환자용 피하 임플란트 크기 비교. (사진=사이언스 어드밴스)

스위스 과학자들은 조작된 인간 세포를 포함하는 ‘간단한’ 버튼 크기의 장치를 설계해 피부 바로 아래에 이식해 봤다.

푸제네거 박사는 “세포의 전기자극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단순히 버튼을 누름으로써 생산된다”며 “이식된 버튼 위의 피부를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과 같은 힘’으로 눌렀을 때 누름 버튼의 피에조 모듈(압전소자모듈)이 세포를 자극하는 전기를 생산한다. 이는 당뇨병 환자가 버튼을 누르는 횟수와 상관되는 용량으로 세포가 일정량의 인슐린을 방출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 인슐린을 방출함으로써 전기장에 반응하는 인간 세포를 설계하는 팀의 일원으로서 외부 전원에 의존한 임플란트 개발연구에 참여했던 때의 경험을 피력했다. 그는 당시엔 “이 세포들은 장치를 제어하기 위해 복잡한 전자 장치와 무선 전력을 필요로 했었다. 또한 이식된 치용 세포들을 전기적으로 자극하기 위해 외부 전원 공급 장치에 의존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이 장치를 이식한 당뇨병 환자들은 손가락으로 장치의 피하에서 느껴지는 피에조(압전) 필름을 누르면 아주 작은 교류전류가 생성돼 세포를 자극하고 인슐린을 분비하게 된다.

푸제네거 교수는 “세포들이 전기에 민감해지도록 하기 위해 전기장을 감지할 때 세포막의 탈분극을 촉발하는 두 가지 특정 이온 통로를 갖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탈분극은 세포막 이온 투과도 변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음전하를 띠고 있던 세포막 내부의 전위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그에 따르면 극성이 없어질 때 이 세포들은 고유의 베타 세포와 같은 방식으로 인슐린을 방출한다. 푸제네거는 이 기술은 매우 성숙했다고 말한다. 그 결과 그 팀은 압전 요소와 관련된 어떤 장애물도 예견하지 못했다.

ETH취리히 과학자들이 만든 당뇨병 환자용 피하 임플란트 구조. (사진=사이언스 어드밴스)

새로운 당뇨병 치료법 확산 기대감

ETH취리히 팀은 이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산업계와 협력하거나 임상기술 개발 스타트업을 찾을 계획이다. 푸제네거 박사는 세포 기반 치료법이 시장에 진입하려면 일반적으로 약 10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단 많은 장점을 가진 이 임플란트가 다른 치료법에 대한 광범위한 대안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당뇨병 치료 환경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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